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권 한라대 총장(왼쪽)이 80세 신입생 최성규 할머니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1944년생 80세 최성규 할머니는 늘 가슴 한켠에 응어리진 서러움이 있었다.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압곡리 두메산골에서 4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열세살 때부터 동생 뒷바라지와 집안 살림을 하며 살아오느라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어린 시절 주변의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들때마다 언젠가는 자신도 어엿한 학생이 되어 마음껏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위안을 삼았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하다.

복장학원을 다니며 손바느질 기술을 배워 그 기술을 활용해 서울 평화시장에서 원단을 구입, 양복 정장 제품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덧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동생들과 자녀들이 모두 장성하고 집안 살림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자 최 할머니는 2020년에 한국 YMCA 원주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4년간의 중·고교 생활 동안 몸이 아파 단 하루 학교를 빠진 일 말고는 악착같이 학업에 매달려 개근을 하며 중등학교 과정을 마치게 되자, 또 다른 꿈이 꿈틀거렸다. 기왕에 어렵게 시작한 학업이니 대학 공부도 해보자는 의욕이 생겼다.

때마침 살고 있는 원주의 한라대에서 성인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위과정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양복 정장 제품공장을 운영하던 시절 경영에 대한 지식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떠 올라 지금부터라도 경영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 보자는 결심으로 미래라이프융합대학 미래경영학과에 지원해 합격하면서 올 3월 마침내 대학 입학의 소원을 이루게 됐다.

지난달 29일 한라대 입학식에 손자, 손녀 또래의 학생들과 함께 참석한 최성규 할머니는 “스무살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정이다. 늦게 시작한 대학 공부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벅찬 포부를 밝혔다. 김응권 한라대 총장은 최성규 학생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며 “아무리 많은 나이도 배움에 대한 의지를 막을 수 없으며, 최성규 학생은 평생 학습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롤 모델” 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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