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
사교육비 총액 전년보다 1.2조 원(4.5%) 증가한 27.1조 원
전체 학생수는 7만 명 줄었는데 ‘사교육 참여율’은 매년 증가
‘무전공’, ‘의대 증원’ 등 불분명한 입시 정책으로 혼란 키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지난해 6월 2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올해를 공교육 신뢰 회복과 사교육 부담 경감의 선순환이 시작되고, 교육개혁이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초 교육부를 대표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표했던 2024년 교육부 추진계획에서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와 달리 초중고 사교육비가 3년 연속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학령인구는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1조 2000억 원 늘어난 27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14일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 학생 7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요약. (자료=교육부)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요약. (자료=교육부)

■ 인원은 줄고, 총액‧참여율은 높아져…월평균 사교육비 43.4만 원 = 2022년 528만 명에서 2023년 521만 명으로 학생 수는 7만 명(1.3%)이 줄었지만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3년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2000억 원(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증가율 10.8%보다 둔화된 수치지만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사교육비 총액 규모는 2021년 23조 4000억 원, 2022년 26조 원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이는 이 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추진계획뿐만 아니라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성과계획서’에서 초‧중‧고 사교육비를 24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9%를 줄이겠다는 목표 또한 실패한 셈이다.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가 증가했다. 초등학교는 1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 중학교는 7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과 학교급별 학생 수. (자료=교육부)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의 경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증가했지만 중학교는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교 86.0%, 중학교 75.4%, 고등학교 66.4%로 집계돼 전년 대비 초등학교 0.8%p, 고등학교 0.5%p 증가했지만 중학교는 0.8%p 감소했다.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 또한 초등학교 7.5시간, 중학교 7.4시간, 고등학교 6.7시간으로, 전년 대비 초등학교는 0.1시간, 고등학교는 0.1시간 증가했지만 중학교는 0.1시간 감소했다.

월평균 사교육비 또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급별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 49만 1000원, 중학교 44만 9000원, 초등학교 39만 8000원 순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각각 6.9%, 2.6%, 6.8% 상승한 수치다.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 74만 원, 중학교 59만 6000원, 초등학교 46만 2000원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대비 각각 6.1%, 3.7%, 5.7% 증가했다.

학굑급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자료=교육부)

■ ‘킬러문항 배제’, ‘무전공’, ‘의대 증원’ 등 입시 혼란이 사교육 증가 이끌어 = ‘킬러문항 배제’, ‘무전공 확대’, ‘의대 증원’ 등 지난해부터 계속된 대입 이슈가 고등학교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등학교의 사교육비 증가, 참여율 등의 확대는 이를 방증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제거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사교육을 유발하는 킬러문항을 제거함으로써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유입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은 킬러문항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변별력 갖춘 문제를 다수 출제해 역대급 불수능이란 평을 받았다.

‘무전공 확대’ 또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혁신지원사업 인센티브를 통해 자유전공(무전공) 선발 확대를 유도함에 따라 각 대학들은 발 빠르게 무전공 학과 신설에 나섰다.

문제는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수험생들은 기존에 학과 중심으로 맞춰져 있던 입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 합격 당락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사라져 이에 대한 불안이 사교육을 찾게 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의대 증원’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올해 입시가 반영되는 2025학년도부터 2000명 이상 증원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다수가 사교육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영향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혼란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가세 자체가 꺾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킬러문항 배제와 공정한 수능은 저희(교육부)가 가야 할 방향이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정책이 안착하면 사교육 경감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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