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신청 고려하던 대학들 기본계획 발표 후 ‘연합’으로 선회
각각 재단이 다른 사립대의 경우 현실적으로 연합이 가능성 높아
같은 재단 대학 통합보다 주변 대학과 연합 고려하는 경우 늘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충북대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혁신 이행 협약 및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충북대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혁신 이행 협약 및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접수 마감 2주를 앞두고 전국 대학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첫 모집이 이뤄졌던 지난해는 ‘통합’이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연합’이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오는 22일 글로컬대학 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많은 대학들이 ‘연합’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교육부가 올해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에서 ‘연합대학’ 유형을 공식적으로 포함하면서 사립대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정된 글로컬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10개 대학으로 통합을 전제로 한 대학이 네 곳이나 선정됐다.

결과 발표 후 사립대 측에서는 국‧공립대와 비교했을 때 사립대가 너무 불리한 조건이라는 불만이 속출했다. ‘통합’을 내건 대학이 네 곳이나 선정됐는데 사립대에서는 현실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대가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부터 재단, 법인 통합, 교직원, 학생 배분 등 난관이 만만치 않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4년 글로컬대학 지정계획’에서 신청 유형에 ‘연합대학’을 포함시켰다. 연합 수준은 크게 4단계로 나뉘며,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서는 최소 3단계 이상의 연합을 요구한다.

3단계인 포괄적 연합은 두 개 이상의 대학이 공동 의사결정기구(거버넌스)를 구축해 대학 간 연합하는 체계다. 해당 대학들은 본지정 평가 시 대학 정관 등 해당 사항을 반영한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원종료 후에도 연합대학을 유지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필수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사립대의 경우 재단이나 법인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통합이 쉽지 않다”며 “연합 모델로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지역에 연합이 가능한 대학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22일까지 예비 지정 신청서를 받은 뒤 4월 중 예비 지정 대학을 선정하고, 7월 중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국‧공립은 통합 중심…사립대는 다양한 연합 모델로 선정 노려 = 올해 글로컬대학에 도전하는 대학들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통합 모델로 도전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통합이었지만 올해에는 연합으로 변경한 대학도 눈에 띈다.

특히, 연합대학 모델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사립대+사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 대학+사립대’, ‘사립대+전문대’ 등 많은 대학들이 다양한 형태의 연합대학 모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대학으로는 충남대와 한밭대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에도 두 대학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을 선언하며 글로컬대학에 도전했지만 예비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에 올해에는 지난해 실패를 발판 삼아 확실히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자존심을 많이 구겼다”며 “올해에는 빈틈없이 준비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국립창원대와 거창‧남해도립대도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대+전문대 통합 모델로, 두 대학은 전기연구원, 재료연구원 등과 연계한 창원과학기술원 설립을 구상 중이다.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는 지난 1월 통합 합의서를 체결하고, 글로컬대학에도 공동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두 대학은 이미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운영 중으로, 목포대 측은 신청서 제출 전까지 목포해양대와의 통합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국립부경대와 한국해양대의 경우 통합이 아닌 연합대학 형태로 글로컬대학에 신청한다. 한국해양대의 총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통합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해 차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려진 연합대학 모델 중 유일한 국립대+국립대 형태다.

배재대와 목원대 또한 지난해에는 통합으로 지원했지만 올해에는 연합 형태로 지원한다. 두 대학은 지난해 탈락 이후에도 글로컬대학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 간 벽 허물기를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추진 과정이 다른 대학보다 빠른 상황이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연합 모델로는 영남대와 금오공대가 대표적이다. 당초 영남이공대와의 통합을 고려하던 영남대가 방향을 선회해 금오공대와의 연합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같은 재단 아래에 있는 일반대와 전문대 통합이 한 건도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금오공대 관계자는 “현재 영남대와 연합 형태로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차주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에 모여 있는 세 개 대학도 연합 모델로 글로컬대학에 도전한다. 지난해 연합 형태로 지원했던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는 지난해보다 강화된 연합 형태를 바탕으로 글로컬대학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동서대는 동아대와 연합 모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재단에 속해 있는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와의 통합안을 제출했던 동서대는 올해 동아대와의 연합을 통해 글로컬대학 선정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예비 지정까지는 통과했지만 본지정에서 탈락한 인제대의 경우 가야대, 김해대와 함께 연합 대학을 형성해 사실상 통합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김해시까지 동참해 도시 전체가 캠퍼스가 되는 ‘올시티 캠퍼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창신대는 창원문성대와 연합 모델을 논의 중이며, 호서대는 아주자동차대와 연합 모델을 통해 글로컬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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