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2년 이상 근무 강사 집단 해고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2년이 경과하면서, 시간강사가 집단으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영남대·성공회대 등에서 시간강사 190여명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윤정원 위원장(대구대 강사)은 “노조가 꾸려진 곳은 집단해고 현황이 파악되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에서도 비정규직법 저촉을 우려해 시간강사를 암묵적으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해고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지난달 시간강사 88명을 해촉했다. △박사학위 미 소지자 △4학기 이상 강의자가 그 대상이다. 당초 180여명을 해고대상에 올렸다가 박사학위 취득자 등은 제외했다. 교무처 관계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적용되는 시간강사를 파악해 (해고)조치했다”며 “처음 파악된 대상자 중엔 박사학위를 받아 예외로 처리된 강사도 있다”고 전했다. 성공회대도 지난 5월, 고려대와 같은 이유로 시간강사 8명을 해촉했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에 저촉될 수 있는 시간강사를 대상으로 해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간강사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비정규직법 시행령은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는 사용기간 제한 예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사 학위자는 2년 이상 채용해도 정규직 전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학들은 2년(4학기) 이상 강의를 맡아온 강사 중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강사를 대상으로 해고하고 있다. 지난달 영남대는 시간강사 100여명을 이같은 이유로 해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교수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강사들의 2학기 강의시간을 주당 5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르면, ‘주당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일하는 근로자’도 ‘사용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박사학위자와 마찬가지로 2년 넘게 고용해도 정규직 전환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3년 비정규직 교수의 퇴직금 관련 소송에서 고등법원은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일반 노동시간의 3배로 산정했다. 강의 준비시간과 연구 활동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영남대가 주당 강의시간 5시간 이하로 제한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직 대법원 판례나 관련부처에서 명확히 제시한 지침은 없다. 대학들은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보호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는 점 때문에 시간강사들을 해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정원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시간강사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비정규직법에 의한 해고조치는 가장 먼저 받고 있는 꼴”이라며 “교과부에 시간강사 문제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도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법령상 제시된 ‘주당 15시간 미만의 근로자’와 ‘박사학위 소지자’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만 지침으로 제시할 수 있어 고민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간강사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은 현재 고등법원 판결만 나와 있고, 주무부처인 노동부의 해석도 없는 상황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정규직보호법의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는 근로기준법과 연관돼 있어 노동부의 해석이 중요하다. 현재 노동부에 관련 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 해결책은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간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 투쟁본부장은 “70년대 젊은 강사들이 운동권 학생들을 양산한다는 이유로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했다”며 “근본 해결책은 시간강사들이 다시 교원신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고등교육법에 ‘대학은 강의전담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시간강사를 이 부분으로 흡수하려고 한다”며 “관련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며, 이것이 실현되면 시간강사들도 교원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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