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원, R&D 예산 조정 및 국가연구 혁신 방안 토론회 개최
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조정 대응하는 과학기술 연구환경 구조 혁신 방안 모색
권성훈 국회입법조사관, 김화랑 서울대 박사, 이동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주형규 가천대 교수 발제

김근태 의원이 20일 주최한 ‘R&D 예산 조정 이후, 국가연구 백년지대계를 논하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김근태 의원실 제공)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조정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연구환경 구조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김근태 의원(국민의힘)은 20일 ‘R&D 예산 조정 이후, 국가연구 백년지대계를 논하다’ 토론회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었다.

토론회는 김근태 의원을 좌장으로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김화랑 서울대 화학부 박사, 이동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 주형규 가천대 물리학과 교수가 각각 발제한 뒤 금년 R&D 예산 조정의 보완 방안과 PBS(Project Based System) 제도 개선 및 과제 배분의 공정성 확보 등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구조 혁신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꾸며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 의원은 “서울대에서 신소재 분야를 연구하던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던 제가 국회에 입성하며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번 토론회가 대한민국의 과학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관련 법률안을 개정하는 등 토론회를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는 실질적인 공론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부정적 영향 최소화, 연구계발체계와 제도 발전 관련 논의 활성화 등 당면 대책 마련 시급” = 2024년 R&D 예산 조정에 대해 그간 과학기술계는 여러 방면에서 우려를 제기해왔다. 유명 대학들의 연구비는 삭감됐고, 대학원생·신진연구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등 일부 우려는 현실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R&D 예산 조정은 예산의 양적 증가로 가리고 있던 연구개발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을 뿐 보다 근본적인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권성훈 국회 입법조사관은 ‘연구개발예산 조정의 영향과 향후 과제’ 발제를 통해 “연구개발예산 조정은 과학기술계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협하고 있다”며 “연구개발예산 복원 논의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조사관에 따르면, 현재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은 국가 부도 상황이었던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지나고 있으며, 이에 산학연 구분할 것 없이 각계에서 연구개발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고 보도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원 교수들은 학생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고 기존 학생들도 조기 졸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 과학기술원 연구개발 현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출연진 학생 연구자에게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는 부정적 보도가 다수다.

권 조사관은 “최근에는 의대 정원 확대 추진도 연구개발 예산 조정과 맞물려 이공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과, 이공계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논의가 중요하다. 내년 예산을 어떻게 하겠다는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 조사관은 “공공부문의 연구개발은 당장의 생존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 또는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미래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 의지가 과학기술계가 바라는 방향과 결합될 수 있도록 연구계발체계와 제도의 발전에 관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권 조사관은 과학기술계 미래세대 지원 강화 방안으로 이공계지원법에 학생연구원에 관한 장을 별도로 신설해 학생연구원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대학원생들이 학생연구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등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과학기술계 미래세대들이 선배연구자의 처우 실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처우에 관한 규정을 개선해 미래세대들이 과학기술인의 길로 들어설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권 조사관은 연구개발예산 조정 향후 과제로 △정부납부기술료 제도 원점 재검토 △기술이건 기여자 보상금 비율 규정 재검토 △출연연의 자율성·책임성 확보 △출연연 육성체계 강화 △과학기술원 간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발제자들이 토론회 참석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근태 의원실 제공)

■ “수월성·보편성 함께 담긴 젊은연구자 지원책 제시돼야” = 김화랑 서울대 화학 박사는 ‘예산과 제도 측면에서 바라본 국가 R&D’ 주제 발제를 통해 “현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중 R&D 분야 재정지출 계획이 전 정부의 계획과 비교해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정부에서 발표한 운용계획 및 투자전략 간 일관성과 구체성을 확립하는게 중요하다. 또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기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R&D는 탄탄한 기초과학 지식의 토대 위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담보로 진행되는 과정이나 현 정부의 R&D 분야 재정지출 계획은 도전적·성과창출형 R&D의 개념이 모호하다. 또한 정부의 정책 성격과 정책 방향이 변해도 기존 진행 사업은 차질 없이 마칠 수 있도록 방안이 마련됐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고, R&D 분야에 대한 세부 분야 부문별 재정지출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로 구체적이지 않다.

특히 김 박사는 젊은 연구자 지원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R&D 지원은 수월성과 보편성으로 나눠지는데, 정부가 언급한 젊은 연구자 지원책은 우수연구자 위주의 지원만 담고 있어 생애기본연구에 해당하는 보편성은 버리는 카드가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R&D 예산 조정으로 ‘젊은 연구자 성장을 위한 예산이 축소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이종호 과기부장관의 말과 달리 국내 교육기관 62곳이 학생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R&D의 기본 성격을 감안해 수월성과 보편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김 박사는 “정부는 예산 책정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로 과학기술인뿐 아니라 예비 과학도까지 가세한 반발을 야기했다”며 “R&D 종사자, 예비 종사자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과학기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 “인력 양성 정책 질적 개선 통한 경력개발 안정·역동성 확대 필요” = 이동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처우, 사회적 명예, 직업 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과학자라는 직업은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기에 메리트 있는 직업이 아니”라며 “이공계 인력 양성 정책의 질적 개선을 통해 경력개발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확대하고, 이공계를 선택한 인재에 대한 교육의 질 제고와 함께 최상위 인재의 경력 경로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우수 이공계 인재 이탈의 원인 및 해결 방안’ 발제를 통해 “과거 30여 년간 이공계 인력 양성 정책은 양정 자원 확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인력을 많이 선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 결과, 증가된 연간 박사 학위 취득자 수에 비해 박사급 연구 개발 인력의 일자리는 감소했다”며 “현재 이공계 박사의 공급 과잉과 이로 인한 노동 시작 악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이공계 대학원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총학생회장은 이공계 인재 인탈 해결 방안으로 ‘과학자’의 정의를 바로 내려 자긍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 성과만큼 대우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미래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안정적인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이공계 이탈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확고히 한 다음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부여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공계의 제일 큰 문제로 ‘공급과잉 현상 과다’를 꼽으며 글로벌 교류 확대도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R&D 연구소의 인건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매우 낮으므로, 해외 유수 대기업의 R&D 센터 국내 유치, 글로벌 교환학생, 인턴십 등의 확대를 통해 과학자의 수요를 늘리고 인건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총학생회장은 “R&D는 인력을 많이 선발한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우수 인재들이 ‘과학자’가 돼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의 과학 기술은 fast-follower로서 성장해왔고, 이제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제는 백년대계를 위해 first-mover로서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풀뿌리 기초연구 활성화 위한 기본과제의 충분한 예산 확보 시급” = 주형규 가천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공계 연구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발제에서 “풀뿌리 기초 연구와 선택·집중 연구사이의 균형이 시급하다”며 풀뿌리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재단의 기본과제의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연구재단의 기본연구과제 부족으로 기초 연구분야 지원이 부족하며 이에 따른 박사학위의 경험·지식 사장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 교수는 “경제적 관점 위주의 연구정책으로 인해 R&D 연구분야가 집중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장비 개발 분야 등 R&D 투자 위험이 높은 분야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선택·집중 연구과제 기획을 위한 정부 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정부기관 내 전문 기획을 위한 이공계 박사 급 전문 인력을 선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 교수는 “과제 선정평가, 수행결과 심사에서의 공정성 제도도 필요하다”며 “선정평가시 암맹평가(Blind Review)를 활용하고, 학술논문 평가 시 Impact Factor 대신 분야별 저널랭킹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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