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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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부모에게 강의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녀를 따스하게 대하라고 부탁한다.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어느 정도 따스하게 대하는가에 따라 그 자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말도 한다. 그만큼 청소년인 자녀에게 미치는 부모의 따스한 정서적 지지는 절대적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의 부모는 대학입시를 위한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조벽 교수와 최성애 박사는 《청소년 감정코칭》이라는 저서에서 성적과 같은 인지적 능력은 감정과 같은 정서적 능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서적으로 따스한 부모의 지지를 받는 자녀가 일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다. 자신을 따스하게 사랑하는 부모를 배신하는 자녀는 많지 않다. 자녀의 나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호기심을 갖고 있고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욕망까지 있다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그러므로 자녀의 인지적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정서적 안정감이 있도록 따스하게 지지해야 한다. 사람은 정서적으로 안정될 때 인지적 능력을 더 잘 키운다.

몇 년 전 중학교 3학년생인 A 양은 초등학교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 여유가 있었지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A 양으로 인해 어머니는 기쁘지 않았다. 그래서 과외교사에게 1:1 지도를 받기로 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중학교 교과서도 잘 이해하는 수준이 됐다.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기 시작하니까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국어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수학 시험에서는 70점을 받았다.

과외교사는 너무 기뻤다. A 양을 칭찬하고 축하했으며,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며 A 양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줬다. 이 기쁜 사실을 부모에게도 알렸다. 성적표를 받은 엄마는 성적표를 훑어봤다. 과외교사는 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전했다. 100점을 맞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어머니가 직접 A 양에게 칭찬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적표를 훑어보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수학은 70점이잖아요!”

몇 년 전에 상담한 B 군. 고등학교 2학년으로 성적은 좋았고, 정말 훌륭한 면이 많아 보였는데 매우 우울한 분위기로 말이 없고 불안정해 보였다. 가정 상황을 물어보니 부모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으며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필자는 B 군을 돕고 싶어서 아버지와 만났다. B 군이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더 잘해야 하지만 아버지의 정서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와 만난 B 군 아버지는 필자의 도움 요청에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이 SKY 대학에 가려면 점수가 부족하니 공부를 못한다는 말만 했다. 필자는 B 군이 훌륭하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아버지가 지지만 해주면 성적은 충분히 향상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아버지는 100점을 받지 못한 성적을 계속 들추면서, 아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깎아내리는 말을 이어갔다. 몇 번을 반복해 듣던 필자는 그 아버지의 말을 중간에 끊고 강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자녀인 B 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단어를 사용해 아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하세요. 왜 자기 아들을 그렇게 무시하고 부족한 면만을 끄집어내서 말씀합니까? B 군은 좋은 아이예요. 잘 컸어요. SKY 대학에 갈 잠재력은 충분해요. 아버님만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있어요. 아시겠어요?”

100점에서 10점 모자란 점수가 아쉬운 B 군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한다. 딸의 수학 점수가 70점인 것에 실망한 A 양의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A 양과 B 군이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따스한 마음이다. 세상이 급박하고 건조하게 돌아갈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팍팍하게 느껴질수록 청소년은 부모의 따스함이 필요하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무시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따스한 마음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부족하다 해도, 자녀는 부모에게 내려진 하나님의 선물이고, 아주 소중하게 성장시켜야 할 자신의 분신이다. 부모의 따스한 마음이 자녀의 행복을 더 키울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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