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 이화여대 · 가톨릭의대 공동연구팀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환자 몸속에 거즈를 남긴 채 봉합 수술을 해 환자가 고통을 겪었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거즈(gauze)는 치료나 수술 도중 출혈을 막아 지혈을 돕는데, 체내에 남으면 염증과 감염을 유발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합과 누에고치를 사용한 지혈제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이 지혈제는 혈액 응고 능력이 우수하며, 몸 안에 있어도 안전해 학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POSTECH 차형준 교수, 이재윤 박사, 이화여대 주계일 교수, 가톨릭의대 이종원 교수.
왼쪽부터 POSTECH 차형준 교수, 이재윤 박사, 이화여대 주계일 교수, 가톨릭의대 이종원 교수.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 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이재윤 박사,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이종원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홍합과 누에고치에서 유래한 천연 단백질을 사용해 이중층(二重層) 나노 섬유막 지혈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Small(스몰)〉최근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거즈나 의료용 밴드 등 기존 지혈제는 피부 표면에만 사용할 수 있다. 피브린 글루(fibrin glue)나 콜라겐 스펀지(collagen sponge)처럼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물질들도 있지만 사람이나 동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필요해 가격이 매우 비싸다. 무엇보다 현재 사용 중인 지혈제 물질들은 출혈이 발생한 부위에 안정적으로 붙지 않았으며, 외부 오염원에 대한 감염에 매우 약했다.

홍합 접착단백질과 누에 실크단백질 기반 흡수성 이중층 나노섬유막 접착 지혈 드레싱.

연구팀은 수중에서 조직접착력이 강한 홍합 접착단백질(mussel adhesive protein)과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silk fibroin)을 기반으로 이중층 접착지혈제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홍합 접착단백질이 혈소판을 활성화하는 등 우수한 지혈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으며, 메탄올 증기를 사용해 누에 실크단백질의 2차 구조를 변형시켜 외부 표면이 소수성인 나노 섬유막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안쪽에는 홍합 접착단백질이 포함된 상처 접착층이, 바깥에는 누에 실크단백질로만 구성된 보호층이 결합한 지혈제를 만들었다. 동물 실험 결과, 이 지혈제를 사용하면 출혈 부위의 조직 접착과 지혈이 빠르게 진행됐으며, 박테리아 등 감염원이 포함된 수분 침투를 효과적으로 막았다. 생체 적합성과 생분해성이 우수한 두 단백질로 혈액 응고와 감염 방어가 가능한 새로운 지혈제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자연에서 유래하고, 인체 내 분해가 가능한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다기능 국소 접착지혈제의 우수한 지혈 성능을 확인했다”며, “실제로 환자 치료나 수술 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해양수산부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연구단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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