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우리나라보다 인구절벽이 먼저 시작된 일본에서는 1983년도부터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른바 ‘유학생 10만 명 정책’이 시작됐다. 이 정책은 개발도상국의 인적자원을 개발해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성격이 강했다. 당시 아시아 각국과 일본 간의 경제적 격차가 컸기 때문에 사비(私費)로 일본에서 공부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에 일본 정부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등록금을 감면해줬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모국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했고, 이들이 장래에 민간 대사로서 일본의 가교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1983년도부터 시작된 유학생 10만 명 정책은 2003년에 달성됐다. 이후 2008년도부터는 유학생 30만 명 계획이 시작됐다. 유학생 30만 명 계획은 일본의 유학생 정책이 국제협력 추진이라는 성격에서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양성해 일본에 정주시키는 정책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사회적으로 IT 분야 등에서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경제의 글로벌화에 대응해 기업의 해외 전개가 가속화됨에 따라 유학생의 고용 촉진 움직임도 강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유학생 30만 명 계획은 해외에서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 졸업 후 일본 기업에 취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일본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

유학생 30만 명 계획은 2020년을 목표로 삼았으나 이보다 빠른 2019년에 달성됐다. 유학생의 국가별 비율을 보면 중국 44%, 베트남 22%, 네팔 9%, 한국 6%, 대만 2%, 인도네시아 2%, 스리랑카 2%, 미얀마 1%, 방글라데시 1%, 몽골 1%, 기타 10%였다. 구체적으로는 대학(학부·대학원)이 14만 2691명, 전문대학이 2844명, 고등전문학교가 506명, 전수학교가 7만 8844명, 준비교육과정이 3518명, 일본어교육기관이 8만 3811명이었다. 전공 분야로는 사회과학이 전체의 37.1%을 차지했다. 인문과학은 21.6%, 공학이 17.6%를 차지했다. 졸업 수료 후 일본에 취업하는 유학생도 약 9000만 명에서 약 2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일본 국내 취업자 비율도 약 27%에서 약 37%로 상승했다.

다만 유학생 30만 명 계획은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양성해 일본에 정착시킨다고 하는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오오타히로시(太田浩) 히토츠바시대학(一ツ橋大学) 교수는 일본의 유학생 30만 명 정책에 대해 “일본은 유학생 30만 명 정책을 통해 많은 유학생을 유치해 왔다. 그러나 어학 능력 양성과 준비교육을 담당하는 ‘일본어 학교’, 인재 육성의 중심이 되는 ‘대학’, 취업처인 ‘기업·지역’의 관계자 간의 연계가 부족했다. 일본 유학은 학생모집 단계에서부터 졸업 후의 커리어 형성에 이르기까지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학생 30만 명 계획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였던 ‘대학의 글로벌화’는 영어 수업만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과와 대학원의 증가를 초래했다. 영어로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본어 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해 일본 취업이 곤란한 실태도 명확했다. 일본의 유학생 30만 명 계획의 달성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유학생 30만 명이라고 하는 수치상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증가의 중심은 전수학교나 일본어기관에서 배우는 유학생이었다는 점이다. 대학, 대학원 유학생의 증가는 한정적이었다.

두 번째는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보다, 산업체에 필요한 단순노동자를 유학생으로 보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 유학생은 경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병행으로 일본어학교 재학 중에 대학입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전문학교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국의 전문학교 2610개교 중 재학생의 100%가 유학생인 전문학교는 45개교, 90% 이상인 곳은 101개교다. 최근에 난립한 일본어학교는 2019년에 803개교까지 늘어났다. 또한 영리 우선으로 취업 목적의 외국인을 유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수업 후에 일본어학교 앞에 버스가 마중 나와 학생들을 일제히 공장으로 데리고 가는 사례도 있다.

세 번째는 문부과학성에 의한 엄격한 정원관리를 피하기 위해 연구생, 과목이수생 등의 비정규학생을 늘렸다는 점이다. 비정규학생은 학생 수에 따른 교원 수나 시설 등의 규제가 없으므로 부적절한 입학·재적 관리가 행해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2019년 3월에 동경복지대학(東京福祉大学)에서 부적절한 유학생 입학이 발각된 바 있다. 당시 해당 대학은 일본어능력이나 학비지불 능력이 불충분한 유학생을 학부 연구생으로 다수 입학시켰을 뿐만 아니라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교육환경, 직원 수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2016년도부터 2018년도에 입학한 약 1만 2000명의 유학생 중 1610명이 소재 불명이고 700명이 퇴학, 178명이 제적됐다. 이러한 비정규학생제도를 악용해 대량의 유학생을 받아들인 행위는 대학에서 유학생을 영리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에 오는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Study Korea 300K Project’를 발표했다. 일본의 유학생 30만 명 정책의 공과를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 국내의 유학생 30만 명 유치 정책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다문화국가로 발돋움하도록 만들고 대학 국제화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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