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사업이 제1기 10개 팀이 본 지정을 통해 정해졌다. 이번 글로컬대학30 사업에는 108개 대학 94개 팀이 혁신기획서를 제출했다. 혁신의 방향과 비전의 우수성, 그리고 구체적인 세부 실행계획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평가됐다.

본 지정 관문을 통과한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포스텍) △한림대 등이다.

국립대 10개교, 사립대 3개교, 공립전문대 1개교가 지정받았다. 지정된 대학은 미래 교육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 첨단산업 인재 양성과 지역과 동반성장에 중점을 둔 혁신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바야흐로 대학의 새로운 모델 구축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혁파가 대학의 혁신 의지에 불을 지폈다. 대학은 그간 축적한 혁신 경험을 토대로 “벽을 허무는 교육혁신, 지·산·학 협력, 대학조직 혁신, 글로벌 개척, 성과관리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혁신계획”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거나 제한적 영역이었다. 대학의 진정한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은 확실히 대학으로 넘어갔다. 대학인들이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학혁신은 물론 지역혁신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대학 육성 사업(World Class University), 이른바 프라임(PRIME ; 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이라 불리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 등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경험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발표 당시에는 가장 핫(hot)했던 사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후유증만 진하게 남겼던 사업으로 기억된다.

일부에선 이번 글로컬대학30 사업도 그와 마찬가지로 귀결될 것이라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이전 사업과는 전혀 결을 달리하는 사업이다. 일단 정부 의지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시작 단계에서 대대적인 예산지원과 더불어 정부 규제 완화 조치가 신속히 이뤄졌고, 지역혁신 허브로서 대학 역할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 발전 특구도 선포된 상태다.

정부의 혁신 이니셔티브가 강하고 그 흐름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부터는 대학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혁신 실행 주체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과연 본 지정 대학들이 혁신안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본 지정 평가에서도 혁신안의 실현 가능성이 50%를 차지했다. 겉만 화려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혁신안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물론 혁신안을 보면 실행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난제들이 보인다. 구성원과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고 해도, 실행 단계에서 또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학과, 전공 벽 허물기, 대학 조직 혁신 등 문제는 대표적인 난제다. 또한 통합을 전제로 선정된 4개 팀(8개 대학)의 향후 레이스도 복잡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1년 이내에 통합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혁신안 추진을 대학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단 교육부는 철저한 모니터링과 엄격한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그리고 중간·최종 점검을 통해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액 환수뿐만 아니라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는 점을 알렸다.

글로컬대학은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대학의 미래비전을 먼저 보여주며, 지역 내 모든 대학의 발전을 이끌고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의 길을 찾아갈 책무를 지니고 있다. 막중한 ‘책임의 길’이자 ‘고난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실함 앞에서는 책임과 고난도 사치에 불과하다.

혁신안을 만들고 본 지정에 이르기까지는 총장 이하 경영진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본 지정이 되고 난 이제부터는 대학 구성원의 몫이 훨씬 크다. 혁신의 수레바퀴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와 자양분은 구성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할 것인가 아니면 망양득우(亡羊得牛)가 될 것인가. 대학인들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변화하기 힘든 기관으로 종교기관과 대학이 거론된다. ‘대학이 사회를 걱정하던 시대’가 ‘사회가 대학을 걱정하는 시대’로 변한 지 오래다. 글로컬대학이 ‘대학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사회 모든 부분의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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