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前 한양대 총장)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前 한양대 총장).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前 한양대 총장).

전문대학교는 설립 초기부터 직업교육을 통해 실무능력이 강한 전문직업인 양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산학연계 교육의 일환으로 현장실습이 활성화된 것도 전문대학이었다. 

전문대학에서 강점으로 추진했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일반대학에서도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다수의 전문대학에서 졸업 요건화하며 학생들의 현장경험을 습득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던 현장실습도 많은 4년제 대학에서 적용하고 있다.  

과거에 대학은 유일한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경쟁 상대가 없이 왕 노릇을 했었다. 상아탑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취업과 연계된 직무능력 교육에 대한 언급을 폄하하는 경향도 있었다. 

ICT의 발전과 함께 고등교육은 대학의 물리적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취업 경쟁력이 강한 대안고등교육기관의 등장은 전통적인 대학에 대한 거센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2011년에 설립된 유다시티(Udacity)는 ‘나노디그리’라는 오로지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교육과정을 만들었고 대학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직업교육에 특화되어 있는 전문대 입장에서는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나노디그리’ 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노디그리 과정 운영을 통해 취업 경쟁력 측면에서 전문대학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세계 최정상 기업의 채용현장에서 불고 있는 현상은 대학 졸업여부와 상관없이 직무 전문성, 직무 관련 경험 위주의 인재를 선발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점이다. 전문성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하는 이유다. 전문대가 강점인 해당 직무에 맞는 스킬과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대학교육의 전통적 수요층(수험생)의 급감과 노령층 인구증가에 따른 대학재정 위기와 함께 대안고등교육기관의 눈부신 성장으로 인해 대학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생산가능인구 급감, 노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생의 개념을 고등학교 졸업생과 사회구성원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직업 시대를 맞이해 평생학습도 학습자들의 취업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하다.

어느 전공이든 졸업생들이 사회진출 경쟁력(취업, 창업 등)이 증진되도록 직무 전문성 교육 강화와 함께 평생학습도 전문대의 강점이 아닌가.

미국에서도 4년제 대학의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해 취업경쟁력이 우수한 전문대학(커뮤니티 칼리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4년제 대학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직원채용 시 학벌보다는 직무관련 실력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도 전문대학의 선호도를 높이는 이유다.

구글은 2017년에 만든 온라인교육 플랫폼을 통해 기업 수요가 많은 분야에 대해 개설된 3~6개월($49/월) 과정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구글경력증명서(Google Career Certificate)를 발급해준다. 4차 산업혁명기술분야 인재육성을 위해 구글이 직접 개발한 경력 기반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 수료를 통해 취업시장에서 4년제 대학 졸업장 이상의 전문성을 인정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포부다. 기업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대학 학위 유무가 기업체 취업 시 필수 요건처럼 여겨져 왔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학위보다 실력 위주의 채용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해외 유수의 기업들도 교육요건을 완화해 직무능력과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다. 대학이 왜 필요한지 본질적인 질문에 답할 때다.

독일에 히든챔피언이 많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은 독일의 일학습병행 교육과정이다. 실무 및 이론 교육을 결합해 방학 없이 운영되는 3년 과정의 이중 견습 시스템이다. 전문대는 이중 견습 시스템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학생들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신산업분야에서도 선도전문대학들이 현장 직무교육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지역중심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전문기술석사과정’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대학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하여 학생들의 취업경쟁력과 재직자들의 직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취업경쟁력은 대학 내에 설치된 취업센터에서도 도움을 주겠지만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과목 수강을 통해 직무능력이 증진되도록 해야 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 관련 실제 문제를 접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받아야 직무능력이 향상되고 질 좋은 취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대의 강점인 학생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대학 특성에 맞는 교육혁신을 이룰 수 있는 산학연계 교육혁신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혁신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것은 교육혁신에 대해 이런저런 구호성 언급은 할 수 있지만 실제 강의에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교육은 교수자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교수자가 됐다고 교육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자 자율로 맡기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것처럼 언급하는 분들도 있다. 

대학 특성에 맞는 교육 관련 레거시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교육혁신플랫폼 구축이 교수자들에 대한 ‘경직된 규제’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교수자들이 활용해야 하는 교육혁신플랫폼은 학생들의 경쟁력 증진을 위한 ‘아름다운 규제’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 대학이 출연(연)과 다른 것은 학생교육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1969년부터 MIT에서 운영하는 교육혁신플랫폼인 UROP(Undergraduate Research Opportunities Program)를 통해 학생들은 학부과정 동안 최소 한 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4학년 학생의 93%가 UROP를 경험하고 졸업을 한다. MIT의 모든 학과가 UROP에 참여하며, 전체 교수의 60% 이상이 UROP 멘토 역할을 한다. 

MIT의 경우처럼 학생과 교수 모두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마련한 교육혁신플랫폼에 참여하기 때문에 진정한 교육혁신을 통해 실제현장(real-world)에 대한 학생들의 사회진출 경쟁력이 증진되는 것이다. MIT 학생들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취업을 못할까봐 UROP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본인 전공과 관련된 실제 문제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UROP라는 교육혁신플랫폼을 만들었고, 55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과 현장실습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UROP를 운영한다고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세계 대학을 선도하는 MIT에서조차 학생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생과 교수 대부분이 참여하는 교육혁신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MIT의 경우를 살펴보면 교육은 교수자 자율로 맡기자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대학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형식이 내용을 구체화한다는 말이 있듯이 교육혁신플랫폼이라는 형태의 틀을 기반으로 전공 특성에 맞도록 변형해 대학 전체가 교육혁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실에서의 수업 내용이 실제 현장과 연계돼 학생들이 취업경쟁력을 갖도록 교수자들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전문대는 지역기업과의 친밀도를 기반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 도출에 강점이 있다. 손과 발이 가는 노력을 통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에도 앞장서면 실무에 강한 전문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운영하는 산업평가센터(Industrial Assesment Center, IAC)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신설해 전문대의 특화분야와 연계된 지역기업과의 협업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IAC는 DOE의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1978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에너지 효율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에서의 현장연계 연구와 학생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정부-대학-기업 모두에게 유익한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제조 시설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산업평가센터는 대학 기반의 엔지니어링 학생·교수팀이 실시하는 무료 기술 평가를 제공해 미국 중소 제조업체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고,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산업평가센터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현장 방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에너지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3~10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팀이 에너지 효율 평가와 보고서 작성을 지원한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평생직업 시대는 피할 수 없다. 평생학습도 취업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우수한 취업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산학연계 교육혁신플랫폼과 전문대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 친화적인 ‘지역기업지원플랫폼’ 구축을 통해 전문대의 강점을 살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지속 가능한 대학으로 빛날 때가 도래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