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사이클로이드(cycloid)는 바퀴(wheel)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로 회전하는 바퀴상의 궤적을 말한다. 자전거 바퀴의 옆면 어딘가에 점을 하나 찍고 바퀴를 앞으로 굴리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그려진다. 이 곡선을 일명 ‘최단 시간 강하 곡선’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가장 짧은 낙하 시간을 갖는 곡선이다.

지상에서 10m 높이에 있는 공을 옆으로 10m 떨어진 바닥으로 가장 빠르게 닿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상의 삼각형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빗변을 따라 떨어뜨렸을 때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다. 삼각형의 빗변에 해당하는 최단 거리가 아닌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따라 움직이는 공이 더 빠르게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독수리가 지상에 있는 먹잇감을 빠른 속도로 하강해 사냥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기와에서도 사이클로이드를 발견할 수 있다. 목조 건물이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빗물이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하는데, 이때 경사면을 사이클로이드 형태로 만들어 빗물이 빨리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또한 워터파크에 있는 워터슬라이드를 놀이터의 미끄럼틀과 같은 직선이 아닌 사이클로이드 형태의 곡선으로 만들게 되면 직선 경로보다 더 빨리 내려오기 때문에 더 큰 속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이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고등교육정책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단시간에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갈지(之)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7월 반도체 인력 15만 명 양성, 8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9월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 그리고 올해 8월 유학생 30만 명 유치 등의 정책은 교육재정에 목마른 대학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을 바탕으로 대학이 그동안 인재 육성의 목표로 삼은 대학의 고유한 인재상은 교육재정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뒷전으로 물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급기야 의사 정원 확대 등 특정 분야의 인력 양성 계획이 또 발표된다고 한다. 불가피한 필요성이 있다고 치더라도 고등교육의 인력양성 정책을 너무도 근시안적으로 바라본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류에 얹혀 대학 교육과정을 2년에 마칠 수 있게 단축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학기에 35학점을 수강한다면 4학기 만에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짧은 것이 빠른 것은 아니다. 지식이 축적되고, 이 지식의 활용 방안을 찾고, 응용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육성될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직선보다 더 길이가 긴 곡선이지만 직선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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