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으로 교육계 ‘블랜디드 강의’ 주목…온·오프라인서 수업 ‘동시 진행’
전시회, 포럼 등 각종 교내 행사서 ‘메타버스 기술’ 활용…참석자 접근성 높여
대학 구성원 ‘신기술 이해’ 선행 필요…대학별 지원 제도 ‘눈길’

울산과학대 하이브리드 강의실에서 블랜디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울산과학대 하이브리드 강의실에서 블랜디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지난 20일 오전 울산과학대 동·서부 캠퍼스 ‘하이브리드(Hybrid)’ 강의실에서 사물인터넷(IoT)산업기술응용 강의가 열렸다. 학생들은 울산광역시 동구와 남구에 분산된 채 각 캠퍼스에서 이동 없이 수업을 들었다. 강사로 나선 IT기업 연구원도 산업체 현장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기자가 이날 확인한 대학 교육 현장에선 더 이상 학생들이 타 전공 혹은 타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어디로든 문’이 실제 대학에 등장한 것 같았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시·공간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현장에 존재하던 각종 경계가 사라지면서 학습자들에게 더 풍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은 “학습자들의 물리적 제약뿐만 아니라 전공, 학과 간의 경계도 사라지면서 융합 교육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블랜디드 강의’로 수업 내용, 환경 융합…교육 현장 경계 사라져 =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대면 수업이 다시 활성화된 가운데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랜디드 수업’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교육 방식인 블랜디드 수업은 학생들이 지닌 시·공간상의 물리적 제약을 없애고 학과 간 융합 수업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랜디드 수업은 강의 내용, 방법, 환경에서 이뤄진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됐던 수업들이 다시 오프라인 수업 형태로 바뀌고 있다. 다만 일부 교과목들은 온라인 방식에 적합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교과목 특성과 학습 목표 등에 맞춘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방식의 블랜디드 수업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울산과학대는 블랜디드 수업을 위한 10개의 하이브리드 강의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강의는 ‘수업 방법 블랜디드’ 형태다. 학교는 이곳에서 △자동화로봇 △인공지능의 산업응용 △셀룰러 통신의 백본 기술 △IoT 개념 및 핵심기술 등의 교양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중심으로는 ‘수업 환경 블랜디드’가 이뤄진다. 울산과학대는 메타버스와 대학(University)을 결합한 ‘메타버시티(Metaversity)2.0’에서 강의실을 마련해 교수자, 학습자, 수업 특성에 맞춘 수업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과, 교과목 간의 융합 강의 형태로 ‘수업내용 블랜디드’가 이뤄진다. 울산과학대에서는 유아교육과와 화학공학과의 융합 수업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다.

유수경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지금 재학생들은 디지털기기가 익숙해 메타버스 공간을 어느 세대보다 가깝게 느낀다”며 “이 점을 고려해 수업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학교, 학과 홍보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해 MZ세대 맞춤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오산대에서 진행한 ‘메타버시티2.0 활용 워크숍’ 모습. (사진=오산대 제공)
오산대에서 진행한 ‘메타버시티2.0 활용 워크숍’ 모습. (사진=오산대 제공)

■ 교내·외 행사서 ‘메타버스 활용’…타 대학, 산업체 참여율 높여 = 교·내외 행사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이용자 간의 거리가 사라져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타 대학, 산업체 관계들도 쉽게 행사장에 방문할 수 있다. 아울러 대관료 등 각종 경비 지출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도 감축하는 면에서 대학의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여주대는 메타버시티에서 ‘YIT 혁신 성과확산 포럼’을 운영했다. 학교는 포럼에 참석한 300여 명의 대학 내부 구성원, 지역사회, 산업체, 타 대학 관계자들에게 메타버스를 결합한 대학 교육 혁신과 메타버스 교육 기능을 홍보했다. 메타버시티 행사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포럼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참석자들의 호응을 모니터링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포럼 현장을 담은 영상을 송출했다.

메타버스 기술이 낯선 참석자들을 위해 대면 행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학교는 대면 행사 방문자들에게 메타버시티 가입과 포럼 참석 방법을 안내해 향후 메타버시티 행사 참여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이번 포럼은 ‘메타버시티’ 플랫폼을 활용해 더욱 많은 관계자에게 성과를 공유했다고 평가된다.

배화여대는 메타버시티에서 ‘2023학년도 아동보육과 UN&ON 경진대회’를 진행했다. 학교는 경진대회 수상 작품과 함께 학과 소개자료를 구성해 학과 홍보에도 나섰다. 약 20명의 학생이 실시간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학교 측은 대회 결과물을 메타버시티에서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감상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배화여대는 지난해 ‘아동보육과 UN&ON 경진대회’도 메타버스 플랫폼 ‘SPOT’에서 진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배화여대는 메타버시티에서 ‘2023학년도 혁신지원사업 중간 성과공유회’를 실시해 약 80명의 교직원이 실시간으로 참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메타버시티에서 성과공유회가 진행돼 대면 모임에서 발생하는 시간, 장소, 장치 제한을 극복해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교는 메타버시티 접속·사용 방법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해 참여도를 높였다.

경인여대는 메타버스 이론 학습과 실습을 결합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은 ‘나만의 공간 제작’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공모전보다 먼저 진행된 특강에서는 메타버스 기술 이론을 교육했다. 학생들은 특강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가상공간을 기획하고 제작해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역량을 키웠다. 메타버스 공간 제작에서는 전문 업체가 협력해 전문성을 확보했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학교 교정, 강의실, 전시실 등으로 추후 메타버스 수업에서 실제 사용될 계획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과 운영 모습. (사진=오산대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과 운영 모습. (사진=오산대 제공)

■ 기술 이해 선행돼야…신기술 특강, 디지털 요원 등장 = 다만 메타버스 등 신기술 도입이 제대로 효과를 얻으려면 학생, 교수진 등 대학 구성원들의 기술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중·장년층 성인학습자들의 디지털 소양은 대학 생활 만족도와 이어지진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디지털 활동 지원, 메타버스 체험 특강 등으로 성인학습자들의 디지털 학습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오산대는 ‘디지털 요원’을 배치해 중·장년층 성인학습자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요원들은 학교 홈페이지 사용법, 한글 보고서 쓰기, LMS(학습관리시스템, Learning Management System) 강의 수강 방법, 과제 제출 방법 등 성인학습자들의 디지털 활동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 가이드북’을 제작해 성인학습자들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요원 프로그램과 가이드북은 교수학습지원센터의 ‘성인학습자 맞춤 프로그램’ 일환이다.

아울러 오산대는 ‘메타버스 연구회’를 운영해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메타버스 연구회에는 총 8개 학과, 1개 외부 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교과 운영 방향과 세부 구성 방안을 모색했다. 학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교내 정규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각종 학교 행사, 심리 상담 등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대는 ‘메타버시티2.0 체험’을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리즈 특강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특강을 통해 메타버시티에 있는 문경대 행성에서 ‘미니게임’에 참여했다. 또한 메타버시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특강에 참여한 학생들은 메타버스에서의 학습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교육플랫폼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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