161억 원 추경 확보해 지난해 삭감된 예산 100억 원 채워…“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혁신 인재 양성”
도시과학 분야 전문성 활용…행정, 세무,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서울시 정책·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기여
서울시와 함께 지속 논의해 실전형 창업전진기지 ‘은평캠퍼스’에 산학협력 캠퍼스 구축 박차
인공지능(AI)학과, 융합응용화학과 등 첨단분야 관련 학과 신설·운영…학생들의 첨단분야 역량 강화
전공선택권 보장 위해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 확대…”세계적 명문대학으로 가는 길 초석 다진 이로 기억되고파”

지난 3월 취임한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5대 발전 전략을 통해 이전에 없던 혁신을 서울시립대에 불러오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지금까지 서울시립대학교는 시립대학으로서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활용해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제시해왔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 등 연구와 교육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하던 대로 하는 대학’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서울시립대는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첨단 융복합 연구를 주도하며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서울시립대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서울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우뚝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향후 4년 임기 동안 추진할 5대 발전 전략을 선포하기도 했다.

원용걸 총장은 단순히 지역 공립대학의 역할을 넘어 글로벌 시대를 누비는 서울시립대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 서울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 혁신안을 마련, ‘서울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시립대’의 이상 실현을 꿈꾼다. 서울시립대를 새롭게 바꿔가고 있는 그를 지난달 25일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 총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는지.
“서울시립대 총장은 서울시, 시의회, 교육부 등 여러 기관과의 원활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교수, 학생, 교직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취임식에서 선포한 5대 발전 전략을 어떻게 서울시립대에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정책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다만 아무리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일방통행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학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이들과 함께 학교의 미래를 그려가고자 했다.
지난 반년 동안 가장 큰 현안으로 관심을 쏟았던 부분은 대학 발전에 꼭 필요한 교육·연구 활동에서 삭감된 예산의 회복이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 7월 161억 원의 추경을 확보해 지난해 삭감된 예산 100억 원을 채울 수 있게 됐다. 구성원들과 함께 소통하며 이룬 결과라 뜻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외롭게 결정하는 총장이 되기보다는 서울시립대에 소속된 모든 이들과 함께 혁신을 만드는 총장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보낸 듯 하다.”

- 대학의 비전과 총장의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서울시립대는 4년제 공립대학으로서 서울시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굴·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대학을 운영해왔다. 이에 대학은 강점을 갖고 있는 도시과학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활용해 행정, 세무,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시의 정책 및 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시립대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서울 2030 핵심과제 달성을 위한 민관데이터셋 개발연구 △스마트도시 상권 활성화 정책 수립방안 연구 △빅데이터 기반 장애인 이동 서비스 수준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도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 시정연구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 개방돼 있는 ‘서울시민생활 데이터’도 우리 대학이 구축한 도시과학 빅데이터와 AI 연구원이 유용한 정보를 분석해 추출한 결과물이다. 교수들의 경우 서울시의 정책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을 뜻하는 ‘시정연구사업’에만 1년에 15개 이상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더욱 키울 생각이다. 서울시립대는 앞으로 더욱 서울시의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대학의 역할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연구원과의 체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정책연구사업을 통해 서울시 정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수 배치해 사회 속 소외되는 약자를 보듬는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사회 공헌에 있어서 국내뿐만 아니라 눈을 밖으로 돌려 해외 개발도상국의 취약계층으로 그 대상을 확대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이다.”

- 총장 임기 동안 추진할 5대 발전 전략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크게 교육 혁신, 연구 혁신, 창업 혁신, 글로벌 혁신, 인프라 혁신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 혁신 분야에서는 디지털 문해력을 갖춘 혁신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첨단분야 증원, 고품질의 교양 과목 제공, 소프트웨어 활용과목 교양 필수화를 추진한다.
연구 혁신 분야에서는 첨단과학과 도시과학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설 대학원 첨단학과를 지원하고 전임교원의 연구역량 강화, 우수 연구인력의 대학원 유치 확대를 계획 중이다.
창업 혁신의 경우 캠퍼스타운 사업을 활용해 서울시 혁신 창업기업 지원을 핵심으로 삼았다. 특히 은평캠퍼스에 산학협력 캠퍼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시와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기초 연구와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은평캠퍼스는 산학연구, 창업, 평생교육 3가지 기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타운’이자 실전형 창업전진기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혁신은 국제 교류의 질적 제고를 필두로 지역의 허브 대학의 역할을 수행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인프라 혁신은 앞서 대학 발전 예산 확보를 비롯한 자체 수입 재원 확대와 차세대 대학 정보화 시스템 구축을 꾀한다.”

- 그동안 서울시립대에서 다루지 않았던 첨단분야에 방점을 둔 ‘교육 혁신’ 발전 전략을 설정한 것이 눈에 띈다.
“AI, 메타버스 등 디지털 첨단분야의 산업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학생들에게 기존 교육과는 다른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혁신적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첨단 융복합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립대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한 발전 전략을 채택하게 됐다. 우리 대학은 최근 학부에 인공지능(AI)학과, 융합응용화학과 등 첨단분야 관련 학과를 신설·운영하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교육부로부터 지능형 반도체,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등 4개 첨단분야 정원 161명을 증원 받아 올해 이들 학과들을 신설했다. 올해부터 학부에서도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고 학부내에 지능형반도체, 바이오헬스, 첨단인공지능 전공들을 설치해 올해 정시모집부터 처음으로 신입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학과도 추가한다.
입학 후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했던 소단위 전공 과정(마이크로 디그리) 제도도 확대한다. 특히 수요가 많은 첨단분야를 집중적으로 확대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전공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첨단분야에 대한 관심까지 제고할 생각이다. 다만 대학의 노력만으로 혁신이 이뤄지기 힘든 만큼 첨단분야 교육과정 구축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서울시와 산하 기관들과 연계해 발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 많은 대학이 신입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유학생 유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혁신 전략을 채택한 서울시립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부분의 대학이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까지 서울시립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매우 선별적으로만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러니 유학생 수가 경쟁 사립대학들에 비해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바로잡고자 여러 가지 정책을 개편했다. 학생, 교수, 직원을 가리지 않고 대학의 국제화를 다양한 차원에서 추진해 학생들이 국제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서울시립대를 글로벌 마인드가 풍부한 대학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학당을 통한 조건부 입학제도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받아들이는 단과대학에는 충분한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규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정책도 강화한다. △유학박람회·입학설명회 개최 △학위과정 진입 지원제도 구축 △외국인 홍보대사 활용 등 유치 이후에도 학업, 생활 및 취업 지원을 통해 우수한 동문 인재로 이들을 양성할 생각이다. 1%대인 외국인 교수 비율도 제고하고 해외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를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 및 연구자와 함께 교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서울시립대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 앞으로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앞서 말했던 서울시립대의 비전과 목표를 남은 임기 동안 전부 실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기를 마치는 2027년이 된다면 서울시립대가 보다 나은 대학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할 뿐이다. 도시과학과 첨단과학이 결합하고, 기초학문과 응용 분야가 조화롭게 융합된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는 서울시립대의 초석을 다진 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또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던 총장으로 알려지면 좋겠다. 이전 총장들도 같은 마음으로 학교를 운영해왔고 저도 마찬가지다. 돌 하나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서울시립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이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오른쪽)이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원용걸 총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경제학에서 석사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립대 정경대학장 겸 사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국제경제학회 부회장 및 운영이사를 맡고 있다. 2023년 3월 서울시립대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한울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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