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경 한국ESG경영원 연구실장

최부경 한국ESGKO 연구실장.
최부경 한국ESG경영원 연구실장

ESG 경영은 경영계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은 경영 전반에 ESG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ESG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며,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지표로 ESG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ESG 경영은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을 넘어 지자체, 공공기관, 의료계, 방송계, 종교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ESG는 중요한 이슈이면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돼가고 있다. 여기에 교육기관인 대학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국내 일부 대학들은 ESG 경영을 빠르게 도입하고 ESG 경영선포식, ESG 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이해관계자들에게 ESG 경영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대학들은 이제 ESG 경영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대학의 ESG 경영은 갈길이 멀게 느껴진다. 물론,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은 무수히 많고, 국내외 ESG 규제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한 ESG 평가 기관이 해마다 기업의 ESG 경영성과를 평가해 발표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ESG 경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대학은 대학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평가하는 기관도 없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서둘러 ESG를 도입하려는 동기가 약할 수 있다. 게다가 대학은 기업과 달리 현실적 부담감을 안고 있다. ESG를 운영할 인력이나 자원 그리고 정보 등이 부족해서다. 이에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ESG를 부담이나 압박 혹은 일거리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직도 대학 내 ESG에 대한 인식 부족과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점이다.

대학 ESG 경영, 내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시작
대학의 ESG 경영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만큼 대학 거버넌스에서의 의사결정은 그 대학의 ESG 경영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 후에 실제로 대학의 ESG 경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대학의 내부 이해관계자인 구성원들이다. 그만큼 대학의 구성원들의 역할은 중요하며, 대학 ESG를 완성하는 완성자들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ESG 경영을 도입하면서도 구성원들의 ESG 경영의 이해나 인식을 위한 노력이 미비하다. 그러한 이유로 대학 구성원은 ESG 교육을 의례적으로 받게 되고, 그 교육 또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의 ESG 경영은 먼저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구성원들이 대학의 ESG 경영을 실천할 때 업무로써가 아닌 환경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즉, 대학 내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대학에서 ESG 경영을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의 참여는 훨씬 더 중요하다. 흔히 MZ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학생들은 환경과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심도가 높아 ESG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청년 세대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잠재력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ESG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로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들의 잠재성과 파워를 활용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ESG 인식 확산,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행정적 지원 뒷받침 필요
그러나 대학이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을 확대시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더라도 구성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 구성원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려고 해도 대학 내 쓰레기통의 분리배출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는다면 ESG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또한 아무리 교직원과 학생들이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더라도 학교 내의 청소업체의 구성원들의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쓰레기는 다시 한 곳에서 처리된다. 이처럼 교직원과 학생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도 ESG에 대한 교육과 인식 확산은 매우 중요하다. ESG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부서만이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내 모든 구성원들이 ESG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동일한 인식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대학의 ESG 경영은 결코 쉽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오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되, ESG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이해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학 평가에 대비 또는 동형화(Isomorphism: 조직이 서로 닮아가는 현상)로 인해 수용하는 ESG 경영은 겉치레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 대학이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면 먼저 내부 이해관계자인 모든 구성원의 인식확산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그렇다면 대학 구성원들의 협력은 큰 힘을 발휘하고 ESG 경영이 진정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현재 국내 대학들은 ESG 경영을 도입하고 다양한 활동과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발빠르게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하며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은 이제 ESG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대학 가치와 경쟁력을 통해 대학의 지속적 성장을 꾀해야 하는 것에 목적을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가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대학이 구성원들과 함께 간다면 어려운 과제나 장애물도 잘 이겨내리라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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