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김규석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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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약 3년 동안 경험한 대혼란도 어느덧 지나버린 먼 이야기가 된 것만 같다. 대학은 팬데믹 기간 무엇을 학습하고 경험했는가? 최근 정부가 선포한 ‘10대 유학 강국’ 비전과 관련해 돌이켜 보면 대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단연 외국인 유학생 관련 업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학생 유치 활동의 전제인 ‘국경을 넘는 이동성’이 차단된 상황은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는 매우 경쟁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유학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유학생이 감소했던 경험을 통해 위기감은 크게 고조됐다. 특히 학점·자격증 이동성(credit/certificate mobility)이 학위과정 이동성(degree mobility)보다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15만3695명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는데, 비학위과정은 4만692명으로 2019년과 비교해 32.1% 감소하기도 했었다. 팬데믹 전후로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공급하는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의 학생 이동성 흐름 변화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인도와 중동의 성장세도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기간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관점에서 국내 대학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조직연구자인 쿠르트 레빈(Kurt Lewin)이 창안한 △해빙(Unfreezing) △이동(Moving) △재동결(Refreezing)의 조직변화 3단계 이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해빙 단계를 살펴보면 외국인 유학생 수와 재정수입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초국가적인 예측 불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 모집을 둘러싼 국내외적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위기의식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많은 대학은 변화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또한 대학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실효적 대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실무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둘째, 이동 단계에서는 조직적 전략 변화와 대응 체제를 마련하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즉, 이전까지 해오던 방식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제도, 프로세스, 조직 운영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는 한편, 디지털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제도적 탄력성을 추구했으며, 근본적으로 전략을 점검하며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계기로 삼았다. 나아가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행사를 개최하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틱톡 등 소셜미디어·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했다.

셋째, 재동결 단계를 거치며 대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균형을 모색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모집 모멘텀(momentum)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가 아직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기간 높아진 디지털 활용도와 창의적 시도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발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뚜렷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대학이 팬데믹 기간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 과정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 정보, 경험, 역량을 오프라인 요소와 발전적으로 결합해 포스트코로나를 시대에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모든 것을 과거와 같이 돌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위기감’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촉발한 혁신 움직임을 제도화하고 문화적으로 정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연구중심대학과 중소형대학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고등교육 지형의 양극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국내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대학도 정부의 구조조정 압력 속에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불러올 충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비수도권과 대학으로부터 상당한 대학원 인력을 공급받는 연구중심대학의 고민도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측면에서는 절박감을 느끼지 않는 대학이 없을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2022년 발간한 발전전략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던 ‘해외캠퍼스 설립 등을 통한 외국인 유치를 활성화 방안’은 이 같은 위기의식의 방증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부터 그들의 성공적인 졸업 후 진로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대학임을 다시 주지해야 한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단순히 ‘머릿수’와 ‘재정수입’으로 보는 도구적 관점이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 있게 함으로써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포용적 학습 공동체의 가치를 배가하고, 대한민국 고등교육 시스템이 배출한 인재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와 인류에 이바지하게 돕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와 함께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로 나아가려는 대한민국의 앞길에 ‘팬데믹 유산’의 발전적 활용을 위한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본 원고는 필자가 출판한 학술논문인 ‘코로나19 기간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대응 연구’를 토대로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DOI: http://dx.doi.org/10.22838/jher.2023.6.1.131)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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