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기 서울대 작곡과 교수 지음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이하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음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클래식 입문서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평론 출판사와 민은기 교수가 만나 오랜 준비 끝에 2018년 말 첫선을 보인 시리즈다. 클래식 음악 전문가가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기초가 되는 음악적 개념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시공간과 장르를 넘나들며 차근차근 클래식의 세계로 향하는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낯설지 않은’ 클래식 음악을 위해

서울대 작곡과 최초의 여성 교수인 민은기 교수는 한국 1세대 음악학자이기도 하지만, 숱한 대중 강연과 저작 활동을 통해 대학 바깥에서도 사람들을 만나온 사회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클래식은 꼭꼭 씹을수록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이에요.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습니다. 고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다른 것들이 으레 그렇듯 말입니다” 저자는 1권을 시작할 당시 클래식이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클래식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결과물이며, 다시 올 수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다. 어차피 우리가 무언가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라면,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이야말로 가장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 장르이지 않을까.

국내 기획 미술 교양서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난처한 시리즈’의 문을 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그림과 설명을 한 면에 배치해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은 독자가 직접 음악을 찾지 않아도 QR코드로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다. ‘난처한 시리즈’만의 구성, 즉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답하는 대화 형식은 일대일 과외를 받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하며,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레이터 강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문어체보다 구어체에 익숙하고 활자보다 이미지에 더 익숙한 세대를 고려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난처한 클래식 수업》 8권에서는 다양한 발레, 오페라 공연 실황 사진 자료를 통해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116개의 음악 링크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선율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오히려 더욱 깊고 풍부하게 다가올 기회가 될 것이다.

차이콥스키, 현실에 발을 딛고 영원한 동화를 꿈꾼 음악가

차이콥스키는 클래식과 친숙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하면 그 이름이 절로 떠오를 만큼 발레 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걸작을 선보이며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작곡가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늘 듣는 이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우아한 발레리나의 발끝에 보이지 않는 눈물과 땀이 배어 있듯,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 또한 고통과 인내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차이콥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의 입체적 음악과 정체성에 주목한다. 단순히 ‘러시아 대표 음악가’, ‘대중적인 클래식 작곡가’로 설명하기에는 다면적이고, 그만큼 상처가 많았던 한 인간의 생애를 조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차이콥스키의 작품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만끽할 수 있으며 당시 사회상 역시 엿볼 수 있다.

〈호두까기 인형〉을 작곡할 당시 차이콥스키는 여동생을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직후로 불안감에 시달렸다. 작곡가가 가장 불행했을 때 엮어낸 선율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 그를 둘러싼 평가는 반전으로 가득하다. 차이콥스키는 차르의 대관식 행진곡 작곡을 맡을 정도로 러시아에서 가장 인정받는 음악가였을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까지 그 명성을 인정받으며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예민한 성정을 타고난 탓에 신경 쇠약에 시달렸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평생 고민했다.

성공한 예술가라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 차이콥스키의 이중적인 모습은 분주한 삶을 살면서도 언제나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과 중첩된다. 이처럼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그저 듣기 편한 ‘예쁜 음악’에 불과하다는 편견은 그의 삶을 아는 순간 깨진다. 불안 속에서도 창작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 안의 외로움과 상처를 반추하며, 다시 위로받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8권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뒤를 이어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혁명과 전쟁의 시대를 건너온 러시아 음악가들도 만날 수 있다. 역사의 질곡을 넘어 자신만의 음악을 빚어낸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러시아 클래식’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회평론/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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