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2월의 캠퍼스에는 누군가의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한다.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한 문구나 유명인의 유행어, 당사자의 사진까지 다양하다. 다가올 날에 대한 응원과 이제는 사회생활의 쓴맛이 기다리고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문구들도 재미있다. 취업을 기뻐하고, 무직 상태를 응원하거나 대학원에서 보내게 될 쳇바퀴 같은 삶에 지치지 않도록 격려의 말들을 보낸다. 대학 졸업은 삶의 여정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난 다음, 앞으로 다가올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의 지점처럼 느껴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방의 졸업보다는 애환이 묻어나온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스스로 얼마나 잘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11가지 항목을 정해 질문한 설문조사가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학생활에서 자신의 강점, 장점, 자질 등을 찾아가는 것이 1순위로 중요한데, 이를 가장 잘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2순위로는 대학생활에서 자신만의 삶의 목표와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 역시 두 번째로 잘 실행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각자의 전공을 공부하며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지며 고뇌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찾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말로, 버티는 시간과 노력을 강조하는 ‘1만 시간의 법칙’ 이 유명하고, 더욱이 이제는 노력보다 재능과 운, 특별한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연구들도 등장했다. 그러니 특정 분야에 재능도 있는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따른 운까지 더해진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이다. 학업도 취업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반복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일단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운과 환경까지 갖추려고 소망하게 된다. 소망도 ‘풀옵션’이 돼야 하는 시대이다.

대학 졸업은 10년의 시간이 쌓인 경험도 아니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조차도 찾아서 나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그 과정을 연습하는 시간에 가깝다. <국민건강보험 건강iN> 자료(2021.06.)에 따르면 학업과 취업준비로 인해 청년 세대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 또 최근 정부는 정신건강 정책 관련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3.12.05.)를 통해 대학 내 상담센터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지원을 강화하고, 이러한 노력 과 성과를 대학기관 평가인증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학업과 취업준비에 지쳐 우울과 무기력으로 고생하고, 심리적 위기까지 경험하는 한 명 한 명의 학생에 대해 정서적 지원과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며 졸업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 각각의 대학상담소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할 것이다.

대학상담자로서 새로운 고민거리와의 만남을 앞둔 학생들이 대학에서의 마음속 잡음들과 이제는 이별하길 권한다. 또 좋아하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관심 있는 콘텐츠에 알림 설정을 하듯이 이제는 자신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 써 내려가고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의 마침표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