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학교 총장

지난 8월 24일은 필자가 총장 이·취임식에서 ‘Digital EDEN 2036’ 미래 삼육 교육 비전을 선포한 날이다. ‘참교육(True Education)을 회복시키는 건강한 대학’이라는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학 경영의 핵심가치를 공식적으로 선보인 날이기도 하다. ‘건강’과 ‘대학’은 개별적으로 보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다. 하지만 ‘건강한 대학’으로 합쳐진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병원이나 요양원 등 각종 헬스케어 관련 기관과 어울리는 ‘건강’이라는 말이 교육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대학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시선 중에는 대학만의 이상(理想)적 가치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하는 측면과 반대로 여러 이유에서 이상(異常)하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우선 필자가 주장하는 참된 교육이란 ‘전인교육’이자 ‘평생교육’이다. 그리고 ‘건강한 대학(Well-doing University)’은 생애주기별 교육을 통해 영적(Spiritual), 지적(Mental), 체적(Sports & Physical), 사회적(Social)으로 균형 있는 인성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의미한다. 최근 해외 명문대학들은 지적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대학을 운영해 온 과거와 달리 미래 학생들에게 Sports and Physical Activity를 활용한 Social skill model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국가다. “그중 가장 혹독한 처벌은 죽음, 즉 자살이다.” 김덕영 독일 카셀대학교 교수가 그의 저서 《입시공화국의 종말(2007, 인물과사상사)》에서 입시의 폐단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에서 학생은 늘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 ‘건강한 대학’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것처럼 학생의 건강 역시 ‘몸 건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몸 건강을 포함해 정신 건강, 마음 건강, 사회적 건강 등 모든 측면에서의 건강을 포함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는 묵인한 채 저마다의 교육적, 기술적 이상(理想)을 내세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은 과연 현명한 것일까?

물론 이미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학생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한 학생들은 부모의 교육과 좋은 스승의 지도를 통해 대학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로 성장했을 것이다. 이 같은 ‘건강한 인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하지 못한 학생’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 본질적인 개선과 해결은 대학과 국가가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삼육보건대가 속한 ‘삼육재단’은 전 세계에 총 120개의 대학을 가지고 있다. ‘미래 삼육 교육 비전’에는 ‘건강한 대학’ 전략과 함께 ‘CONNECT 120’ 전략도 담겨있다. 총장 임기 내에 전 세계의 삼육 네트워크로 연결된 120개의 대학을 연결해 ‘건강한 대학’ 사업을 세계적인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진정한 ‘건강한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학생, 교직원뿐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 건강한 국가, 그리고 건강한 세계시민(Global Citizen)으로 모두가 건강한 사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삼육보건대는 대학 비전의 최종 목표를 ‘온 세상을 건강하게!(Making the world whole!)’로 정하고 이 같은 이상(理想)을 ‘건강한 대학’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건강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는 인구 소멸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4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2024년 합계 출산율(중위 추계)은 0.68명, 2025년엔 0.65명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는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올해 3657만 명 수준에서 2050년 2204만 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65세 이상 인구)는 2050년 87명으로 2022년(25명)의 3.5배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자는 미래 교육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정부는 전문대학이 뿌리산업과 서비스 직업을 전담할 수 있는 외국인을 유입하는 데 수월하도록 비자를 완화시키고, 일반대학이 고급인력을 해외에서 유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원화된 대학 교육정책을 신속히 시행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학위취득 목적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전면 개편할 수 있도록 경쟁이 아닌 상생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방안( Study Korea 300K)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벽을 허물어야 가능하다.

특히 서울의 전문대학 9개교를 세계적인 직업교육 기관으로 육성해 K-교육콘텐츠가 수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지방 전문대학은 무상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전국 어디에서든 검증된 전문대학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국가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무상교육은 고학력 주의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해법도 될 수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 아젠다 보고서에서 제안한 대로 국가장학금 예산과 국고지원금을 활용하면 정부 예산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우리 대학은 SKY처럼 명문대학도, 학생 수가 많은 대형 대학도 아닌 소규모 전문대학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학생을 보다 우수한 취업지에 보내기 위해서는 메이저 대학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갈 길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대학’이라는 이상(異常)한 행보를 하는 이유 중에는 사람을 더욱 귀중히 여기라는 기독교적 이상(理想)도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세상을 바꾸는 사람 가운데 우수한 학자와 권위자도 많지만 사람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 더 많았다. 우리 대학은 지역혁신 평생교육대학으로 체재 개편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의 학생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중심대학 실현을 병행하고자 한다.

우리는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대체하며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는 정말 학생들에게 입시교육이 아닌 참된 교육을 할 수 없는가?”
“대학이 삶의 진정한 행복을 만드는 장소가 될 수 없는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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