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탁 지음 《죽기위해 자살하는 게 아니다》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미국 뉴스매거진 US뉴스&월드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세계 국력 랭킹’에서 영국이 5위, 한국은 6위, 프랑스는 7위, 일본은 8위로 평가되었으므로, 우리나라는 이제 G7 수준에 근접했다. 해방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성공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 조 금 다른 질문을 받고 있다. “한국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자살률은 왜 이렇게 높은가? 한국의 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우리 사회는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국가로서는 성공했지만, 자살률 1위와 최저 출산률이 시사하듯이 사회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사회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자살률이 증가해 2003년부터 OECD 가입국 중 1위를 오랫동안 기록 하고 있는데, 경제적, 사회적 상황의 악화로 인해 자살 충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1 년 2030세대 성인남녀 18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22.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봤다”고 응답했고, 63.3%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태라 답했다. 또 한국대학생교육협의회가 2018년 대학생 26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살위험군이 14.3%에 달했다. 불안증상은 74.5%, 우울증상은 42.3%가 앓고 있었다. 자살자가 2021년 1만 3352명, 2022년 1만 2906명이었는데, 자살자 1만3000여 명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자살률 증가가 아니라 자살 충동자와 시도자, 즉 자살예비군의 양산이기 때문 이다.

자살은 개인적 고민과 사회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고민과 사회병리현상은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해결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사람들은 개인적 고민이나 사회적 문제만으로 자살하는 게 아니다. 자살에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살다가 힘들면 자살이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자살하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자기 판단에 따라 자살해도 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개인적 고민이나 사회적 문제 이외에, 자살과 죽음에 대한 오해도 자살을 부추긴다.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죽는다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 사회에서 누가 차분히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저지 오진탁 한림대 인문학부 교수는 한국 생사학협회 회장이며 1997년부터 한림대에서 생사학 강의를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살률이 증가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으므로, 생사학 콘텐츠를 활용해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계발했다. 한림대에서 대학생 대상으로 ‘자살예방의 철학’을 강의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터북스/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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