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분주했던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다양한 모임과 각종 공연으로 교내는 밝았고, 캠퍼스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이 처음이라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숨이 꽉 들어찬 강의실과 넘쳐나는 수업 과제, 여기저기 모여서 무언가를 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오랜만에 활기차게 대학 생활을 꾸려가고 완벽하게 보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완벽한 대학 생활에 대한 결심이 점차 마음 안에서 커진다. 이제는 올해를 완벽하게 보내야만 한다고 느껴진다. 뒤처지면 안 되고, 무언가 해내야 한다. 성과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이 조급하게만 느껴진다. 학생들의 마음은 불안해져 간다.

완벽한 대학 생활이란 이런 종류의 일들이다. 수업 중 강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빠짐없이 머릿속으로 콕콕 박혀 남아 있어야 한다. 과제와 시험공부를 새벽까지 해도 다음날 멀쩡한 체력과 높은 집중력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ult-ADHD)’인가 스스로를 의심한다. 인간관계에서는 낯선 사람과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 줄 알아야 하고, 어색한 기운이 흐르면 안 된다. 대화 중에 내가 말한 다음 침묵이 생기면, 그건 최악이다.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생겨도 감정이 드러나거나 굳이 표현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처럼 완벽함에 대한 소망이 커지면 점차 무한에 가까운 체력과 기이하고 무감각한 감정 상태를 원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완벽을 꿈꾼다. 막상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꿈꾸던 모습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이해도 된다. 자문해보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상태와 모습이 로봇 수준의 인공지능(AI)이 되기를 요구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자문의 결과로 자신에게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완벽에 대한 욕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뭐든지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놓아 버려서 지금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을까봐, 다시 나태해질까봐 불안하고 괴로워진다. 결국 작은 실수도 용납하기 어렵고, 그저 퍽퍽한 인생살이가 도돌이표처럼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함 추구를 포기하기보다는 유치함과 타협하면서도 함께 살기를 제안한다. 유치함은 때론 투정부리고, 삐지기도 하며, 속 좁은 행동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연함이라 할 수 있다. 어이없는 유머로 불가피한 상황과 아픈 감정을 달래기도 하는 일이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그 유치한 유머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AI는 “노래 불러줘!”라고 하면 “북치기 박치기” 정도는 해주지 않나.

우리 자신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몸과 마음의 완벽한 시스템은 쉴 틈 없는 빼곡한 일정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 시스템을 가동하고, 기능을 점검하고 닦아야 하는지 잘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 《인간의 마음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 칼 매닝거는 치아를 칫솔로 닦고, 목욕을 하고, 옷을 세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닦고, 세탁하는 사람은 없다고 표현한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힘들 땐 자꾸 이를 무시하게 된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들다.

칼 메닝거는 사람들이 삶에서 무언가 하고자 하는 마음은 세상에 대한 순응의 노력이라 봤다. 이 노력에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경우 우리는 3가지로 대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3가지 방법이란 △상황을 공격하거나 △자신이 도망가거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건설적으로 타협하는 것을 뜻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여전히 완벽이라는 먼 산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달려가기만 하거나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원망과 불안, 후회의 시스템으로 설계해 더 엉망으로 돌리지 말자. 자신 앞에 놓인 상황에 건설적으로 타협하기 위해, 각자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완벽에 한 발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유치함이라는 유연한 에너지를 넣어 가동해 보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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