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에 포함하고,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대학지원사업의 주도권을 전환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주도로 대학지원계획을 수립해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착’의 선순환적 지역 발전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현재 시범지역 사업을 추진 중이며, 2025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대학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지역에 책임을 부여해 직접 여건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자체 권한 강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는 반면,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중앙과 달리 지자체의 지역 살리기로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지역 사회에서 경제·사회적으로 지방대학이 가지는 위치는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원 미달과 그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는 자칫 지역소멸로 직결될 수 있다. 지방대학을 혁신하고 지방대학이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지역혁신 거점으로서 균형발전을 선도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대학-지자체-산업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권역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관여는 불가피하다. 기본계획의 수립과 중요 정책의 추진, 지역 간 불균형의 조정과 시정, 중앙과 지방 간의 네트워크 구축 등에 있어서는 중앙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시대 중앙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령인구의 감소, ICT 기술의 발전, 글로벌화, 고용시장의 변화 등 지식기반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른 대학교육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고등교육 체제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글로컬대학 추진 방식과 같이 대학의 자율혁신을 유도하는 재정지원사업의 추진은 매우 필요하다.

둘째, 대학평가체제의 안정화와 구조개혁의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 수 급감에 대비한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질 높은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체제의 안정화를 통해 살아남은 대학의 교육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구조개선 지원법 등의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대학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이 자칫 고등교육에 대해 중앙정부가 손을 놓는 형국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하락하는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 확보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여기에는 중앙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대학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적 과제다. 우수한 지방대학은 균형발전의 기반이 되고, 우수 지방대학이 있어야 지방의 미래가 있다. 지방대학이 양질의 교육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지역 활성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키워드로 새로운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대학의 발전을 주도하고 지원하도록 한 것 역시 큰 맥락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것이 자칫 중앙정부는 고등교육에 대해 손을 놓는 형국이 돼서는 안된다. 지역과 대학의 생존과 상생을 위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련과 갈등,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하지만 중앙정부, 지자체, 대학이 모두 함께 지역 상생이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동반자로서 협력할 때, 지역과 대학이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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