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한석수 공주대 정책융합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지난해 챗지피티(Chat 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 혁신은 세계적 화두가 됐다. 최근 미국의 고등교육신문(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2023. 10)은 ‘생성형 AI에 대한 관점(Perspectives on Generative AI)’이란 제목으로 지난 여름(6.19~7.14)에 실시한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생성형 AI가 고등교육의 미래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라는 주제였는데 대학 관리자 404명의 응답 결과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생성형 AI 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생성형 AI 고향인 미국 대학들의 도입 추진 현황과 현장 모습 및 의견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생성형 AI가 교육 및 연구, 대학 운영 등에 있어 개선방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교육 및 연구에 위협을 가져올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다수인 58%가 동의했다. 거의 대부분(97%) 생성형 AI는 피할 수 없다고 응답하면서도, 54%는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너무 빠르게 변하는 AI시스템 개발의 “잠정적 중지(temporary pause)”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응답자의 57%는 생성형 AI가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연구(14%), 입학(8%), IT 및 사이버 보안 운영(6%) 순이었다. 응답자의 95%가 학생들에게 AI윤리와 리터러시를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지만 48%만이 그 준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52%는 AI 도구가 학생들의 학업성취 격차를 줄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응답했지만 기관 간 혹은 개인 간 디지털 격차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학 관리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학문의 진실성(academic integrity)’이었다. 84%가 학생들이 AI를 사용해 과제물을 완성하고 자신의 것으로 제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98% 응답자가 학생 평가 방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고 개인 책임 차원으로 미룬다는 지적도 있었다. 응답자의 28%는 대학이 아무 준비가 안됐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9%는 AI가 캠퍼스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했고 단지 14%만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학 운영에 있어 AI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영역을 묻는 질문(복수 선택)에는 △교육(69%) △연구(64%) △커리어 서비스(61%)·도서관(61%) △입학(55%) △학사지원(55%) △IT와 사이버 보안 운영(52%) 순으로 응답했다. 31%가 인력이 감소될 것으로 응답했는데 우려되는 영역은 △입학과 등록(62%) △학사지원(57%) △도서관(54%) 순이었다.

서베이 결과를 보면서 우리도 이런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전체적 추진 현황도 점검해보고 미국과 비교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대학들이 우리보다 발빠르게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AI을 통한 대학 혁신은 외국의 우수 대학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교수학습에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치중하는 면이 있는데, 어떻게 캠퍼스 운영 비용을 낮춰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탈바꿈할 것인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교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급선무다. 대학 간 디지털 격차를 넘어 AI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해 여건이 어려운 대학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대학들의 AI 인프라 구축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아너스 칼럼(2020. 12)에 ‘새로운 대학, MAInetversity를 꿈꾸며’를 쓴 적이 있다. 대학들이 모바일(Mobile) - 인공지능(AI) - 네트워크(Network)로 방패 두른 ‘MAInetversity’로 거듭나 불굴의 용기와 지혜, 협업능력을 갖추고 인공지능·로봇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21세기 오디세우스형 인재’를 양성해줄 것을 주문했다.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를 대학 개혁에 소환해 ‘망치를 들고 교육을 보라’고도 당부했다. 생성형 AI는 이제 대학 개혁의 망치가 되고, 혁신을 통한 ‘MAInetversity’로의 변신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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