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민 전문대학홍보협의회 회장(원광보건대 홍보전략팀장)

최성민 전문대학홍보협의회 회장(원광보건대 홍보전략팀장)
최성민 전문대학홍보협의회 회장(원광보건대 홍보전략팀장)

필자는 얼마 전 도서관에서 열린 교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했다. 행사가 끝난 후, 책을 몇 권 빌려 나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소한 추억의 힘≫이라는 산문집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해 성찰하며 쓴 글들로 구성돼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쓸모와 쓰임’이라는 제목의 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이 글에서 “누구에게나 쓸모와 쓰임이 있다. 그런데 쓸모는 각자 노력이지만 쓰임은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고 필자는 대학 교직원으로서 나 자신의 쓸모와 쓰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대학의 교직원들은 대학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쓸모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의 교직원들의 그 쓰임은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 말에 다수의 교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리라 믿는다. 다만, 여기서는 그 ‘쓰임’을 결정하는 높은 분들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은 누구나 조직에서 유용한 쓰임을 당하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쓰임’에 대한 구성원들의 욕망들이 모여 서로 충돌하고 조율되면서 조직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열 재주 가진 사람이 밥 굶는다’라는 말처럼 조직에서 정작 재주가 많아 널리 쓰임에도 타 업무 분야보다 더 많은 분야의 능력을 당연하듯 요구받고, 그것을 높으신 분들과 구성원들이 당연히 생각하는 그런 분야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하나의 분야가 바로 필자가 속한 대학 홍보담당자들이다.

대학 홍보담당자들은 대부분 쓸모가 많은 멀티플레이어로 일하고 있다. 많은 재주와 지식으로 다양한 파트의 일을 하지만 성과가 정량적이고 명확한 타 업무 분야와 달리 ‘느낌적 느낌’ 같은 정성적 업무로 사실상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또 교내 거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지원 업무로 이것을 홍보의 성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 이리저리 널리 쓰임을 받음에도 구성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분야가 홍보 분야라 생각한다.

예로 모 대학의 홍보담당자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상 편집 작업을 밤새 했는데 윗분이 오시더니 “3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3분이면 족하지 않냐며, 궁서체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이야기에 자리하고 있던 모든 사람이 공감했던 일이 있었다.

그 담당자는 영상을 통해 대학의 이미지와 명성을 높이고,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성과와 열정을 알리며, 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얼마나 고민했을지 필자는 알고 있다.

이 고민과 노력은 자신의 쓰임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아닌 단지 대학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고군분투였고, 열일하는 교직원 중 하나로서 당연하게 한 일이지만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정과 평가는 최소 다른 업무 분야처럼 동등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도 2023년도를 마무리하며 전문대학홍보협의회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교육부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전문대학홍보협의회가 추진해 온 ‘홍보 발전 유공’ 분야 교육부 장관 포상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최근까지 전문대학의 홍보업무와 관련한 교육부 장관 포상은 없었다.) 이는 대학 홍보담당자들의 쓰임이 교육부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기회를 통해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오늘도 어디선가 자신의 쓸모를 만들고 있을 홍보담당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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