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21대 국회 회기 마감을 앞두고 계류 중인 많은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그중에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안)도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원칙적으로 국회의원 임기 안에 처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폐기 된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하나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으로 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마다 1만 5000여 건에 달하는 미처리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20대와 21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는 다르게 유달리 낮은 법안 처리율을 기록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 29일 막을 내린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만 4141건이고 그중 8924건이 처리됐다. 자동 폐기된 안건은 1만 5002건으로 처리율은 역대 최저치로 37%에 불과했다.

그런데 21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더 낮다. 2024년 1월 19일 기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2만 5502건이다. 그중 8945건이 처리됐으며 미처리 법안은 1만 6557건이다. 처리율은 35.7%다. 20대 국회가 의정 성과평가 낙제점을 받으며 ‘식물국회’라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21대 국회는 더하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1.3%나 저조하니 말이다.

20, 21대 국회 모두 2만 5000여 건 내외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입법 성공률은 평균 36%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민생 관련 법안인데 여야 간의 이견과 무성의로 폐기되는 것이다. 한 법안이 발의되는 데까지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이 드는데, 3분의 2에 가까운 발의법안이 아무런 해명 없이 자동폐기되고 있으니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매회기마다 발의되고 폐기되는 법안 중,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안이 대표적이다. 여·야는 18대 국회인 2010년대 초반부터 학령인구 감소 시대 대학의 구조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다수 제출해 왔다. 김선동·민병주(18대)의원을 필두로 안홍준·김희정(19대), 김선동·염동열(20대)에 이어 21대에서는 이태규·정경희·문정복·강득구 의원이 그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실대학이 폐교 혹은 구조개선 조치 등을 결정할 때 여러 특례를 제공해주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학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는 시점과 맞물린 21대 국회에서는 보다 전향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중 정경희 의원 안이 가장 앞서 있는데, 이 안은 “학교가 해산할 때 잔여재산 일부를 대학 설립자 등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해산장려금을 지급해주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잔여재산 문제로 폐교를 주저하는 학교 설립자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해 폐교를 유도하자는 의도다.

최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자진폐교 사학에 잔여재산의 30%까지 해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학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처리는 요원하다.

정부가 주도하고 교육위원회 여야간사가 대표 발의한 법안인데 아직도 교육위 법률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라니 어이가 없다.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쟁점 법안이라는 이유로 안건 상정조차 안됐다는 소식이다.

여야 의원들은 지금 이때가 ‘대학 구조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설레발 쳤지만 실제로는 ‘구두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자동폐기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사학구조개선법이 될 듯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겉도는 게 반복 중”이라며 “법안소위에서 계속 갖고 있느니 전체회의에 올려서 전체 위원들의 토론을 거치자”고 말했다고 한다. 입법을 위한 임시회의도 아직은 가능하다.

입법 고지의 9부 능선에는 도달한 것 같은데, 한고비를 못 넘는 느낌이다. 마지막 방점이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당사자인 대학과 법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의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입법에 우호적인 상황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 티켓은 기약할 수 없다.

여·야 간 미세한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 남은 기간에 대학인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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