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에이펙스 레전드’ 배경 아티스트 “게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천대 졸업 후 게임 기획자 경험 쌓고 미국 유학길 올라 석사 학위 취득
“대학 재학하며 소통 방법 터득” “‘아트’가 게임의 질과 분위기 결정한다는 데 매력 느껴”
에이펙스 레전드, ‘2023 한·중·일 e스포츠 대회’에서 정식 종목 채택 ‘눈길’

이종욱 3D 배경 아티스트. (사진=본인 제공)
이종욱 3D 배경 아티스트.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e스포츠계 메시’로 통하는 페이커(본명 이상혁)가 지난해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이하 롤)’ 금메달을 차지했다. 페이커 같은 프로게이머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장을 만드는 창조자가 있다. 바로 3D 배경 아티스트다. 이들은 게임 속 가상 공간에 시나리오, 캐릭터 서사 등을 녹여내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구현한다. 맵에 게임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할수록 플레이어들의 재미는 배가 된다.

페이커의 활약으로 지난해 게임산업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배틀로얄 장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전남 여수에서 열린 ‘2023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종목 네 가지 중 2개가 배틀로얄 장르였다. 이 가운데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가 신규 종목으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3D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의 정식 종목 4개(에이펙스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롤, 이풋볼(eFootball)가 모두 3D 게임이었다. 대회는 지난 2021년부터 한국 e스포츠협회, 중국 오락문화협회, 일본 e스포츠 연맹이 공동 개최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3일 ‘에이펙스 레전드’ 배경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종욱 씨를 만나 향후 게임산업의 전망과 게임 배경, 3D 배경 아티스트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후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면으로 보충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씨는 현재 미국에 있는 일렉트로닉 아츠/리스폰 엔터테인먼트(Electronic Arts/Respawn Entertainment)에서 배경 아티스트(environment artist)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가천대를 졸업한 뒤 미국의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 예술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SCAD)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3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게임 이미지. (사진=일렉트로닉 아츠/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 한·중·일 e스포츠 대회’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게임 이미지. (사진=일렉트로닉 아츠/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제공)

- 에이펙스 레전드는 어떤 게임인가.
“에이펙스 레전드는 지난 2019년에 출시된 배틀로얄 장르의 템포가 빠른 1인칭 슈팅 게임이다. 레전드들이 줄어드는 링 범위 안에서 각자 고유의 스킬을 사용하고 총을 쏘면서 살아 남아야 한다. 최근에 미국의 유명 가수 포스트 말론과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다. 오는 1월 9일에는 파이널 판타지 게임과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도 출시된다.”

- ‘2023 한·중·일 e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소감은.
“제가 속한 회사의 게임이 국제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기쁘다. 여러 e스포츠 대회가 생겼다. 이제 게임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국제 대회 정식 종목 선정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 본인의 직무인 ‘3D 배경 아티스트’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3D 기술을 이용해 게임 속 지형, 지물 등 배경을 만든다. 이 배경이 종합적인 하나의 맵으로 만들어지고 이곳에서 게임 캐릭터들이 전투를 벌인다. 배경을 만들 때 특정 컨셉, 게임 세계관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현실감을 더해 플레이어들의 몰입을 도와야 한다.”

- 배경 아티스트로서 뿌듯할 때는.
“제가 작업한 배경에서 플레이어들이 뛰어다니고, 제가 만든 구역에서 전투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과 흥분을 느낀다. 특히 제가 만든 배경이 게임의 세계관을 만들고 플레이어들의 놀이터가 되는 점도 큰 원동력이 됐다. 배경 아티스트는 캐릭터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더 넓은 세계관을 구조물, 지형, 소품들을 활용해 스토리텔링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업이다.”

-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대학 졸업 후 국내에서 게임 기획자로 2년 동안 일했다. 이때 ‘아트’가 게임의 질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트’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게임시장이 더 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게임시장은 규모뿐만 아니라 주력 게임 종류도 모바일게임, 콘솔게임 등 국내보다 더욱 다양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대학에서 배운 내용 중 현재 직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대학생 때 학우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집요해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완성된 작업물에 만족하지 않고 피드백을 과감히 수렴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이 배경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성장 발판이 됐으며 현재도 작업 과정에서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향후 계획은.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현재 배경 아티스트로 근무하며 작업물 사진으로 정리하고 있다. 3D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게임 배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고 싶다. 자료 정리 과정을 통해 과거에 느낌으로 터득하고 시행착오 끝에 습득했던 부분을 구체화하고 있다.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미래의 3D 아티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이번 ‘한·중·일 e스포츠 대회’의 정식 종목이 모두 3D 게임이다. 게임시장에도 3D 게임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3D 아티스트 수요는 게임 회사에서 높은 편이다.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피드백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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