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학교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학교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학교 교수)

‘혁신과 벽 허물기’는 윤석열 정부 대학 변화의 핵심 키워드다. 글로컬대학과 RISE체계가 그렇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혁신 소용돌이 속에서 전문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어 보인다. 전문대학 생존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대학 전문가가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랍다. 전문대학 내조차도 낙관적 시각보다 비관적 시각이 많아 보인다.

과연 전문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있는 위기인가? 동의하기 어렵다. 적어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미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전문대학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 학생수가 꾸준히 줄다가 올해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405만 명인 학생수가 2만 명이 늘어 407만 명으로 학생수가 증가했다.

이유는 2가지다. 첫째, 국가 성장기반이 되는 서비스업종과 뿌리산업 등 블루컬러 고용 수요가 증가했다. 둘째,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4년보다 2년의 교육기간을 선호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고용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미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회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가 대학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국내 전문대학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변화 등 두 개의 사회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 두 개의 변화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학령인구만이 전문대학 학생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중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전문대학 수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전문대학에 대한 수요는 차고 넘친다. 문제는 그 수요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교육과정과 대학의 구조변화에 녹여 내느냐다.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전문대학의 준비가 부족하다. 관점 변화를 먼저 한 뒤,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관점 변화와 전략없이 유학생 유치에 급급한 실행 전술만을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10년간 대한민국의 부족산업 인력과 지역의 빈 일자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10월 16일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빈 일자리 해소방안’을 보면 지역별로 부족인력의 수요가 다르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의 경우 ‘자동차부품업, 식료품제조업, 농업’이 대표적인 빈 일자리 산업군에 속한다. 올해 전북의 K전문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전라북도 내 지역특화비자(F-2-R) 취득 현황을 봐도 자동차부품업과 식료품제조업 그리고 농업분야에서 비자를 취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의 부족일자리와 뿌리산업과 조선업 등 산업의 부족인력군 그리고 향후 요양, 간병 등 보건과 돌봄 분야에서 부족직업군을 보면 관점의 변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이 나온다. 관점의 변화를 통해 대학의 전략을 짜야 한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의 속성이 학령기 학생에서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으로 급속하게 변화고 있다. 상수가 변수가 되고 종속변수가 독립변수가 되는 형국이다.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교육목표에 대한 재정의가 이뤄져야한다. 전문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 즉, 수업연한의 다양화와 학제의 유연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는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에게 매력적이다. 뿌리깊은 서열식 대학구조의 인식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미 초·중·고에서 서열식 대학선택에 익숙한 학령기 학생들을 이러한 관점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인학습자와 외국인 유학생은 다르다. 그들은 서열식 대학구조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들을 설득하는 몫은 국가가 아니라 바로 전문대학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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