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초빙교수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

어느덧 2023학년도가 마무리됐다. 필자는 올해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대학에서 일·학습 병행제로 진학한 학생들에게 교양과목으로 ‘효과적 의사전달’과 ‘생활 속 행정과 법’을 담당했는데 학생들의 수업소감을 읽으며 많은 생각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이번 칼럼에서는 몇몇 학생들의 소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조별활동이 계속되면서 내가 인간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신기하게도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스트레스가 풀리고 속이 후련해지는 상황들이 반복됐던 것이다. 기분도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평소 개인적 얘기를 하지 않던 내가 조별활동에서 내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가 신기했고 성취감도 들었다. 수업이 기다려졌다. 참 행복했다.” 
 “자신의 실수를 너무 탓하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며, 필요하다면 도움도 청하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는 시각을 얻게 됐다.”
 “첫 수업을 들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내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
 “조별 활동에서 법조문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같은 법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을 보면서 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많은 부담을 갖고 진행한 수업들이었는데 학생들의 수업소감을 읽으며 역시 필자의 평소 지론대로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로의 학습이 있어야 교육은 의미가 있다. 대학의 교실 현장에서 이같은 학습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교육행정당국, 대학평가당국, 대학본부의 지침이나 관행은 여전히 교수의 가르치고 전달하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처음 ‘효과적 의사전달’이라는 교양과목을 담당할 때에는 상대평가여서 수업계획서에 학점에 상관없이 자신의 성장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신청해 줄 것을 요청했었고, 코로나 시기여서 실시간 줌과 동영상으로 진행했는데 나름 성공적이었다. 결정적 요인은 줌 수업에서 소회의실을 만들어 조별활동을 하게 하고, 동영상 수업에서도 조별활동 과제를 부여한 것이었다. 코로나 세대 학생들에게 이런 동료학습은 너무나 갈급한 것이기도 했다. 필자는 용기를 내어 대학본부에 학생 주도 수업이 돼야하기에 절대평가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효과적 의사전달’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기에 지식, 기법, 기술을 뛰어넘어 사람, 인격, 윤리의 문제까지 다뤄 학생 개개인의 전인격적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야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감사하게도 대학본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왜 우리 교육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고 서열평가에 아직도 매여 있는 것일까? 제한된 지위나 위치를 배분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는 불가피하게 서열평가가 필요할 것이지만 개개인의 성장을 다루는 교육 그 자체에서는 필요성이 매우 제한된다고 본다. 우리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한다”고 규정한다. 이 임무를 교육이 맡고 있는데 헌법 어디에도 ‘평가’, ‘서열’이라는 말이 없다. 교육은 오로지 국민 개개인의 지·정·의의 전인적 성장에 헌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교육자와 학생들이 교육과 학습의 자유를 온전히 누려야 한다.

또 교육자는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을 편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다. 배움, 익힘, 깨달음이 실제적으로 일어나려면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실제적으로 하는 것이 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조별 활동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15주를 진행하면서 학생 개개인이 결코 작지 않은 성취를 이뤄냈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성장을 최우선의 임무로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학생들을 차별이나 무시 없이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럼 교육당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교육’의 영역에서 만큼은 오로지 ‘한 명 한 명의 학생’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서열이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상대평가를 강조하는 것, 일반 교육에서 특정 대학을 우대 지원하는 것, 소수만이 수혜를 받는 특정 사업이나 프로그램 위주로 사업비를 교부하는 것, 교육자가 교육에 전념하기 어렵게 하는 것,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중소대학의 지원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 건물·캠퍼스·물적 조건·프로그램 등으로 대학을 평가해서 학생들의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지급에서 배제하는 것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특정 국민’만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국민의 준엄한 요구로 받아들여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 비전으로 설정했다.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국정목표로 하고,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따뜻하게 보듬어서 한 사람의 국민도 홀로 뒤처지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더 두텁게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국민들은 이러한 비전, 목표,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또 바라고 있다. 학생들의 소감을 읽으며 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눈물을 흘렸다. 많은 교수들도 이렇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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