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사이버대’ 원대협, 법정 협의체 되기 위한 ‘원대협법’ 입법에 포커스
기반 돼줄 ‘法’도, 교육부 내 ‘課’도 다 없으니…국고 사업서도 번번이 소외
코로나19 팬데믹 거치며 비약적 성장·팽창 이룬 사이버대 “과거와는 달라”
교육부 재정 지원될 국고 사업 개발·확대, 전담 독립부서 신설도 역점 추진

고려사이버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고려사이버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국 사이버대(원격대학) 22개교 총장단은 올해 사이버대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 제정을 꼽았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국고를 투입하는 재정지원사업에서 일반대·전문대처럼 사이버대에도 사업 신청·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올해 중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에 포함됐다.

15일 본지가 한국원격대학협의회 등 전국 22개교 사이버대 등을 대상으로 한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국 사이버대들은 정부·정치권이 국내 원격대학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법(이하 원대협법) 제정 △사이버대 재정지원사업 개발·확대 △교육부 조직 내 사이버대 담당 독립부서 설치 등을 꼽았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이자, 총선을 통해 제22대 국회가 새롭게 꾸려지는 해이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도 긍정적인 정책 개선이 이뤄지기를 더욱 바라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 발전을 촉진하고, 낡은 제도는 과감하게 고치는 ‘규제 혁파’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사이버대 총장들은 올해 관련 제도 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교육계 전문가들도 현 정부가 ‘디지털 전환’ ‘미래 교육의 첨단화’ 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국내 원격대학들의 역할·기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 같은 과정에서 정책 개발이나 규제 손질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내 사이버대들도 에듀테크 기반의 교육 혁신을 진행해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일반대·전문대와 함께 사이버대 역시 국내 고등교육의 큰 축으로 한층 도약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석권 한국원격대학협의회(이하 원대협) 사무국장은 “올해로 설립 23년째를 맞이한 사이버대는 지금까지 재학생 약 13만 명, 졸업생 43만 명을 보유한 명실공히 고등·평생교육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특히 최근 디지털 대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온라인 교육이 확대됨에 따라 사이버대가 시대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미래 고등·평생교육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도 시대 흐름에 맞게 빠르게 개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14년째 번번이 좌초된 ‘원대협법’ 입법 노력 “올해엔 반드시” = 과거와 비교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사이버대의 위상에 걸맞게, 이제는 ‘원대협법’이 제정될 때가 됐다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원대협법’은 사이버대의 공공성을 높이고 온라인 고등·평생교육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행 ‘고등교육법’ 제10조에 근거한 법정 공식 학교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교육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골자다.

현재 국내 일반대와 전문대는 각각 법정 협의체로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가 조직·운영된다. 대교협은 지난 198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이 제정되면서, 전문대교협은 1995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이 통과되면서 법정 협의체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대교협·전문대교협은 정부, 특히 교육부가 일반대·전문대 등 대학 정책에 대한 중요 의견을 수렴할 때나 신규 사업·제도를 설계할 때 고등교육계를 대표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원대협은 법정 협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정책·제도에 대해 소통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대협법 입법 시도는 앞서 수차례 추진된 바 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원대협법은 지난 2010년 제18대 국회에서 박보환 전 의원에 의해 처음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결국 자동 폐기됐다. 이후 19대, 20대, 그리고 이번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장장 14년째 제자리 걸음만 반복 중이다.

한 사이버대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대·전문대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한계 등으로 교육부나 국회, 관계기관으로부터 소위 우리 편, 우호·지지 세력을 끌어내지 못한 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며 “법정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협의회 운영도 국비 지원금 없이 회원교 회비로만 운영돼 인적·물적 팽창은 언감생심이고, 재정자립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지난 10여 년 전과 비교해 사이버대 규모와 위상이 괄목할 만큼 성장한 만큼 원대협법 입법 과정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사이버대 9개교가 설립된 이후 현재 원격대학은 22개교(233.3% ↑)로 확대됐고, 재학생 수는 12만 명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무려 21배(2103.1%)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향후 원대협법이 제정될 경우, 기존 대교협에서 원대협으로 소속 협의체를 옮기겠다고 밝혔던 한국방송통신대 재학생 약 11만 명까지 합산한다면, 사이버대는 국내 약 23만 명의 재학생을 가진 무시못할 고등교육 구성원 중 한 축으로 자리하게 된다.

김석권 원대협 사무국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사이버대가 일반대·전문대와는 차별화된, 특수성이 있는 원격 고등·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만큼 위상에 걸맞은 법정 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원대협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세월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원격교육이 새 국면을 맞이한 만큼 미래 온라인 평생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원대협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사진=한국대학신문DB)

■ 기반 돼줄 ‘法’도, 교육부 내 ‘課’도 다 없어…국고 사업서도 번번이 소외 = 사이버대가 정부와 의견을 주고받을 법정 공식 협의체를 갖지 못한 까닭에 교육부 등 정부가 대학에 국고를 투입하는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원격대학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국내의 사실상 모든 대학(일반대·전문대)이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이는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이버대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뚜렷한 상태다.

김석권 원대협 사무국장은 “일반대·전문대·사이버대 모두 같은 법률(‘고등교육법’)로 설립된 고등교육 기관이지만, 사이버대는 일반대·전문대와 달리 법규적, 행정·재정적, 정책적으로 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부총리와 사이버대 총장 간 간담회에서 정책적으로 개선해 사이버대의 참여 기회를 열어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원대협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예산을 기준으로 일반대는 총 8057억 원이, 전문대에는 총 5620억 원이 편성됐다. 반면 사이버대엔 지난해 한 해 동안 투입된 예산이 불과 15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재학생 1명에게 돌아가는 평균 지원금액으로 환산하면 일반대는 58만 6750원에 달했지만, 사이버대는 1만 830원 지원이라는 초라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안에 사이버대 정책을 체계적으로 끌고 갈 전담 과(課)가 없다는 점도 사이버대가 정책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교육부 안에서 ‘대학’과 관련한 업무를 주로 하는 실(室)은 ‘인재정책실’이다. 인재정책실 내엔 대학 입시·정원 등 인재양성 정책을 살피는 ‘인재정책기획관’과 대학의 산학협력 정책이나 국립대·지방대 등 일반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인재정책관’, 전문대학·직업계고 등 직업교육·평생교육 정책을 관장하는 ‘평생직업교육정책관’ 등 3국(局)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 안에서 일반대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들을 나열한다면, 주무국인 지역인재정책관을 제외하더라도 고등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다른 국·과 등도 모두 연관이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대 정책을 관장하는 부서를 보더라도, 평생직업교육정책관 안에 주무과인 ‘고등직업교육정책과’가 대표적이고, 지역인재정책관 내 지역혁신대학지원과에서 전문대 관련 재정지원사업(HiVE 등) 업무를 본다.

반면 사이버대 정책의 경우 업무를 전담하는 국이나 과가 존재하지 않고 평생직업교육정책관 안에 평생직업교육기획과 내에서 방송대·사이버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2~3명이 전부인 상황이다.

교육부 고위공무원 출신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담 주무부서가 없이 공무원 몇 명이 (사이버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체제에선 관료사회 분위기상 제대로 된 재정지원사업 등 정책 입안이 어렵다”며 “현행 제도에 대한 단순한 관리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고, 거버넌스 측면에서 제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이버대 정책은) 부서 내 공무원들 사이에서 업무 분장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4월 총선’ 22대 국회 구성되면 “원대협 핵심 현안, 입법 상정한다” = 원대협은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원구성에 맞춰 국회 교육위원회를 비롯한 여·야 정당, 정책위 의장 등을 대상으로, 이른바 ‘맨투맨(man to man)’ 식으로 사이버대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현안 개선을 위한 입법 상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석권 원대협 사무국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22대 국회 원구성 시기에 맞춰 사이버대 총장들이 보다 전면에 나서고, 맨파워를 구축해 의원실 방문, 포럼·세미나·컨퍼런스 개최 등을 제안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존 ‘일반대 지배관’으로 고정된 교육부 관료사회 마인드를 혁신할 기제를 마련하고, 원대협을 지지하는 세력을 규합해 동력 확보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고 사업 개발을 위한 정책 연구도 추진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시대와 맞물려 사이버대 원격교육이 국제화 확장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지원 정책을 발굴하겠단 각오다.

이와 함께 교육부 안에 사이버대 업무를 담당하는 독립부서인 ‘원격교육지원과’를 설치하는 것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김석권 원대협 사무국장은 “최근 들어 교육부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고 대학·대학원이 자율적으로 특성화, 체질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며 “반면 사이버대는 교육부 내 담당공무원 1~2명 체제로 정책 입안은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일반대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 안으로 거버넌스를 이전하거나, 사이버대 독립부서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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