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포괄하는 첫 통합 계획인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 정책의 청사진이다. 이번 계획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모두 참여해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정책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

그런데 첫날부터 김새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국민의힘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내용으로 하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발표하고 당론으로 결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후속 조치도 서둘렀는데,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본격화하기 위해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김포 외에도 광명·구리·하남 등을 서울로 편입하는 ‘서울 광역권’에 대해서도 검토할 방침임을 밝혔다.

지방시대 개막을 울리는 시간에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라 왠지 ‘따로국밥’, ‘엇박자’란 단어가 떠오른다. 발표 시기도 그렇고, 내용으로도 정부와 집권 여당의 행보가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시대위원회의 야심찬 종합계획은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묻혀버렸다. 도하 언론들은 지방시대보다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자들로부터 불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진의가 무엇인가’,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인가’, ‘누가 이 따위 정책을 이 시기에 발표했는가’, ‘정부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 등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그런 정무 감각으로는 위중한 사태를 대처해나갈 수 없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한마디로 잔칫집 와서 행패 부리는 것도 아니고 ‘다 된 밥에 재뿌리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그나마 지방시대 이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한 측에서 나온 고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나머지는 비난 수위가 더 높았다. ‘앞뒤가 전혀 다르다’, ‘정략, 번개치기, 국민현혹’ 등 정치적 의도가 담긴 집권당의 ‘술수’라는 맹비난이 이어졌다. 언론의 관심이 ‘메가시티 서울’ 구상으로 빨려 들어갔으니 지방시대는 그들만의 잔치가 됐다.

당연히 정치권에서도 상반되는 주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국민 편익 증진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며, 서울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라며 폄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뜬금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동연 경기지사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국토 갈라치기”라고 각을 세우고 있으며, 이개호 정책위의장도 “정치적 의도에 따른 갈라치기”라며 비난했다.

이 건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의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국가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지역도 수도권 못지않게 따라잡자는 것이지, 각 지역들이 다 똑같이 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로 우회적 입장을 내놓았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폭발성을 갖고 있는 집권당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 경계가 희미한 ‘지방시대’라는 국정과제의 경중(輕重)을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수도권 확장이 아니란 인식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도의 정치적 수사(修辭) 아니면 단견(短見)으로 보인다. 지방에서는 수도권, 비수도권 문제의 핵(核)은 서울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런 배경에서 서울을 확장한다는 주장이 ‘메가시티 서울’ 구상인데 이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인구 통계는 지방소멸을 미래 문제가 아닌 현재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소멸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국적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을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지방시대 종합계획안’에 담겨 있다. 지금 시점으로서는 이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지방시대 5개년 종합계획이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제기된 ‘메가시티 서울’ 구상으로 모처럼 맞이한 지방시대의 등불이 꺼진다면 그 후과(後果)를 어찌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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