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교육부는 지난 1월 2일 모 신문사에서 보도된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은 확정이 안 된 정책연구진의 제안이며, 정책연구진의 제안을 바탕으로 충분한 대학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2024년 대학혁신지원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확대 추진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무전공 입학은 전공 구분 없이 1학년에 입학 후 2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현재도 서울대, 고려대, 홍익대, 인하대, 숭실대, 한국항공대, 한동대 등에서 자유전공학부, 자율전공학부, 자율전공 명칭으로 실시되고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 시안(정책연구진안-교육부 확정안이 아님)’에 따르면,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에 20% 이상, 2026학년도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모집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2학년 때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100% 자율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한다. 대학이 학과별 허물기에 나선 것이다. 선발 방안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모집 후 대학 내 모든(보건의료, 사범계열 등 제외) 전공을 자율 선택하는 유형1과 계열 또는 단과대 단위 모집 후 전공 자율(계열·단과대 내 모든 전공 100% 자율선택 또는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 전공선택) 선택하는 유형2로 구분했다.

교육부는 학생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대학 내 학과 간 벽을 허물고 자율전공선택제를 확대하는 대학에 대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른 자유로운 전공 선택, 학문 간 융합, 융합적 사고력과 글로벌 역량을 배양하는 취지는 당연히 지지한다. 대학에서 진로 탐색의 기회를 확대하면 고교에서는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하지만 교육계의 우려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한다. 첫째, 학생이 진로 관심에 따라 과목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고교학점제, 2015·2022 교육과정과 무전공 선발의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진로·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둘째, 진로에 맞춰 학생부 종합전형을 성실히 준비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입시제도일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초기는 무전공 모집인원을 정시모집 모집단위로 국한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2학년 때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결국 인기학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는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전과 등을 통해 쏠림현상이 극심한데 무전공 제도가 확대되면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져서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무전공 제도가 자칫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 무전공으로 학과 간 벽을 허물고 통으로 선발하면 학과 간 입학결과가 뭉뚱그려지기 때문이다.

다섯째, 대학이 무전공 모집 도입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올해 2025학년도 입시부터 도입은 무리다. 1월 하순인 현재도 교육부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은 곧 무전공 모집을 포함하는 입시 요강을 발표해야 하므로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여섯째, 대학마다 상황이 다른데 재정 지원을 앞세워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무전공 모집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대학의 학과 정원 조정과 구성원 간 합의를 기다려도 늦지 않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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