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연천군보건의료원장

최병용 연천군보건의료원장
최병용 연천군보건의료원장

세계가 하루권으로 생활 환경이 바뀌어 지구 반대쪽까지도 하루 만에 여행이 가능하듯, 감염병 역시 하루권에 있으므로 검역과 예방은 더욱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만 보더라도 전 세계 비행기가 일주일이면 2만2500여 건의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감염병 유입이 일일권에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시련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겪었다.

그러던 지난 10월 19일, 생소했던 ‘소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 LSD)’이 서산농장에서 발생해 복지부와 재난센터, 질병청, 관계기관 등에 비상이 걸렸다. LSD는 ‘Lumpy Skin Disease’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소에게 나타나는 혹(럼피)의 피부(스킨)병이다. 가축전염병 1군에 해당하는 전파력이 강한 Pox 바이러스 계열로 주로 접촉에만 감염되는 기계적 전파 감염병이다.

이 럼피스킨병은 지난 1929년 잠비아의 풍토병으로 시작해 2013년에 중동, 러시아로 확산됐다. 그 후 지난 2019년 아시아 지역인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등으로 확산됐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럼피스킨병에 대한 백신을 미리 확보했고 다행히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해 인도에서 럼피스킨병이 확산돼 200만두 이상 피해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에서 처음으로 소 다섯 마리의 의심 신고가 있었다. 다음날인 20일 소의 정소 배양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분리됨으로 최초로 우리나라에서도 소 럼피스킨병이 확진돼 145마리 살처분을 시작으로 3600마리가 살처분됐다. 경제적 상황과 농가의 고충을 고려해 반경 500m 이내 살처분 방식에서 해당 감염사육장만 살처분하는 것으로 바뀌긴 했지만 사육농가에게는 큰 손실이었다.

더구나 럼피스킨병 잠복기가 4일에서 길게는 4주간으로 본다면 이미 여러 곳으로 확산됐을 것으로 예상돼 그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처음 확진된 지난 10월 20일을 지나면서 단 며칠 사이에 69곳으로 늘면서 당진, 태안, 평택, 김포, 화성 등 25개 시군에서 확진됐다. 이어 도처에서 소의 이상 보고가 올라오고 있어 처음 관심 단계에서 주의, 심각 단계로 바로 격상됐다. 예방과 소독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빠른 대처가 관건이다. 다행히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라서 사람에게는 감염이 되지는 않겠지만, 매개 곤충이 모기 등 흡혈 곤충이라 말라리아와 함께 방제를 위해 관련 모든 기관에 비상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증상을 보면 소의 피부에 결절이 2~5cm 크기로 나타난다. 또한 고열과 식욕부진 등으로 인한 중량 감소와 함께 암소에서는 유산과 유량 감소, 수소에게는 고환염 같은 번식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 질환의 빠른 감염력 때문에 감염된 소는 물론 축사 내 모든 소를 살처분(SOP)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356만두의 소가 있다. 가장 확실한 예방은 백신 접종이다. 현재 비축분 54만두 분의 백신에 추가로 172만두 분과 273만 백신을 추가 구입해 총 445만두 백신을 확보할 예정이다. 감염의 확산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약 3주가 지나서 항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다행히 구제역 폐사율이 55%에 비해 다소 낮은 10%대이지만 ‘농촌을 지키는 귀한 소’이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따라서 축산 관계시설 종사자나 차량 등의 통행을 일시 정지하고 발생 농장 10km 이내에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살충제 살포로 매개체 박멸과 구충작업 및 주변 소독을 통해 감염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럼피스킨 바이러스는 축축한 축사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앞으로도 어떠한 바이러스의 감염병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손 씻기부터 개인의 청결을 통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