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부터 7일간,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행사 진행
‘의료와 돌봄·디지털 헬스케어·자기서사의 윤리 등’ 논의
섭식장애 환자 8명, 환자 어머니 3명 참여 ‘직접 경험한 나의 이야기’ 회고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인제대학교(총장 전민현)는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인제대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가 비영리단체인 잠수함토끼콜렉티브와 공동으로 ‘섭식장애 인식주간(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오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3층에서 진행되며 모즐리회복센터가 후원한다.

이번 행사는 섭식장애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시간과 섭식장애 의료체계 문제점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또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숙고 없이 추앙돼 온 디지털 헬스케어, 그리고 자기 서사의 윤리 등 섭식장애를 둘러싼 뜨거운 논제를 다루는 토크 세션을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세션은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된다.

행사 첫날인 28일에는 ‘전복적 재구성’을 주제로 한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토크 세션이 저녁 7시부터 진행된다. 거식증 회고록인 <삼키기 연습>(글항아리, 2021)의 저자 박지니 작가의 진행으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김보람 감독, 2022)의 주인공이자 <이것도 제 삶입니다>(오월의봄, 2023)의 저자 박채영 작가, 섭식장애 심리 에세이 <또, 먹어버렸습니다>(다른, 2021) 저자 김윤아 심리상담가, 섭식장애 유튜버이자 섭식장애 심리상담자 이진솔 씨, 곽예인 포토그래퍼, 양석영 영화감독, 이선민 섭식장애건강권연대 기획자, 이은아 씨 등 7명의 패널이 자리를 함께한다.

둘째 날인 29일 저녁 7시에는 박채영 작가의 어머니, 이선민 기획자 어머니, 임지혜 씨 등 3인의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가족이 ‘그러나 삶은 계속되고’라는 주제로 당사자와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 당사자 가족에게 쏟아지는 뭉툭한 비난과 편견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이 준비돼 있다.

3월 1일 저녁 7시에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최은경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디지털 멘탈헬스의 윤리적·정치적 지점들을 논하는 시간을 갖는다.

2일 같은 시간에는 김새롬 보건의료정책 연구자, <의료비즈니스의 시대>(돌베개, 2023),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창비, 2023)를 쓴 김현아 교수, 그리고 20년 넘게 섭식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식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는 안주란 씨 등이 패널로 자리해 ‘섭식장애와 의료시스템’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3일에는 싱어송라이터 바바라와 박채영이 함께하는 낭독 콘서트가 열린다. 4일 7시에는 리타(이연숙) 미술평론가가 여성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천착된 ‘자기이론(auto-theory)’을 힌트 삼아 자기서사의 정치성과 윤리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날인 3월 5일의 세션은 첫 회와 마찬가지로 정희진 여성학자가 진행을 맡는다.

김율리 교수는 “한국에서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강박증’, ‘의지력만 발휘하면 해결될 습관 문제’ 등으로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내내 밀려나 있었다”며 “섭식장애는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정신질환이지만 주변의 이해와 도움을 받고 조기에 치료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섭식장애주간을 기획한 박지니 잠수함토끼콜렉티브 대표는 “이번 섭식장애 인식주간은 ‘인식적 정의(Epistemic Justice)’라는 주제로 진행된다”며 “이는 어떤 상황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이들의 말이 전혀 신뢰받지 못하거나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음으로써 폭증되는 부당함을 가리키는 철학자 미란다 프리커의 ‘인식적 부정의(Epistemic Injustice)’ 개념을 빌려,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의 위치에서 우리 스스로 ‘회복적 정의’를 성찰해 보겠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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