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실로 파격적인 정책으로 의료계는 집단 패닉에 빠졌다. 전국 40개 의대생들이 동맹휴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급기야 빅5 병원 전공의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바야흐로 의료대란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번 의대 증원이 교육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입시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장에서는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에 지원생 6000명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00명 증원이니 어림 잡아 1만 2000명 정도의 입시생이 의대로 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합격선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합산 점수(300점 만점) 기준 281.4점으로 지금보다 4.5점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SKY 대학 자연계 학과 합격자 중 의대 합격 가능권의 비율이 78.5%까지 넓어진다는 분석이다.

첨단 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첨단 분야 학과 신입생 상당수가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합격선 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입시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주요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최초합격자의 등록 포기율은 155.3%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의대로 몰려갔다는 분석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분석 결과, 2023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이공계열 최초합격자의 상당수가 서울대에 등록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신입생 미등록이 발생한 단과대학은 일명 치·간·수·약대에서 나왔다. 의대 쏠림 현상이 국내 최상위권 대학인 서울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서울대 자퇴생 분석결과를 보면 공대, 농생명과학대, 자연과학대 등 이공계 대학 자퇴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자퇴생이 모두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그 영향권 안에 있음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의대쏠림 현상으로 인력 양성 체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파격적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학과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에서는 올해 이공계 신입생 농사는 망쳤다는 한탄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신경쓰이는 대목이 증원으로 인한 ‘교육의 질 보장’ 문제다. 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교육의 질 저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교육의 질적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의료계가 반발하자 정부는 ‘의학교육 질 담보를 위해’ 실시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원 확대를 위한 정부의 꼼수로 봤다.

정부와 의료계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2000명 증원이 확정 발표됐다. 의료계는 바로 ‘의학교육의 질 담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는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각 대학에 증원 인원을 배정하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 질 하락은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인증기준이 증원의 절대기준이 된 것 같다. 의평원은 인증 유지 관리를 위해 “학생 수 등 중대한 변화가 예정되면 인증을 받았더라도 사전에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인증관리위원회에서는 주요변화계획서를 평가해 인증 유지 여부를 결정하며, 해당 대학의 인증유형 및 인증기간을 변경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 우려하듯이 무조건 증원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실교육을 통해 부실 의료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는 충분히 참작할 만하다. 인원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교수요원, 시설 여건이 바뀌어야 하는데, 과연 단 시간에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파격적 의대 증원이 의사 부족에 따른 고육책이긴 하지만 교육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증원에 따른 교수요원 확보와 시설 확충에 들어가는 재정을 지원해야 하고, 대학은 보다 더 세밀한 교육의 질 유지에 최선을 다각도의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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