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와 아키(佐川亜記) 전 일본현대시인회 이사장

사가와 아키(佐川亜記) 전 일본현대시인회 이사장
사가와 아키(佐川亜記) 전 일본현대시인회 이사장

일본에서는 한국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폭발적으로 판매되면서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드라마도 인기가 있으며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해는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모리 다쓰야(森達也) 감독이 제작한 ‘후쿠다무라(福田村) 사건’이 제3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상을 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도쿄시의 조선인 학살에 대한 사죄와 조사 기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의있는 것은 김정훈 편저의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가 관동대지진 100주년 해에 일본에서 간행됐다는 점입니다. 김정훈은 “이 책은 대한민국 남서부에 위치한 광주·나주에서 식민지 시기의 학생 운동과 저항 시인을 고찰하는 시각이 모티프가 됐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동대지진의 학살은 유학하고 있던 이상화의 귀국 등 조선의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학생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남긴 시편(詩篇) 등을 발간한 것은 시기적절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새롭게 발굴된 이석성(본명 이창신)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선두 주자였던 존재로 주목받습니다. 1930년 학생 만세운동에 참여해 체포됐고, 일본 경찰에 감시당하면서 1932년에 ‘우리들의 선구자 말라테스타를 애도한다’라는 시를 일본어로 썼습니다. 조선의 작가가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에게 열렬한 추모와 애정을 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가메다 히로시(亀田博)가 책에서 논한 ‘조선 식민지 시기의 아나키즘 독립운동’ 글을 보면, 일본의 아나키스트 시인 하기와라 교지로(萩原恭次郎)와 이석성의 공통점을 거론합니다. 이석성이 아나키즘의 세계성을 지니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한 이석성은 《제방 공사》라는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인 노동자를 혹사하고 수탈한 행위를 고발하는 프롤레타리아 소설도 썼는데, 이것이 김정훈에 의해 최초로 일본어 번역돼 출간한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광주학생운동의 주역인 정우채의 시작(詩作) 궤적도 빠뜨림 없이 추적했습니다. 정우채는 조선일보 학생 문단에 ‘단결하자’는 민족의식을 높이는 저항시를 발표했습니다. 체포, 수감, 고문을 받으면서도 《호남평론》에 목포항의 서민 생활을 묘사한 ‘목포 해안의 아침’과 자아를 성찰한 ‘나의 얼굴’ 등을 통해 표현을 심화시켰습니다. 동시도 발표하면서 1936년에는 세계의 평화와 우호를 바라는 ‘병자년’을 써서 시인으로서의 성취를 보여주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또한 광주학생운동의 주역인 박준채가 서울에서, 그리고 와세다대학 유학 중에 쓴 작품도 수록돼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 시 노트에는 한글 작품 25편, 일본어 작품 13편이 있고 시조, 하이쿠, 단가 등 한일 양국의 정형시도 창작됐습니다. 박준채는 시 ‘그리운 진달래’와 ‘님이여’에서 김소월이나 한용운의 예와 같은 전통적인 시정에 연연해합니다. ‘1937년의 제석’에서는 “혈사(血史)의 1937년/풍운의 1937년”이라며 중일전쟁이 시작되고, 일본의 아시아 침략이 가혹해지며 조선에 징병제가 시행되는 시대를 예견합니다.

근대 조선에서는 정지용, 김영랑을 비롯한 많은 시인이 일본에 유학했습니다. 모더니즘이나 새로운 서정시를 접하면서 억압이 심해지는 조선에서보다 일본 유학 시절에 세계적인 저항사항이나 저항시에 영감을 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광주학생운동에 기록된 저항을 이끈 이들이 시 창작 등 문예활동에서도 다음 시대를 여는 활동을 전개했었음을 일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발표는 획기적인 일입니다.

한국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의 옌볜 대학(延边大学), 북한의 연구자 논고를 추가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본에서는 앞서 언급한 가메다 히로시 외에도 윤동주의 시 자체를 탐구한 아이자와 가쿠(愛沢革)의 ‘윤동주, 시에 의한 저항의 충실과 고뇌’와 와타나베 스미코(渡邊澄子)의 ‘식민지 시대 조선에서의 국민문학’이 수록돼 있습니다. 저의 논고 ‘이상화, 저항과 부활의 세계성’은 젠더 관점에서, 파울 첼란(Paul Celan)의 시와 비교해 이상화 시의 풍부함을 밝혀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福島)와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공통성을 들춰낸 서경식, 정주하의 사진 전시회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세계성을 서술했습니다. 중국 옌볜 대학 최일의 논고 ‘이중의 디아스포라, 윤동주’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가족이 조선을 떠나 중국 북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가 다시 일본으로 가서 유학하고, 결국 일본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한 모습을 ‘이중의 디아스포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옌볜 대학의 김만석은 ‘윤동주 동시와 그 문학사적 의의’에서 윤동주 동시의 혁신성과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한 저항을 논했습니다. 북한 평론가 한중모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다가 중국에서 수감돼 사망한 시인 이육사의 생애를 상세하게 들여다보며 “저항정신과 조국 해방에 대한 지향을 은유적 수법과 상징적인 시 형상을 통해 반영했다”고 그의 특이한 위치를 포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병란은 ‘역사에 있어서의 시적 참여’라는 강연록에서 전 세계와 조선의 시사(詩史), 시인을 폭넓게 고찰하고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시를 요구한다”며 끊임없는 변혁의 시를 전망합니다.

이 책에서는 학생 운동을 주도하고 새로운 조선 근대 시를 창조한 시인들이 지구적 휴머니즘을 구현하면서 세계의 시인과 공감했다는 것을 각각의 논문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김정훈은 “조선 저항 시인에 대한 논의는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휴머니즘 정신과 문학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모범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대로 침략이 계속되는 현재에도 유효한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사가와 아키 이사장은…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를 졸업했다. 시집 《죽은 자를 다시 잉태하는 꿈》 《사가와 아키 시집》 등을 냈다. 공편저로 《재일코리언 시선집》 《종추월 전집》 등을, 공편역으로 한일 환경 시선집인 《지구는 아름답다》 등이 있다. 일본현대시인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일본사회문학회 이사를 비롯해 일본시인클럽, 요코하마시인회 등으로 있다.

[사가와 아키 이사장의 특별기고문 일문 원문]

文学的発見から広がる新しい世界

日本では、『82年生まれ、キム・ジヨン』(チョ・ナムジュ著 斎藤真理子訳)の爆発的な売り上げにより、韓国フェミニズム文学のブームが続いている。

また、韓国ドラマも人気で、「愛の不時着」は、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国の人々の暮らしと恋愛模様に関心が高まった。

2023年は、関東大震災百年であり、朝鮮人虐殺をテーマにした森達也監督制作の映画「福田村事件」が第38回釜山国際映画祭でニューカレンツ賞を受賞し、話題を集めた。だが、日本政府や東京都の朝鮮人虐殺への謝罪と調査記録はまったく不十分なままだ。

そのような中、金正勲編著『朝鮮の抵抗詩人 東アジアから考える』が、関東大震災百年の年に日本で刊行された意義は大きい。金正勲は、「あとがき」で「この本は、韓国の南西部に位置する光州・羅州から植民地期の学生運動と抵抗詩人を考える視点がモチーフになった」と強調している。関東大震災の虐殺は留学していた李相和の帰国など、朝鮮の学生たちに影響を与えた。学生運動で主導的働きを果たした人物が書き残した詩篇などを発刊したのは時期に符合していた。

特に、新しく発掘された李石城は、プロレタリア文学の旗手だった存在として注目される。1930年に学生万歳事件に参加して逮捕され、日本警察に監視されながら、32年に「我等が先駆者 マラテスタを悼む」という詩を日本語で書いた。朝鮮の文学者がイタリアのアナーキストに熱い追悼と親愛を寄せていたとは珍しい。本書収録の亀田博が論じた「朝鮮植民地期のアナキズム独立運動」の文章では、日本のアナキスト詩人萩原恭次郎との共通性を見ている。アナーキズムの世界性を李石城は担っていたのだ。

さらに、李石城は「堤防工事」という朝鮮人労働者を酷使収奪したことを告発するプロレタリア小説も書いていて、金正勲により初めて邦訳されたのもたいへん貴重だ。

鄭瑀采は 「朝鮮日報」学生文壇に「団結しよう」との民族意識を高める抵抗詩を発表した。逮捕、収監、拷問を受けながら、「湖南評論」に、木浦港の庶民生活を描写した「木浦海岸の朝」を表し、内面を自省した「ぼくの顔」など表現をふかめてゆく。児童詩も発表しながら、1936年には世界の平和友好を願う「丙子年」を書き、詩人としての達成の様子が分かる。

また、光州学生運動の主役・朴準埰が、ソウルと早稲田で書いた作品も収録されていて驚かされる。詩ノートには、ハングル作品二五篇、日本語作品一三篇があり、時調、俳句、短歌という日韓の定型詩も創作した。詩「懐かしいつつじ」や「ニムよ」に見られる金素月や韓龍雲の伝統的な詩情に連なり、詩「一九三七年の除夕」では、「血史の受難期/風雲の一九三七年」と、日中戦争が開始され、日本のアジア侵略が苛烈になり、朝鮮に対し、徴兵制がしかれていく時代を予見している。

近代朝鮮において、鄭芝溶、金永郎はじめ、日本に留学した詩人は多い。モダニズムや新抒情詩に触れるとともに、弾圧が厳しくなる朝鮮半島より日本留学時において世界の抵抗思想や抵抗詩に触発された者もいる。光州学生運動という歴史に刻まれた抵抗を導いた者たちが、詩作など文芸においても次の時代を開く活動をしていたことは、日本であまり知られていないので、発表は画期的なことだ。

さらに、韓国の研究者ばかりではなく、日本、中国の延辺大学、北朝鮮の研究者の論考を加えた点も特筆される。日本から先述した亀田博のほかに、尹東柱の詩そのものを追及した愛沢革「尹東柱―詩による抵抗の充実と苦悩」、渡辺澄子「植民地時代の朝鮮における「国民文学」」が収めれている。私の論文「李相和―抵抗と復活の世界性」は、ジェンダーの視点から読み返し、パウル・ツェランの詩と比較し、李相和の詩の豊かさを明らかにした。そのうえで、東日本大震災で原発事故に襲われた福島と詩「奪われた地に春は来るのか」の共通性を感じた徐京植、鄭周河の写真展の仕事にも言及し、世界性を述べた。

中国の延辺大学の崔一の論文「二重のディアスポラ、尹東柱」は、日本の植民地支配によって、家族が朝鮮半島を追われ、中国の間島で生まれた尹東柱が、ふたたび日本に行き、留学し、ついに日本の福岡刑務所で獄死した姿に、「二重のディアスポラ」と理解している。

同じく延辺大学の金萬石は「尹東柱の児童詩とその文学史的意義」で、尹東柱の児童詩の革新性と朝鮮語抹殺政策への抵抗を論じた。

北朝鮮評論家のハン・ジュンモは、日本帝国主義に抵抗し、中国で収監獄死した詩人・李陸史の人生を詳細に捉え、民族受難の最も酷い時期、「抵抗精神と祖国解放への志向を隠喩的手法と象徴的詩形象を通じて反映した」と、その特異な位置を表した。

最後に、文炳蘭は、「歴史における詩的参与」を論じ、世界と朝鮮の詩史と詩人をひろく考察し、「新しい時代は新しい詩を要求する」と絶えざる変革の詩を展望する。

本書では、学生運動を主導し、新しい朝鮮近代詩を創造した詩人たちが、かつ、世界の詩人に共感し、現在に続く地球的ヒューマニズムを体現したと各論が証明している。金正勲が「朝鮮抵抗詩人に対する論議は、国境と時代を超越してヒューマニズム精神と文学の普遍性を確認する手本になるだろう」と述べた通り、侵略が絶えない現在、有効なテキストだと思う。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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