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대학’ 기반 혁신 TF팀 운영, 시스템 구축 박차…지속가능한 성장 토대 마련
모집단위 광역화, 모든 전공의 융합 연계 전공 시행…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탈바꿈
현장중심 융복합 차별화로 경계없는 교육 실현, 실무능력 강화…글로벌 캠퍼스 건립 추진도
현실지향적, 프랙티컬(practical)한 학문 추구…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초점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 체계 고도화…자회사 늘리고 대규모 창업 펀드 조성 목표
“조직은 사람의 평생을 담는 곳…열심히 일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정승렬 국민대 총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대학교육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임기 중 수행할 계획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정승렬 국민대 총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대학교육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임기 중 수행할 계획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국민대학교를 국내 주요 대학에 포함시키고, 글로벌 랭킹 500위 내로 진입시키겠다.”

8월 3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학술회의장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정승렬 총장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대학교육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4차 산업 혁명을 근간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 전문지식이 변화하고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등의 여러 어려움이 대학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정승렬 총장은 △경계없는 교육 생태계 구축 △학문 분야별 경쟁력 평가 △산학 협력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캠퍼스 설립 △공동체 자부심의 혁신 에너지로 전환 등 5대 정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을 예고했다. 또한 교육 철학, 인재상, 가치, 제도, 인프라 등을 연결해 학생들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도울 것을 천명했다.

취임 후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 총장을 지난달 21일 국민대 총장실에서 만나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9월 1일 취임 후 두어 달의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보냈나.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5개의 TF팀을 구성·운영하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행정에서는 인사 관리,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고 학사구조 개편, 관련 인프라 등 대학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한 고민과 실행을 위한 조치 등도 진행했다.”

- 취임 일성으로 “학과 경쟁력을 평가해 학사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계획인가.
“지금까지의 대학 교육은 학생이 입학하면서 선택한 학과·전공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고 졸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계를 깨야 한다. 예전에는 교수가 만든 학과에서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공급자 중심 교육이었으나, 이제는 학생이 전공 선택권을 갖고 원하는 학문을 배우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졸업할 때 전공을 정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학생이 대학에 들어온 뒤 마음껏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필요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민대는 모집단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모집단위 광역화를 위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TF팀을 가동하고 있으며, 교무회의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전공에 의무적으로 융합 연계 전공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수들에게 본인의 전공과 타 전공의 융합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전공을 제시하라고 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취합이 된 상황이다. 향후에는 융합 연계 전공과 마이크로 디그리도 연계해 더 세분화된 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는 융합 연계 전공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전공이 없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학생 지도나 소속감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모집단위 광역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학생의 소속감 문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내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가는 것이 맞고, 학생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전과를 하고 싶어도 성적이 안되거나, 인기학과라 학생 수 제한 때문에 전공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선택한 전공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기존의 ‘오메가 스쿨’ 제도를 더욱 확장, 개편해 시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관심 분야의 창업 프로그램, 해외인턴십 등을 체험하고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직원평가 등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상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현재까지는 정량평가가 불가능한 부처가 있어 다면평가를 진행하고, 일부 포상이나 근속기간에 따라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으나 이런 방식을 수긍하지 않는 직들이 많았다. 이에 기존 방식으로 50%, 나머지는 50%는 핵심성과지표(KPI)를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KPI는 기존 직무를 분석해 구성하는 방식과 전략기획팀 등에서 구축해 톱다운(Top-down) 시키는 방식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학평가 지표나 외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하나의 사업을 다양한 부처에서 진행할 경우 KPI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인 역할분담도 고려 중이다. 이렇듯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라 짧은 시간에 구축하긴 어렵고, 천천히 조정을 통해 가다듬으며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
조직은 사람의 평생을 담고 있는 곳이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노후 준비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고, 그만큼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직장이 잘 될 수 있도록 경영자들이 잘 경영하고, 직원들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충분한 대우도 있어야 한다. 일을 하는 직원과 하지 않는 직원에 대한 대우에도 차별을 둬 열심히 일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승렬 총장은 “조직은 사람의 평생을 담는 곳”이라며 “열심히 일을 하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정승렬 총장은 “조직은 사람의 평생을 담는 곳”이라며 “열심히 일을 하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기업가정신 대학’으로의 변화도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대학’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개념화했나.
“기업가정신을 가진 인재를 키우고, 기업가정신으로 대학을 경영하고,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취임 당시 ‘기업가정신 대학’으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대학은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 융합적 지식을 훈련시킬 수 있어야 하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대학은 창학 당시부터 기업가정신이 녹아 있었다. 해공 신익희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이 설립해 애국정신이 건학 이념으로 자리잡은 후, 성곡 김성곤 선생(쌍용그룹 창업주)이 인수하면서 기업가정신이 육영 이념이 됐다. 이에 따라 인재상도 ‘세상을 바꾸는 공동체적 실용융합인재’인 ‘도전하는 국민인’로 삼았다.
우리 대학은 현실지향적이고 프랙티컬(practical)한 학문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뿌리에 기업가정신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몇십년 전 니즈와는 결이 다르다. 신산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니즈 생기면 대학은 그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 대학의 교육철학은 기업가정신을 통해 공동체를 이롭게 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혁신적 아이디어와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돕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가르치고 있다.”

- 기존의 차별화된 교육콘텐츠도 국민대의 큰 자랑거리다. 이는 어떻게 보완 발전할 계획인가.
“‘팀팀클래스’와 ‘알파프로젝트’ 등 국민대만의 차별화된 교육콘텐츠는 일방향의 전달식 강의가 아닌 현장 중심 체험 교육이 잘 녹아든 융복합교육 커리큘럼으로, 기업과 유사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실무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어 실용 융합인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팀팀클래스’는 2017년 우리 대학이 국내 대학 최초로 설계한 두 분야를 유기적으로 융합해 전공 간 경계를 넘는 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알파프로젝트’는 부수적 활동으로 여겨지던 동아리, 학회 등의 활동에 대해 교육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로, 국민대의 공동체 정신과 실용주의 교육철학의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한 제도로 손꼽힌다.
이에 더해 우리 대학은 재학생들의 글로벌 경험과 글로벌 마인드 함양을 위해 글로벌 교육콘텐츠 프로그램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경영대, 소프트웨어융합대 등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및 뉴욕 지역 기업의 인턴십을 위해 학생들을 10여 년 가까이 파견하고 있으며, 글로컬 캠퍼스 건립 추진을 통해 현지 기업 전문가들로부터 배우고 멘토링 받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학생을 선발해 한 학기 정도 현지에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실리콘밸리 창업자에게 강의를 듣거나 현지 기업 인턴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 국민대는 산학협력이 활발한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산학협력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사했다. 기존 산학협력 패러다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예정인가.
“대학의 재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대학기술지주회사를 통한 대학 보유 기술의 사업화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에 R&D, 기술이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우수기술 발굴, 사업화, 수익 확보, 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전해주는 대가로 받는 ‘기술이전수입’이 상당히 많았다면 이제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를 키워 우수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하고 수익을 내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를 60개로 늘리고, 300억 원 규모 창업 펀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교수, 학생이 만든 기술로만 창업해야 하는 것이 아닌, 조인트 벤처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외부의 좋은 기술창업 기업에는 자본참여도 할 계획이다.
임기 중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10년, 15년 지속가능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 어려운 시기에 총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 4년을 우리 대학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국민대가 선도대학 반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취업률을 7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학은 직업훈련소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본인이 부모라면 자녀가 대학에서 공부만 하고 취업을 하지 않는다면 그 대학에 보낼 수 있겠나. 경계없는 교육, 체험형 교육은 학생을 좋은 직업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교육은 결국 취업으로 가는 길이다. 이 부분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생각이라고 본다.
구성원들에게는 ‘원팀’으로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려면 공정·공평한 성과평가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중 공정한 성과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고자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국민인으로서 국민대 발전에 기여한, 지속가능성 기틀을 마련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과 정승렬 총장(왼쪽)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정승렬 총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석사를,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국민대 정보관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장, 대외교류처장, 국제교류처장, 기획처장, 기획부총장 등의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한국인터넷정보학회장, 한국국제교육관계자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9월 국민대 1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임지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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