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특성화·연계화·공공화 이뤄 지역 문제 대응하는 직업교육 수행 강조
비수도권 전문대 역할 확장에 따른 평생직업교육·범부처 협력 방안 제시
폴리텍과 협력·원격교육지원 활성화 방안도 발표…“경쟁력 강화 다각화해야”

코라이브가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최종보고회에 참석한 이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전문대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아가 폴리텍과 협력하고, 원격교육을 실현해 고등직업교육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다.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회장 남성희, COLiVE, 이하 코라이브)는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보고회는 코라이브 상반기 정기세미나를 겸하는 자리로, 코라이브는 이날 전문대의 위기 극복과 지역 협업 방안 등을 담은 보고서 ‘미래 전문대학 발전 방향·과제’를 발표했다.

남성희 코라이브 회장(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대구보건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보고서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전면 도입을 대비하는 전문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성희 회장은 “교육부는 라이즈를 도입하며 전문대가 지역 혁신 주체로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 전문대는 지역 가치 창출을 돕는 주체가 돼야 한다”라며 “이에 코라이브는 지난해 8월부터 직업교육 바로세우기 연구포럼을 4회, 정책 세미나를 2회 개최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가 전문대의 혁신 정책 수립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광식 코라이브 사무총장은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며 전문대가 지자체와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에 필요한 직업교육·평생교육을 수행한다면 지역을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광식 사무총장은 “전문대가 지역과 상생해야 한다. 지역 특화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학령 인구를 포함한 전 생애 역량개발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광식 코라이브 사무총장은 이날 ‘미래 발전 방향·과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지역화·특성화·연계화·공공화 앞세워 지역·직업교육 역할 확보해야” = 한 사무총장은 직업교육의 위기가 지자체·국가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도권·일반대에 학생과 국가 예산이 편중돼 전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대가 어려워지면 직업교육 전체가 흔들린다. 이 점에서 국가 난제에 준하는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며 “전문대는 산업계의 허리 인력을 양성하는 고유의 역할이 있다. 전문대가 발전해 지역·직업교육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코라이브가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전문대 발전 키워드는 △지역화 △특성화 △연계화 △공공화다. 한 사무총장은 전문대가 4가지 방안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대의 직업교육 방향을 지역 문제 해결로 옮겨야 한다. 지역에서 일할 전문인력을 기르고, 지역 정주를 유도해야 한다”며 “지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이민자의 정주를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학습 인구를 확보하고, 지자체 문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지역 특성에 맞춘 교육을 수행하려면 지역 내 여러 주체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교육 정책이 개별 대학의 산학연 협력 체계만 강조했던 반면, 다양한 주체와 파트너십을 구성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그는 “지자체 중에는 기업과 연구 시설이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한 곳도 많다.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와 협업하며 직업교육 성과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문대 관계자들에게 개별 대학이 아닌 여러 전문대가 직업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소규모 대학이 지역 인재 양성을 책임지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대가 콘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같은 비전과 추진 전략을 공유하며 지역 문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평생직업교육 발전·부처별 협력 위한 방안도 발표 = 전문대의 직업교육 범위가 취업자·성인학습자 등으로 확장되며, 지역 맞춤형 평생직업교육과 범부처 협력 방안에 대한 발전 계획도 마련됐다.

코라이브는 평생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전문대의 전략으로는 △다양화 △통합화 △연계화 등 3가지를 제안했다. 다양한 성인학습자의 수요에 맞춘 과목을 신설하고, 학습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이 강조됐다. 한 사무총장은 “성인학습자의 범위는 다양하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습자를 비롯해 전문성을 갖추고 싶은 현장 인력 등 다양한 이들의 평생교육 수요가 있다”며 “이들의 학습 참여를 높이려면 비대면 교육에서 실천·활동 중심으로 교육을 개편해야 한다. 학습인증 체계를 마련해 교육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안 또한 고려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지자체를 넘어 범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이루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다. 그는 전문대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력을 이뤄 지자체·기관과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사무총장은 “교육부와는 인력 양성 부문에서, 고용노동부에는 청년 일자리 정책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협업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지역 산업 육성을 앞세워 전문대의 역량을 강조할 수 있다”며 “나아가 행정자치부에는 지역 수요 맞춤형 교육을 수행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을 보일 수 있다. 전문대가 지자체와 각 부처를 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지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대학-폴리텍 협력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전문대와 폴리텍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류지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대학-폴리텍 협력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전문대와 폴리텍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폴리텍과의 협력·원격교육지원도 과제로 제시돼 =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전문대와 폴리텍의 협업 방안과 전문대의 원격교육 체계 마련을 주제로 한 발표도 함께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직업교육의 역할이 지역 문제 대응과 성인학습자 교육으로 확장됐다. 이를 반영해 직업교육 대상을 넓혀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류지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대와 폴리텍이 협력해 역할 중복을 해소하고, 직업교육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은 연구위원은 “전문대와 폴리텍은 지역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관 간 연계가 부족하다. 같은 지역을 두고 두 기관이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전문대가 비교과 과정을 개설하고, 폴리텍은 학위를 부여하며 역할 구분이 더욱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류 연구위원은 전문대와 폴리텍의 역할을 구분하고, 분야별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문대는 지역 정주형 인력을 양성하고, 평생직업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폴리텍은 지역의 국가기간산업 종사자와 재직자의 직업능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폴리텍이 민간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산업·직종 인력을 양성한다면 역할 충돌을 줄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지역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양 기관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한다면 지역 산업·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유나 재능대 평생교육처장은 ‘전문대학 원격교육지원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며 원격교육 체계화를 강조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홍유나 재능대 평생교육처장은 ‘전문대학 원격교육지원 현황과 과제’를 발표하며 원격교육 체계화를 강조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홍유나 재능대 평생교육처장은 원격교육을 체계화한다면 전문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유나 처장은 “학령기 학생을 비롯한 성인학습자의 비율이 높아졌고, 비학위과정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학습관리시스템(LMS)와 화상강의 솔루션을 구축한 대학도 늘었다. 전문대도 원격교육을 수행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점”이라 전했다.

홍 처장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와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UDEC) 등 사업은 대부분 일반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이 중 UDEC가 조기 종료됐다. 개편 사업 모델이 시행될 시점에 맞춰 전문대를 지원한다면, 전문대의 특성을 고려한 직업교육 관련 콘텐츠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문대도 원격 교육의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는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기관인 만큼, 다양한 여건의 성인학습자를 위한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률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고, 콘텐츠 모니터링도 병행해야 한다”며 “현직자와 실업자를 고려해 교수설계의 질을 강화한다면 전문성 있는 직업교육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