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6일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2006년부터 19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 과감하게 풀고,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의대 정원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된다.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면 2031년부터 의사 인력이 배출돼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이 확충된다고 발표했다.

늘어나는 의대 입학정원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하에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것이며, 각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임을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대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 의대 진학을 위해 N수생 증가가 예상된다. 의학계열 재학생마저도 심하게 들썩이고 있다. 의대 모집인원 증가로 인해 N수, 반수생은 수시모집 여섯 장, 정시모집 세 장의 카드를 의학계열로 도전적인 배팅을 할 것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 의대 그리고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를 지원했던 최상위권 지원자가 의대로 상향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합격선도 하락할 수 있다. 의학계열 모집단위를 선발하는 대학들의 학사 운영도 파행이 걱정된다. 또한 의학계열 편입시장 확대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최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즉, 첨단학과 및 계약학과 등 선호도가 높은 이공계 학과 지원자들이 의학계열로 몰릴 수 있다. 블랙홀처럼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학계열로 빨려들면, 연쇄적으로 자연계열 학과의 경쟁률과 합격선은 하락할 것이다. 2000명이 늘어난 만큼 의대 합격선도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전형 중심으로 하락할 것이다. 대입의 모든 이슈와 관심은 의학계열 입시에 묻힐 것 같다.

셋째, 의대 정원 증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늘어서 수도권 학생들과 지역학생들의 유불리가 상충된다. 지역 최우수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지역인재전형에 몰리는 경향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학생들의 역차별 논쟁도 제기될 수 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도 내려갈 것이다.

넷째, 의대 진학에 걸맞은 교과성적과 비교과활동이 수시모집 지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자들은 정시모집에 대거 도전할 것이다. 서울대 정시모집 과탐Ⅱ 과목 가산점과 교과평가, 연세대 정시모집 교과평가(2026학년도), 고려대 정시모집 교과우수자전형의 내신성적 반영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최상위권 정시모집 지원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 고득점 경쟁을 위한 사교육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섯째, 의대 정원이 증가한 만큼 학생부종합전형의 모집 인원도 증가할 텐데, 학교생활기록부의 미기재·미반영 항목의 증가, 자기소개서 폐지, 면접전형 축소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현실에서 최상위권 학생들 변별력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끝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지만 표현법이 다를 뿐 합의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업에 걸맞은 의료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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