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글로컬대학 10개 중 5곳 통합완료 혹은 통합예정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 논의 극심한 반대 속 무산
“무리한 통합은 부작용 가져올 수도”…상황 맞는 방법 찾아야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교육부)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2023년 글로컬대학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글로컬대학 선정 후 대학 간 통합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대학 간 통합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13일 ‘2023년 글로컬대학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육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총 10개 대학이다.

선정된 10개 대학 중 절반인 5개 대학이 통합이 완료됐거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이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대학 통합이 사업 선정의 ‘열쇠’로 떠오르면서 대학 간 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댕겼다.

사업의 취지 역시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 및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 내·외부의 벽을 허무는 과감한 혁신과 지역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갈 대학에 대해 일반재정지원을 집중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지난달 13일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대가 많이 된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위원들이 보기에 통합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데 주목한 것 같다”고 사업 선정 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글로컬대학에 배정된 예산은 대학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규모다. 교육부는 2024년도 교육부 예산안 95조 6254억 원 중 글로컬대학 등 대학혁신 지원을 위한 일반재정지원 사업을 2조 757억 원에서 2조 38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21억 원 증액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 2차 사업 선정 염두에 둔 통합 논의…진척은 쉽지 않아 = 충남대와 한밭대는 지난해 초부터 통합 논의를 이어왔으나 아직 드러나는 성과는 없다. 이번 1차 글로컬대학 사업에 충남대와 한밭대 연합도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충남대 총장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실상 통합을 위한 추진 동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2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서 1순위 후보로 선정된 김정겸 교수는 후보자 토론회에서 글로컬대학 선정을 필수 과제라고 강조하면서도 대학 간 통합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한밭대와의 통합 시도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통합을 논의했던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경북대 학생들의 격렬한 통합 반대에 결국 대학 통합을 백지화했다. 경북대는 대구교대와 통합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자 글로컬대학에 단독 신청한 결과 예비지정에서 탈락했다.

이후 11월 홍원화 경북대 총장과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이 통합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대학본부에 과별 점퍼를 쌓아놓는 ‘과잠시위’를 벌였다. 총학생회는 이후 ‘학생총궐기’까지 예고하면서 학교 측은 결국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총학생회 측에 밝혔다.

최근 국립부경대와 한국해양대도 ‘해양수산분야 대표성을 가진 국립대’를 목표로 운을 띄우며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해양대는 지난달 23일부터 교수, 직원, 조교 등 구성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 통합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6%가 대학 통합에 찬성, 74%는 부경대와의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대 총장의 변수도 통합의 변수로 꼽힌다. 부경대는 총장 주도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해양대는 현재 한 달 넘게 총장 공석인 상태다. 지난 7월 총장임용후보자 선거에서 1, 2위 후보자가 선정됐지만 아직 임명되지 못했다. 한국해양대는 총장 부재 상황에서도 통합 논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구성원 대상 설문 조사 이후 학생 대상 온·오프라인 설명회를 계속하고 있고, 학생회가 없기 때문데 비대위와 각 단과별 대표회까지 비공식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을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대학은 그밖에도 목원대와 배재대, 공주대와 공주교대 등이 있다. 목원대와 배재대는 통합을 완전 통합을 전체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탈락했다. 다만 사업 선정과 상관없이 통합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공주대는 지난달 “공주교대 차기 총장 선거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주교대와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2차 글로컬대학 사업 선발을 앞두고 곳곳에서 통합 논의는 확산할 전망이다.

■ 지자체장도 반대하는 통합…부작용 지적도 = 그러나 일각에서는 물리적인 대학 통합이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학 간의 물리적인 통합이 반드시 성공사례로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통합한 전남대와 여수대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통합 철회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통합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로 지역대학으로서의 존재감 상실, 여수대의 전남대로의 종속화 등의 평가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는 오랜 기간을 두고 통합을 준비해왔다. 경남과기대의 경우 동문회 파워가 센 데다 전문대학으로서의 오랜 역사 때문에 의견 조사만 3~4차례 진행했다. 통합 자체에 대한 의견을 묻고 동의를 받으면 하나씩 범위를 넓혀가며 합의를 하는 방식이었다. 통합의 세세한 부분을 조정할 때 양교 간에는 이미 통합 논의가 무르익은 상태라는 것이 당시 통합을 추진하던 담당자의 의견이다.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 논의를 두고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도 맥락을 같이 한다. 홍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에서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글로컬대학 1000억 원 노리고 대학의 덩치를 키워본들 더 빠른 몰락만 초래할 것”이라며 “차라리 대학을 다이어트하고 대학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통합이라는 게 1대 1 상황의 대학이라도 소규모 대학의 입장에서는 먹힌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한쪽 대학에 쏠리지 않도록 대등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만 쉽지 않다”면서 “사실상 (자율적인) 통합 성공사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통합만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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