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소통하기가 참 어려운 사회인 것 같다. 서로 입장과 생각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일까.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정치권이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자기주장만 있을 뿐 협력과 통합의 정신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선 정치권부터 중용(中庸)의 도를 실천하고, 국가 차원에서 전인교육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국가가 바로 서려면 사회지도층부터 책임과 의무를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회지도층이 권한에 맞게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유럽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 뿌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많은 인물 중 특히 미국의 대표적 투자자인 워런버핏은 전 재산의 85%인 440억 달러를 사회에 기부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인 빌게이츠는 500억 달러의 재산 중 자녀들에게 1000만 달러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돈을 벌 때는 악착같았던 기업가들이 성공한 후에는 아낌없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을 보면 세계 제일의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힘인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신라시대의 사회지도층의 자녀로 구성된 화랑도는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고 행동했다. 이 같은 화랑정신이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이 됐다. 백리 안에 굶는 이가 없게 하라는 나눔을 실천한 경주 최부자집, 흉년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민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쌀을 사서 분배한 거상 김만덕, 일제의 국권 침탈에 반대해 일가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한 이회영 선생 형제, 그 밖에도 유일한 박사, 도산 안창호 선생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노블네스 오블리주와 유사한 개념으로 ‘프로보노(Pro Bono)’가 있다.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는 ‘공익을 위하여’를 뜻하는 라틴어로 줄여서 ‘프로보노’라고 부른다. 1980년대 말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공하던 무료법률 상담을 지칭하는 용어로 시작됐다. 지금은 경영, 교육, IT 등 폭넓은 분야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문적 기술을 비영리조직의 역량 강화나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은 각자 가지고 있는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필자도 2년 전부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추진한 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전문가 재능나눔 캠페인’ 이른바 프로보노이다. 이 캠페인은 지역의 재능나눔 전문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 지역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대학교수는 각자 전공에 대한 지식이 있으므로 언제나 동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도 25년간 대학교수를 역임한 경험이 있다. 특히 대학교수는 명예를 중시하는 직업이며, 사회의 깨어있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늘 깨어있는 지성인의 역할과 미래사회를 열어갈 양질의 교육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학이 참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럴수록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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