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유치-학업-취업 등 지역 정주가 목표
충북, 전북, 경북 등 유학생 유치 사업 발굴 등 정책 활발
수도권 편중도 심화…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도 문제
지자체-대학-중소기업-기관 상생협력 모델 구축
“현실 맞춤 정책·정부의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 필요해”

지난달 14일 전라북도가 전주대 등 도내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JB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전라북도)
지난달 14일 전라북도가 전주대 등 도내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JB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 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전라북도)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령인구 감소 덫에 빠진 대학의 위기 타개 방안으로 유학생 유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신대 사태에서 보듯 유학생 비자 문제 등 보완책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 지난 9일 시·도교육청과 함께 하는 ‘한국어교육 기반 국제교류 활성화 사업’을 발표했다. 지난해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로 해외에서의 한국어교육을 활성화 하면서 한국유학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이 사업에는 광주·경북·대구·부산·서울·인천·전남·충남·충북 총 9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220억 원을 자체 투입해 각 시도교육청과 연계된 한국교육원과 함께 지역에 맞는 국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교육부 사업 배경에 대해 “지역의 국제 역량이 제고돼 지역발전과 나아가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 명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광역 지자체 단위로 ‘해외인재특화형 교육국제화특구’를 지정하고 지역 발전 전략과 연계해 해외 인재를 유치·학업·취업연계까지 단계별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 지역 소멸 위기에 지자체, 유학생 유치 나서 = 교육부 기조와 맞물려 지역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자체도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K-유학생 프로젝트’를 통해 유학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충북도 측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과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프로젝트로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유학을 희망하는 우수한 외국인을 선발해 학습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내 대학과 14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해 안정적 입국 지원, 수요 맞춤 학업과 근로보장, 졸업 후 취업까지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충북도는 유치파견단이 베트남 하노이, 빈푹성, 호치민 등 3개 지역 대학과 기업을 방문해 유학생 제도를 홍보하고 유학생 실수요를 파악하는 등 유학생 유치활동을 전개했다.

전라북도는 도내 대학과 전주출입국 외국인사무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JB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 협의회’를 꾸리고 유학생 유치 활성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협의체의 주요 목적은 유학생 유치 공동사업 발굴, 유학생 관리를 위한 정보교류와 협력 등이다. 5년 간 1억 원에 불과했던 전북도의 유학생 유치 예산은 2023년 2억 원으로 늘었다.

김영섭 전주대 국제교류원 과장은 “중국과 베트남 유학생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데 공산권 국가이다보니 학교 대 학교보다 정부를 배경으로 협의하는 게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협의체를 통해 지자체는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현지 답사 증 실무적인 지원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의 수도권 유출 등으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협의체 구성 배경에 대해 밝혔다.

경상북도도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목표로 지난해 11월 ‘컴 투 코리아, 스터디 인 경북’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유학생 유치 정책과 외국인 비자 정책을 발표했다. 경북도와 지역 대학과 지역 기업, 각국 대사관까지 연계된 ‘K-드림 협업체’를 구성하고, 유학생의 입국부터 교육과 취업에 이르는 지역 정착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중견·중소·뿌리기업과 연계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기업 수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특화형 비자를 제공하는 ‘해외유학생 계약학과’ 신설 등의 새로운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경북의 이러한 정책 역시 인구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 등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했다.

■ 유학생 유치 유도하지만 제도적 한계도 = 지난달 통계청과 법무부가 발표한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5일 기준 전국 외국인 유학생 수는 18만 8000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당시였던 2020년 13만 7000명보다 5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도권 집중도 역시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서울 6만 2000명, 경기 2만 9000명, 인천 6000명 등 서울·수도권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의 51.6%를 차지한다. 반면, 충청권 2만 6000명, 호남권 2만 명, 동남·대구경북권 1만 9000명, 강원·제주 7000명 등으로 지역에 있는 모든 유학생 수를 합쳐도 서울·수도권 보다 적다.

유학생들 역시 교육·문화·교통 인프라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보다 서울·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대학의 재정이 더 취약한 지방의 경우 유학생 유치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유학생의 수도권 쏠림으로 유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거 유입되면서 중도탈락 유학생과 불법체류 유학생도 같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유학생 중 중도탈락학생이 4만 1406명에 달했다. 2019년 4.74%였던 중도탈락률은 2020년 5.67%, 2021년 6.6%, 2022년 7.11%, 2023년 7.05%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7월 기준, 불법체류 유학생 수는 3만 609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17.64%에 달한다. 2019년 2만 1970명이던 불법체류 유학생은 2022년 36067명으로 점차 증가했다.

지난해 한신대가 한국어학당에 다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0여명을 강제 출국 시켜 논란이 된 사항도 대학 측이 학생들의 불법체류를 우려한 탓이다. 출입국관리소가 학생들의 잔고 증명서를 요구했으나 대부분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 사실을 학생들에게 통보하면 학생들이 도망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될 수 있어 미리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한신대의 해명이었다.

특히 불법체류율은 유학생 유치에 있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교육부는 매년 유학생 질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핵심 지표는 ‘불법체류율’이다.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대학에 선정되면 학생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의 혜택을 주지만, 불법체류자 비율이 10%가 넘으면 ‘외국인 유학생 모집제한 권고 대학’으로 분류 돼 1년 동안 유학생 신규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 지역 대학 상대적으로 어려워…세밀한 정책 뒤따라야 = 현장에서는 유학생 유치 규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춘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국내에 들어온 유학생이 지역에서 학업부터 취업까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과 지역대학, 기관이 함께 상생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섭 과장은 “지난 코로나19 사태로 불법체류가 급증했는데 일을 할 수 없는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몇 명만 더 이탈해도 불법체류자 비율이 확 늘어버려 힘들게 유학생을 유치해 육성해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의 경우 교육 국제화 인증에서 한 번 비자 제한 대학이 되면 재인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성훈 부산외국어대 K컬쳐글로벌연구소 부소장은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마련이 중요하다. 촘촘한 설계와 유치 전략으로 외국대학과 지자체 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지역 인구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방대학과 지역기업 지방도시의 국제 경쟁력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부소장은 “교육부와 외교부 등 정부 부처가 앞장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적극적인 다문화 지원정책에 나서야 한다”면서 “지자체, 대학, 지방중소기업들이 범정부 차원의 TF팀 구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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