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의 확산은 문학생태계에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더구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이용 제공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GPT 기반의 창작 제공 인공지능 플랫폼의 시대가 열였다. 

구글과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엔신스(NSynth)는 1000여 가지 악기와 30여만 가지의 음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를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소리와 음악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발표된 SF 영화와 TV 프로그램 각본 수십 편을 학습한 벤자민 AI는 우주정거장에서 승무원들이 겪는 갈등을 그린 시나리오를 만들어 영화 <선스프링>(Sunspring, 2016)으로 제작됐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창작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위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시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라는 협업자와 개인의 역량과 취향에 맞춘 형태의 미술, 음악, 문학을 창작하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하이퍼라이트(HyperWrite)’는 오픈AI의 GPT를 활용한 AI 글쓰기 도구다. 사용자는 에세이, 지원서, 자기소개서, 단편소설, 시, 마케팅 콘텐츠 등을 창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먼저 글의 목적을 지정하고 AI를 활용해 글을 쓴다. 올해 3월, 국내에서도 7인의 작가들이 챗GPT를 활용해 창작한 SF 앤솔로지 소설집 <매니페스토>를 처음 출간했다. 올해 10월 11일 기준으로 텍스트 기반의 생성형 AI인 챗GPT가 저자로서 출간된 국내 책으로서 종이책은 17종, 전자책은 802종에 이르며 조사된 사례들은 챗GPT가 공저자로 등록돼 있었다.

문학작품 창작뿐만 아니라 방대한 문학작품의 소개와 추천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한나 에를리히(Hannah Herrlich)는 인공지능 사서의 역할에 대해 개선된 정보 검색, 개인화된 추천, 지능형 지원 관리, 사이버 도우미 챗봇, 결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 협업 및 지식 공유 등으로 설명한다.

글쓰기 AI 도구와 AI 사서 사례는 AI가 문화예술의 창작과 사용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인공지능의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작품과 작가 관련 정보를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요구와 수요를 기반으로 파악·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 집중의 계기는 커뮤니케이션의 미디엄(medium)이 텍스트뿐만 아니라 코드, 목소리, 이미지, 음악, 영상, 동작 등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인공지능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하는 자연어 텍스트가 프롬프트(prompt)이다. 이 커뮤니케이션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작업이 인공지능 결과물을 어떻게 생성해낼 것인지를 결정한다.

격변하는 ICT 환경에서 출판 생태계와 출판 활동은 이미 다양한 참여자들이 주도하는 가치 네트워크 체제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며,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작가와 저자의 창작과 출판 비즈니스 모델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핵심 요인이 언어 모델 인공지능과의 자연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기술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적용하고 준비해야 할까. 전통적 문학 창작자 역할 모델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인공지능 글쓰기와 콘텐츠 창작 사례처럼 빅데이터나 주어진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출판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동료로서 함께 하는 창작자 활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빅데이터와 생성형 AI 시대의 문학 창작자 또는 콘텐츠 편집자의 역할 모델은 전혀 다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학 창작자의 새로운 역할 모델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이해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해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서 혁신적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대중화된 도구와 프로그램 언어를 활용하며, 인공지능과 최적의 프롬프트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활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역할 모델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등 ICT를 활용하는 혁신 융합역량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매우 낙관적 관점을 적용하자면, 융합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문학 창작의 기본 역량이며, 파괴적 변화는 늘 창조적 변화를 동반한다. 고난에 찬 이 과정을 헤쳐나가는 지점이 문학 창작자가 인공지능과 동료가 되는 방법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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