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NHN에듀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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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로마교황청의 종교재판에 회부돼 지동설(地動說)의 철회를 강요받았다. 그가 개량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한 운동법칙에 의하면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이론을 옹호한 바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그는 이후 감금과 석방을 몇 차례 반복하다가 로마교황청의 명령에 따라 가택에서 구금돼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다. 진리(眞理)를 외친 과학자에게 가택 구금으로 징벌한 종교재판의 결과는 359년 뒤 로마교황청의 ‘사과문’으로 마무리됐다.

19세기 산업화 이후 현대의 공교육체계는 기술변화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천해 오고 있다. 1990년 중반 인터넷의 도입과 2000년대 스마트폰 도입 이후 교육과 기술 간 상호작용을 통해 에듀테크(Edutech)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이어 AI디지털교과서와 스마트교실 등 하드웨어 차원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 교수학습법, 교육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도 전면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미래학교에서 교사가 지니는 정체성과 역할에 관해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기술이해도와 활용능력도 중요한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학생들과의 정서적 공감과 소통능력이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사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의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정서적인 공감과 유대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미래사회에서는 ‘배움’을 창출해 내는 교사의 덕목으로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이 주목받고 있으며, 더 이상 일방적 지식전달이 아닌 학생의 자기주도적 성찰과 역량계발을 촉진하는 교수지도의 방향성이 필수적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교육산업이 향후 4가지 거대한 파고와 격랑 속에서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실감화(實感化)’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기술이 적극 도입·활용돼 체험기반의 원격교육, 실감형 교육 등 기존에 시도하지 못했던 형태의 교육콘텐츠 개발이 가속화돼 물리적 공간의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새롭고 다양한 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연결화(連結化)’다. IoT(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등 ‘초연결’ 기반의 플랫폼들이 활용돼 교육콘텐츠가 활성화될 것이다. 국내외 교육수요자를 대상으로 각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교육과 학습에서 즉각적인 피드백과 소통 채널이 마련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유다시티(Udacity)의 경우 국내 취업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 번째, ‘지능화(知能化)’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Big Data)를 이용해 학습자별 특성과 성향을 분석·파악한 후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교수법과 학사행정관리를 자동화·지능화하는 교육서비스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이미 교육현장에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로봇교사(인공지능튜터)가 등장하고 있다.

네 번째, ‘융합화(融合化)’다. 교육은 메타산업(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의 대표적 분야다. 앞선 ‘연결화’와 ‘지능화’를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학습과 교육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산업들에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산업화시대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400여 년 전 로마교황청의 어느 한 노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종교재판도 진리(眞理)를 가로막지 못했다. 당대의 엄청난 핍박 속에서도 그는 독실한 로마카톨릭신자로서 진리에 대한 탐구에 갈급했다. 로마교황청은 종교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좁은 가택 안에 속박했지만 그가 주장한 진리(眞理)는 근대과학을 비약적으로 성장·도약시키는 값진 날개짓이 됐다. 어둠속에 빛을 가둘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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