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용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장·ESGKO 전문위원

전찬용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장·ESGKO 전문위원
전찬용 전 서강대 인성교육센터장·ESGKO 전문위원

필자는 안식년을 맞아 작년 10월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지내고 있다. 제주의 날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따스하고, 특히 겨울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연말, 때아닌 폭설로 여행객들이 3일 동안 제주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지난 1월은 북쪽에서 불어닥친 한파로 한반도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추운 겨울로 기억됐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감 속에 2024년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들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에 돌입했다.

지난 십여 년 전부터 화두가 돼온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움직임 속에 한국의 많은 대학도 ESG 관련 위원회를 꾸리고 몇 해 동안 ESG 경영을 위한 정책 수립과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운영해 왔다. 사실 ESG 경영은 기업과 정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 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대학도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하는 문제다. 대학은 ESG 교육을 통해 단순히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환경적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고, 정부·지자체·대학이 상호 협력 속에 지속 가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ESG 교육과 관련해 학내 정책과 교과 운영에 투입하고자 노력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어느 시기보다 더 절실하게 우리 앞에 놓인 기후변화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ESG에 대한 이해, 이를 어떻게 개발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 그리고 그 중심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 등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대학의 ESG 여정을 되돌아보면 많은 대학이 ESG와 관련해 교과를 개설하고, 이에 맞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특히 대학평가에서 ESG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대학은 ESG를 위한 연구와 운영,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 성과물을 공유·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들이 ESG의 본래 목적인 본질적 변화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만 그친다면 ESG가 대학 내에서 얼마나 지속력을 갖출지 우려가 된다. 또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의 재정 자립도가 많이 악화된 상황에서 ESG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추진하기에는 많은 부담을 느끼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ESG를 구현해 나갈지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학과 구성원들은 먼저 지금의 상황을 인식하고, 대학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하고 확장해 나갈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 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험과 네트워킹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훌륭한 인재는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노하우에 학문적인 깊이를 더해 완성된다. 그렇다면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가치로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는 대학의 몫이다. 현재 대학은 ESG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ESG에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의 깊이를 더할 때, 우리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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