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H. 톰프슨 지음 《조경》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조경의 역사와 주요 담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로 출간된 《조경》은 우리 주변의 환경을 조성하고 디자인하는 조경의 개념에 주목하며 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도 있도록 돕는 입문서다. 영국 공인 조경가이자 뉴캐슬대학에서 조경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언 H. 톰프슨이 저술한 이 책은 조경의 기원부터 오늘날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미학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담론과 관련해 조경의 현재와 미래를 살피며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장 「기원」에서는 역사적 관점에서 변화해온 조경의 양태를 살피며 현대적 조경의 기틀을 세운 옴스테드와 복스를 통해 퍼져나간 조경의 개념 등을 살펴본다. 영국의 공공 공원 조성, 프랑스의 파리 개조,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조경의 사례가 소개된다.

2장 「조경의 범위」에서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마스터플랜, 시각영향평가, 예술이 반영된 도시설계, 커뮤니티 참여 등 네 가지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어 조경이라는 업역의 광범위함을 설명한다.

3장 「모더니즘」에서는 전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미술계 전체를 휩쓸 즈음,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조경 업역에 모더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재료에 대한 관심, 공간에 대한 강조, 대상지 계획에 대한 합리적 접근, 효과적이면서도 우아한 미적 즐거움이 모더니즘이 남긴 긍정적인 유산임을 강조한다.

4장 「쓰임과 아름다움」에서는 경관에 담기는 생산성과 미학, 윤리, 생태계 개념을 중심으로 농업, 주택, 발전소, 댐, 숲, 도로 등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설계하는 조경가들의 고민과 도덕성, 논쟁에 대해 다룬다. 조경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분야다. 조경가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조화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5장 「환경 분야」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따른 생태적 접근을 위해 조경가가 하는 일에 대해 살핀다.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식물을 선정함으로써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고, 환경 친화적인 자재와 공법을 사용함으로써 환경파괴를 예방하는 등 지속 가능한 조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경가의 노력을 경관생태학, 재생디자인 등을 아우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결부해 제시한다.

6장 「예술의 장소」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계를 관점으로 생태예술 혹은 환경예술과 조경의 관계를 돌아본다. 의도도 형식도 다르지만 환경예술가와 조경가 모두 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장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같을 것이다.

7장 「사회 공헌」은 공감과 참여의 태도이자 방식으로서 조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경가의 작업은 사람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헤아려보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몇몇 조경가들은 계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사례가 실패할 때도 있지만 종종 긍정적인 결과를 낸다고 진단한다.

8장 「다시 좋게 만들기」는 조경의 사회적, 환경적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장이다. 버려진 곳을 재생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공간을 개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띠며 이는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며,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으로 이어진다.

9장 「경관계획」은 경관에 적합한 조경의 설계 과정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조경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관은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왔으며 여러 레이어가 쌓여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시각영향평가,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계획 등을 통해 조경가는 미적 영감과 향유, 역사성과 장소성, 레크리에이션 기회와 영적 고양에 기여하는 경관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10장 「경관과 어버니즘」에서는 도시설계에 참여하는 조경가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다. 도시설계와 조경가가 하는 일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령 오픈스페이스나 버려진 공장 매립지를 대하는 데서도 관점이 확연히 다르다. 저자는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과 그것의 확장인 생태적 어버니즘을 소개하며 조경의 본질적 가치와 관점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 이언 H. 톰프슨은 영국 공인 조경가이자 뉴캐슬대학 건축, 계획, 경관학부 조경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양왕의 정원 The Sun King’s Garden》(블룸스버리, 2006)과 《영국 호수의 역사 The English Lakes: A History》(블룸스버리, 2010)를 포함한 많은 논문과 논고, 저서를 썼다. 《라우틀리지 컴패니언 투 랜드스케이프 스터디스 Routledge Companion to Landscape Studies》의 편집자이기도 하다.(고유서가/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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