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덕 지음 《캐스팅》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2018년 《러블로그》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코미디 장르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았던 우희덕 작가가 신작 《캐스팅》을 출간했다.

《캐스팅》을 통해 저자는 도시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반추하고 기존의 마니아적인 코미디에 현실감각을 더한 ‘트래지코미디’를 선보인다. 희극적이면서도 진중하게 코미디 문학의 지경을 확장한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모진수 피디. 이름처럼 모진 수모를 겪으며 살아간다. 징계 누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그는 뉴미디어개발팀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 부서에 배정되고 창고로 쓰이는 지하 스튜디오에 격리된다. 모 피디는 그곳에서 징계 전력이 가장 많고, 독립성과 개성이 가장 강한 피디를 만난다. 달리 말해 ‘동료들도 포기한 피디 선배’와 일하게 된다. 그들은 간부들로부터 오디오 팟캐스트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는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 ‘방송 정상화, 부적격 방송 인력 퇴출’이라는 구호와 맞물려 문제의 피디 두 사람과 그들을 내보내려는 간부들의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부조리극 무대 같은 열악한 제작 환경을 뒤로하고 모 피디는 팟캐스트 제작진과 출연자를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이 캐스팅에 그의 모든 것이 달렸다.

비하와 비아냥이 아니면 사람을 웃길 수 없는 듯, 자극적인 코미디가 넘쳐 나는 현실에서 이 소설은 특유의 언어유희로 심심한 위로와 위트를 전한다. 언뜻 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웃음 코드를 숨긴 채 시치미를 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순히 웃기려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사회 모순을 예리하게 들춘다.

이 소설의 제목이자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키워드인 ‘캐스팅’은 다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야기의 줄기인 팟캐스트 방송과 이를 위한 섭외 작업, 또 무엇을 던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무엇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힘을 가진 이들이 축조한 게임 세계, 운명이라고 믿는 것의 부속물이 되기보다 자신을 던져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저자 우희덕은 1979년 서울 출생으로,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15년 동안 일하며 퇴사 전까지 13년간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장편 소설 《러블로그》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정책주간지 《공감》에 <우희덕의 코미디 로드>,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를 연재했다. 실험적인 작품부터 로맨틱 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코미디 문학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서로북스/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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