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내부 출신…산업기술연구소장, 산학협력단장 등 주요 보직 역임
‘젊은 대학’으로 탈바꿈…‘패스트커리큘럼’ 운영 등 교육과정 개편
인천 8대 전략산업 기반 학과 정비, 산업체와 공동으로 수업 개발
재직자교육도 확대, 전공트랙별 직업 역량 갖춘 인재 양성 주력
‘VISION 2030’ 재해석한 인재상 제시…“문제해결 능력 갖춘 인재 양성할 것”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대학’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 맞춰 내부 시스템과 교육과정 등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대학’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 맞춰 내부 시스템과 교육과정 등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모두가 위기를 말할 때, 인하공업전문대학은 기회에 집중하겠다. 65년 전통의 인하공전을 ‘젊은 대학’으로 탈바꿈해 미래로 나아가는 대학을 만들겠다.”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총장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대학’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성찬 총장은 “우리 대학은 전통이 있는 만큼 건물도 많이 낡았다. 낙후된 시설을 보완하고 대표 학과 실습실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인하공전은 전통 있는 학교인 만큼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오래된 시설과 내부 시스템을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어 “교수, 직원들도 나이가 많은 편인데 이들의 연륜을 살리면서도 젊은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대학이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변하는 사회에 맞춰 학교도 바뀌어야 재학생들이 ‘시대와 같이 발전하는 ‘젊은 대학’에 다니고 있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 7월 총장으로 취임하며 20여 년간 함께한 대학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앞서 그는 지난 2002년 3월부터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하공전과 함께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산업기술연구소장,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산학협력단장 등 주요 보직을 지내며 학교 발전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는 총장으로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 계획이다. 특히 대학 혁신 일환으로 ‘직무 트랙제’에 기반을 둔 ‘패스트커리큘럼’을 운영하며 교육과정을 개편할 예정이다. 그는 “직무 트랙제를 더욱 세분화해 운영하겠다”며 “현재 4개 트랙을 운영하는 학과도 있다. 서로 다른 학과가 공동트랙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어 “직무 훈련에 바탕을 둔 NCS 기반 교육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최근 사회 변화 속도에 기민한 대응은 어렵다”며 “지금 시대에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수업 진행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수업 기간, 내용 등을 산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할 것이며 재직자 교육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업적 평가’도 책임과 성과가 중심이 되도록 개편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고 행정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총장은 “교수업적 평가제를 개인 실적 위주에서 학과·대학 발전 기여가 중심이 되도록 바꿀 것”이라며 “대학 발전 목표와 거리가 있는 항목은 평가에서 과감히 배제하겠다. 학교 발전 기여도와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성찬 총장이 취임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총장 취임 후 약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는.
“취임 후 100일을 넘기니까 답답했다. 마땅히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로 1년이 지나가면 어떡하나 불안감도 있다. 총장이 되고 밤에 더 생각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고 잘한 점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 날짜의 일기도 읽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총장이 되니 기억할 것도 많은데 이런 점을 일기에 적기도 한다. 일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얻고 있다.”

- 25년 만에 내부 인사 출신 총장으로서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감은 없는지.
“25년 만에 내부 교수 출신으로 총장이 됐다는 자긍심은 우리 내부 교직원이 갖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인하공전 교수로 임용됐을 때 긍지와 자부심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동료 교수들, 수많은 제자와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 그런 시간들이 모여 25년 만에 총장 자리에 오르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내부 구성원들이 뽑아준 것이라 생각한다. 총장을 선출할 때 내부 교수 15명에게 추천서를 받는다. 그때 학교를 돌아다니며 99명의 전임 교수에게 서명을 받았다. 총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점이 선출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본다. 따라서 한층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구성원들의 성원과 신뢰에 보답하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맡은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할 생각이다.”

- 교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회사와 함께 성장해 현재 본부장 자리까지 오른 졸업생이 있다. 이 친구가 학교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졸업할 때가 되자 취업 추천을 통해 직원이 10명 정도 있는 회사에 입사했다. 7년이 지나고 이 제자가 ‘후배를 뽑으러 왔다’라고 말하며 명함을 줬는데 생산본부장이 돼 있었다. 본인이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바디컴’이란 전공동아리를 통해 취업한 졸업생들도 생각난다. 신임 교수 시절 바디컴을 만들어 방학 중에 학생들에게 교과과정에 없던 카티아(CATIA, 3차원 컴퓨터 지원 설계 프로그램), 컴퓨터 이용 공학(Computer Aided Engineering, CAE)을 가르쳤다. 특히 CAE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학생들이 대학원 출신자들이 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DNV선급과 BV선급에 취직하기도 해 더욱 기억에 남는다.”

-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 싶은가.
“인하공전을 졸업한 뒤 자신이 선택한 직업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직업적 역량을 자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총장 취임 후 대학의 인재 양성 목표를 ‘VISION 2030’으로 재해석했다. 저의 ‘VISION 2030’은 ‘20대에 우리 대학에서 수학해 사회에 진출한 후 30대에 직업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만들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여기서 ‘진’은 인하공전 학훈인 ‘진(眞)’에 기반을 뒀다.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인재는 실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전문적 맥락에서 효과적 해법을 제시하거나 구현할 것이다.”

-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특별한 방안이 있는지.
“세부 트랙에 맞춘 인재 양성이 핵심이다. 총장이 된 후 각 학과 교수에게 직무별 인재상에 맞는 직무트랙,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과, 교육과정 별로 이에 맞는 인재상이 나와야 한다. 또 세부 직무 트랙마다 인재상이 달라야 한다. 다만 학과 트랙별 인재상에 공통분모는 있어야 한다. 공통 인재상과 함께 트랙별로 학생 강점을 키울 수 있는 인재상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제너럴한 인재상이 아니라 전공, 트랙마다 학생들의 장점을 강화하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성찬 총장이 패스트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총장 취임 후 트랙제를 중심으로 하는 ‘패스트커리큘럼’ 전환을 강조했다. 기존 교육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내부 유연성이다. 지금 시범 운영하는 학과가 있다. 시범 운영 이후에는 조금 더 다양한 학과에서 시도하고 싶다. 요즘은 한 학과에 학생이 20명인 경우도 있다. 필요에 따라 학생 10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교육 공간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 총량을 정해두고 내부에서 유연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직무 트랙끼리 경쟁을 통해 강화, 도태되기도 하면서 신설학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공동트랙의 경우에는 융합 가능성도 높다.”

- 최근 대학과 지자체 간 협업이 강조되는 가운데 취임사에서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성·경쟁력 강화’를 혁신 과제로 꼽았다.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가.
“먼저 ‘인천 8대 전략산업’을 바탕으로 둔 학과 계열을 정비할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광역시의 실무 부서와 연계·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이미 인하공전에서 경쟁력이 강한 학과로 꼽히는 ‘항공’ 분야 학과는 인천광역시 항공기정비(MRO) 산업, 물류 회사 등과의 연계 체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 이외에도 인천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첨단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의 분야도 관련 산업체와 연계해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직무특화 교육과정’을 정립할 계획이다. 인천은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거점으로 국내 여객 ·운수 산업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하공전은 항공, 관광, 물류 등 인천 핵심 산업에 기반을 둔 학과를 운영하며 많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공업 계열 학과도 지역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과 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산업체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역량을 증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김 총장의 리더십 핵심은 무엇인가. 구성원과 소통하는 특별한 방법은.
“총장 리더십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하공전에 교수로서 재직했기 때문에 교내 문제와 문화를 잘 알고 있다. 그만큼 문제해결 방식, 과정을 구성원과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안 된다. 더 많은 노력과 준비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과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소소한 것부터 할 생각이다. 교무처장과 모든 학과에 방문해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은 내부 구성원이 이야기할 시기라고 생각하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로 전문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하공전만의 입시 전략이 있는가.
“입학생 확보에 전략은 없다. 다만 인하공전은 매년 학생들의 불편·요구사항을 분석해 다음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2024학년도에는 산업 트렌드에 맞춰 반도체기계정비학과, 디지털마케팅공학과, 물류시스템학과, 스포츠헬스케어학과 총 4개 학과를 신설했다. 향후 산업 동향에 맞춰 학과의 세부 직무 트랙을 개발하고 이 가운데 경쟁력 있는 트랙은 신규 학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닦은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 인하공전 내부에서 총장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초석을 다진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전문대 생존이 위태롭다. 인하공전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하공전이 이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20년 이상 존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모두가 대학 위기를 말했던 시기에 온화한 성품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하공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 낸 총장이 되고자 한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김성찬 총장이 인하공전 입시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김성찬 총장이 인하공전 입시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김성찬 총장은…
서울대에서 조선공학 학사·석사 학위, 일본 히로시마대에서 조선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거 삼성중공업 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지냈으며 지난 2002년 3월 인하공전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인하공전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산업기술연구소장(2007~2009), 산학협력단장(2015~2019) 등을 지냈다. 지난 7월 인하공전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주지영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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