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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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조사에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젊은층(20~39세)의 인구가 6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대졸 예정자의 취업은 어렵다는 의미다. 지인의 자녀 A는 서울 최상위권 대학의 졸업반이다. 그는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공부하고 최근 취업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불확실함 때문에 매우 불안하단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무엇을 하여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이런 게 걱정이란다.

후배 B는 40대 초반으로 두 딸의 아빠이자 사교육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매우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최상위권 특성화 대학을 졸업했기에, 먹고 사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어느 날 그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지? 기술을 배워야 하나?”

후배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러 실수하거나 기회를 놓친 경우가 생기고, 그럴 때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자책이 든다고 했다. 간혹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지금 하는 일이 잘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 지식이 아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분야의 것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명문대학 졸업자나, 현재 직업인 모두 먹고사는 문제는 정말 어렵다. 대학 졸업예정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2021년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 취업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3%가 사실상 구직 단념 상태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가 가장 많았고,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리고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2022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서도 65.8%가 사실상 구직을 포기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1년 조사 결과와도 그 이유가 비슷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대학에 진학만 하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필자가 보기엔 근거가 매우 부족한 말이다. 오히려 대학에 진학함으로 인해 인생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어려운 길로 빠지는 사람도 많다. 실제 필요한 경력을 쌓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이유도 적잖다. 전경련에서 발표한 것만을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입시계에서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는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는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침하는 직업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개인의 선택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오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슴을 졸이고, 시험 결과에 따라 인생에 성공했거나 망쳤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능의 결과와 별개로 먹고사는 문제는 모두에게 어렵다. 오히려 수능에 집중함으로써 이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된 경우도 많다. 수능과 무관하게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사회에 매우 필요하지만, 종사자가 적은 분야인데 여기에 필요한 내 능력이 좋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먹고사는 문제는 줄어들 게 명약관화다. 이런 직종은 얼마든지 있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해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수능의 결과가 어떻든 실망하지 말자. 이제 대학 진학을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시대인 것 같다. 지금은 사람들이 필요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수능과 그 점수보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시험과 경력,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뉴스에 나오지 않는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일자리들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숨겨져 있다. 관심을 가진 사람만이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은 수능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개인에게 평생을 살아갈 힘을 주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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