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올해 초 이커머스 및 스타트업계에 뜨거운 소식들이 다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소식은 컬리가 2023년 12월 사상 첫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1월에도 흑자여서 1분기 흑자를 조심스레 전망하는 보도들도 있다. 컬리는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으로 유명한 이커머스 스타트업이다. 컬리는 혁신 스타트업으로 유명세가 있지만 지난해 기업공개(IPO)에는 실패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적자폭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 과연 흑자가 가능하겠냐라는 의구심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컬리의 대표적 흥행 요소였던 ‘새벽배송’이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보관·배송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값비싼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새벽배송에 따르는 인력 및 배송 차량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컬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같은 새벽배송을 줄이거나 폐지해야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흑자 전환은 요원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컬리는 이같은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바로 구독경제 활용에 해법이 있었다.

이커머스 최강자 ‘아마존’의 성공 전략, 구독서비스에 있었다
컬리 흑자의 가장 큰 요인은 ‘비용 절감’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3년 컬리가 지출한 판관비는 5737억 원(3분기 누적 기준)이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9억 원가량 감소한 수치였다. 즉,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컬리는 지난해 8월 출시한 유료 구독 멤버십인 컬리멤버스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평하고 있다.

컬리멤버스 도입으로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컬리멤버스의 강점으로 ‘저렴한 요금’과 ‘배송 혜택’이 꼽힌다. 컬리멤버스의 월 구독료는 1900원으로 로켓와우클럽(4990원), 신세계유니버스(연 회비 3만원) 등 다른 구독멤버십보다 저렴하다. 컬리멤버스 구독자는 2만 원 이상 구매 시 매월 무료 배송 쿠폰 1장을 받는다. 가입하면 2000원의 적립금을 주고 있는데, 1900원의 구독료를 감안하면 고객은 가입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다. 각종 할인 및 쿠폰 그리고 추가 적립은 덤이다. 만년 적자인 쿠팡이 흑자가 된 요인도 유료 구독멤버십인 로켓와우멤버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컬리는 구독료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주는 멤버십을 왜 하는 것일까? 쿠팡, 신세계, 네이버 등 왜 잘 나가는 기업들은 구독멤버십을 하는 것일까? 아마존을 통해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구독서비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2004년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세계 유통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 구독경제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쿠팡 와우멤버십 등 구독 멤버십도 아마존프라임을 사실상 벤치마킹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통합멤버십을 지향하는 모든 구독멤버십이 아마존프라임을 모델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이라는 구독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아마존프라임이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상품 구매 시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료 없이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서비스로 2004년에 시작됐다. 무료 배달 이외에도 스트리밍 음악, 아마존프라임비디오(OTT), 책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상품 판매가 아닌 구독료로 얻는 이익만 약 10조 원이 훌쩍 넘는다. 미국의 경우 구독료가 월 15달러, 연간 139달러이다.

제이피 모건(JPMorgan)의 발표에 의하면 구독료(연회비)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무료배송, 무료OTT, 오디오 도서 대여까지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규모의 경제 또는 플랫폼화하기 위한 모객 차원일까?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사용해 아마존의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프라임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비구독자(비회원)는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한다고 하니,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밖에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크로스셀링(cross selling·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판매)과 업셀링(up selling·구매를 앞둔 고객에게 보다 상위의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판매 방법)의 전략도 펼치고 있다.

‘락인효과’ 노리는 구독 멤버십
이같은 구독경제 기반의 멤버십은 우리가 인식을 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몇 년전부터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의 하나로 확대되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가 자주 가는 GS, CU,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도 구독경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 편의점에서는 몇천 원의 구독료를 내면 도시락 같은 특정 물품을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2020년말 기준으로 가입하지 않는 고객과 비교해 구독을 한 고객의 경우 제품 구매 건수는 4배, 사용금액은 3.8배 증가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마시는 커피 관련해서도 구독멤버십이 있었는데, 일정 구독료를 내면 원두 커피를 25% 할인해준다. 그런데 비가입자가 평균 5.7잔을 살 때 구독가입자는 38.6잔을 구매한다고 한다. 구독가입자가 약 7배 더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편의점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업들이 구독경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엔 경기도 어렵고 고물가가 지속되다보니 편의점 구독서비스가 전성시대를 열었다. 최근 편의점 구독서비스는 월 구독료 2000~5000원을 내면 여러 장의 할인 쿠폰을 받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4000원 상당의 도시락 구독서비스에 등록하면 10장의 20% 할인 쿠폰을 제공해준다. 5000원짜리 도시락이면 한 달에 네 번 이상만 먹어도 구독료로 지출한 금액 이상을 할인받을 수 있다. 자주 이용할수록 받는 할인 혜택이 커지다 보니, 소비자는 락인(lock-in)효과에 묶일 수밖에 없다.

특히 주머니가 얇은 20~30대가 편의점 구독서비스를 많이 사용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1~4월 편의점 CU의 구독 쿠폰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5.4% 증가했으며, 특히 상품군별로는 도시락(13%)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그 다음이 커피(10.2%), 우유(9.0%), 삼각김밥(8.3%), 컵라면(7.5%)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MZ세대의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할인 쿠폰 방식은 자주 이용할수록 받는 할인 혜택도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의점에서 여러 개의 구독서비스을 사용하는 구독자도 증가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모 편의점에서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중 2개 이상의 쿠폰을 구매한 소비자 비중은 31%였다. 2022년(27%), 2021년(15%)와 비교해볼 때 해년마다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멤버십은 결국 크로스셀링과 업셀링을 노리는 것이다. 도시락 구독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려서 도시락과 함께 마실 음료수 또는 양이 살짝 적은 듯하면 국물이 있는 오뎅이나 컵라면 등을 추가 구매한다. 이것이 크로스셀링이다. 소비자들은 구독멤버십 혜택을 받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이 구독하는 유통기업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을 찾아올 수밖에 없다. 결국 ‘락인’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로 컬리가 흑자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마법 같은 구독멤버십을 하면 모든 기업이 다 잘 되는 것일까? 위험 부담은 없는 것일까? 똑똑한 소비자들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까? 다음 회에는 유료 구독멤버십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과 함께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구독멤버십에 대해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