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년간 임기 마치고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퇴임
풍부한 ‘교육 재정’ 경험 살려 전문대 재정 확충에 노력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에 주력 “보람 느껴”
‘마이스터대’ ‘신산업 특화 전문대’ ‘하이브’ 신설도 성과

이보형 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전문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이보형 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전문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3년간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전문대 재정 여건, 입학생 충원 등 힘든 시기였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분에 임기 동안 의미 있는 정책·재정을 확보하게 된 것 같아 고맙고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약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8월 퇴임한 이보형 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소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간 집무하며 정이 깊어졌을 서울 중구 전문대교협 회의실을 다시 찾은 그는 “교육부에 있었을 때 전문대 관련 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 이 자리에서 도움이 될만한 일들을 잘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며 “임기를 마친 지금은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전문대·고등직업교육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형 전 사무총장은 교육계에서 이른바 ‘교육 재정’ 전문가로 통한다. 교육부에서 재정 분야 두 개의 큰 축인 ‘유·초·중등 분야’와 ‘고등교육·평생직업교육 분야’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거 누리 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원 마련’을 놓고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유아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 방안이 마련되며 ‘보육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특별회계를 신설해 재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이 전 사무총장이다. 특별회계 신설은 지금까지도 여야가 협치해 가장 큰 성과를 냈던 사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올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 신설된 것도 이 전 사무총장 임기 중 성과다. 그간 고등교육 재정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여야, 교육계 모두 재정 확충에는 공감했지만 재원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었다. 극적으로 특별회계 신설 방안이 마련됐고, 이 과정에서 전문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 이 전 사무총장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직 임기를 모두 소화하고 최근 퇴임했다. 퇴임 소회를 우선 듣고 싶다.
“약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전문대교협에 첫 출근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임기 4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갔다. 특히 임기 4년 중 3년 이상을 코로나19와 같이하다 보니까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사무총장 임기 동안 총장님 등 전문대 구성원, 전문대교협 직원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전문대 현안 사항 중 일부를 해결할 수 있었다. 마이스터대학과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하이브) 사업 등 전문대 특성을 반영한 신규 정책사업을 신설하고,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전문대 재정을 확충할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으로 왔을 당시를 기억하는지. 교육부를 떠나 협의회에 왔을 때 느낌은 어땠나.
“2019년 5월쯤 퇴직하기 약 2년 전에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관련 연락을 받았다. 교육부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전문대 관련 일을 안 해봤었다. 그래서 전문대가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제가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만 공직생활 중 다양한 현안을 처리했던 과정에서 경험을 토대로, 전문대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면 전문대 현안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왔다.”

-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을 것 같다.
“사무총장 임기 4년간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현안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면 3년 이상 장기간 지속됐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이다. 또 고특회계를 신설해 재정을 확충한 점, 전문대 특성을 반영한 여러 신규 정책 사업을 확보하는 과정 등도 들 수 있겠다.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2020년 1월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정부와 전문대 현장과 소통해 나가면서 대응했었다. 내부적으로는 전문대가 가장 취약한 분야인 온라인 원격수업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연수시스템을 기존 오프라인 방식에서 전면 온라인 연수체제로 전환했다. 외부적으로도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현장실습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온라인 원격수업 지원 등 긴급 재정을 확보해 지원함으로써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문대 재정 확충과 관련해서도 처음 사무총장으로 와 현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전문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재정 문제라는 점을 확인하고 최우선 과제로서 추진했었다. 특히 일반대·전문대 간 재정 구조와 규모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일반대와 동일하게 획일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한 것은 불합리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대 재정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고특회계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하면서 전문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규 정책 사업 도입과 관련해 교육부에 일반대·전문대의 설립 목적과 인재 양성 분야가 서로 다른 점을 감안해 전문대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마이스터대학,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하이브(HiVE) 사업 등 전문대 특성을 반영한 정책 사업을 다수 신설할 수 있었다. 특히 2025년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전면 시행을 앞두고 사전에 하이브 사업을 신설하고, 대학의 평생교육 체제(LiFE, 라이프) 지원사업 등을 대폭 확대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 공직에 있을 때 특히 ‘재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에서 재정과 관련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교육부의 전체 재정 구조를 살펴보면 크게 유·초·중등 분야와 고등교육·평생직업교육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둘은 재정을 확보하고 집행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유·초·중등 분야는 법령에 기반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중심으로 총액을 확보하고 총액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고등교육·평생직업교육 분야는 매년 사업별로 단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제가 특별한 전문성을 갖춘 재정 전문가라기보다는 교육부에서 국가재정과 지방재정 업무를 동시에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아 저를 재정 전문가라고 불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DJ)정부 때 IMF, 이명박(MB)정부 때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국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교육부 전체 예산을 총괄하게 됐다. 공직에 있었을 때 재정 분야 성과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 당시 교육 재정을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재검토해 재구조화했었던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2000~2001년에 지방교육재정을 담당하면서 약 10조 원 규모의 ‘OECD 국가 수준 교육여건 개선계획’을 수립했다. 약 1000개교의 학교를 신설해 2부제 수업과 과밀학급 해소, 교원 수업시수 감축 등 열악했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에선 경기침체 시기 당시 교육부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누리 과정을 담당했다. 여야 정치권과 경제 당국, 시도 교육감 등과 소통하며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 과정 재원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 전문대 재정 상황이 갈수록 나빠진다. 올해 고특회계가 생겨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별회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없었는지.
“올해 신설된 고특회계는 그동안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식이던 단년도 예산 편성 방식에서 벗어나, 법령 기반의 특별회계 제도를 통해 재정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특회계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재원의 문제였다. 정부와 여야 정당, 시도 교육감 등 모든 주체가 고등교육재정 확충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특별회계의 재원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입장이 서로 달랐다.
경제 당국에서는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라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세수가 감소하는 등 인구·경제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감안할 때 국가재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 정부 전체 재정에서 교육 재정의 비중을 확대할 수는 없고, 이 때문에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려면 초·중·등교육재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게 경제 당국의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시도 교육감 쪽에서는 교부금 증가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또 지방교육재정에서 경직성 경비가 약 80% 수준으로 높은 점을 감안해 초중등교육재정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를 대신해 기업이 대학에서 양성한 인력을 채용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고려, 법인세 재원을 별도로 확보하는 형태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회계 재원에 대한 의견 차이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2022년 정기국회 마지막에 정부와 여야가 조금씩 양보해 국세분교육세 1조 5000억 원, 일반회계에서 2000억 원을 신규 확보하고 약 8조 원 규모의 기존 사업을 이관해 최종 9조 7000억 원 수준의 고특회계를 신설할 수 있었다.”

- 특별회계는 3년 한시 지원이다. 전문대 재정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선 체계적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텐데 이와 관련해 조언할 게 있다면.
“고등직업교육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 운영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주요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문대를 포함한 고등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예상되는 변수로는 ‘고특회계 연장·확대 여부’ ‘지방교육재정의 개편 방향’ ‘세수 여건 개선 여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2025년에 종료되는 고특회계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고특회계 전체 규모는 약 9조 7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신규 재원은 국세분교육세 약 1조 5000억 원과 일반회계전입금 약 2000억 원 등 총 1조 7000억 원이다. 고특회계를 연장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과 세수 증가 여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향 등을 검토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구·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부의 핵심정책과 연계해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사업별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통합 재정지원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인구·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핵심 정책은 별도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신산업(첨단) 분야 현장인력 양성’ ‘신중장년 평생·직업교육 지원’ ‘지방소멸 해소를 위한 지방특화산업 정주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라이즈(RISE)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연계·협력을 강화해 지방재정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2025년부터 라이즈를 전국 광역지자체에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지자체와 연계·협력을 강화해 ‘전문대학 라이즈 대응 TF’에서 마련한 ‘전문대학 특화형 프로젝트 모형’을 기반으로 지역·대학별 특성을 강조해 대응해 나간다면 지방재정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라이즈 전환 과정에서 전문대가 소외되진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문대 사회에서 우려하는 측면은 라이즈 구축 과정에서 전문대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연계·협력이 곤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고등교육 정책은 정치적 변화와 관계없이 이어질 필요가 있지만 지방정치에 종속돼 지방정부 교체기마다 정책이 단절될 수 있다는 점도 전문대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다.
전문대교협은 이 같은 우려에 대응하고자 전문대 교수들이 참여해 그간의 고등직업교육 성과를 반영한 ‘전문대학 특화 모형’을 개발해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개별 전문대의 핵심 성과와 우수 사례를 제시하면서 대응한다면 라이즈 구축과정 등 제도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라이즈 전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이보형 전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라이즈 전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이보형 전 사무총장은…
충남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육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교육부에서 ERP팀장, 지방교육재정과장 등을 역임했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사무국장, 경상대학교 총무과장 등을 지냈다. 2019년 8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지난 8월 퇴임했다. 주요 상훈으로 홍조근정훈장, 교육부 장관 표창,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았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의진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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