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내 스터디룸에서 ‘팀플’ ‘회의’ ‘토론’하는 학생들…“카페보다 부담 적어 인기”
실습 중심 학과 증가…서가 정리 대신 실습 지도, 정보 열람부터 실습까지 한 번에
학생 니즈·눈높이 고려해 복합 학습문화공간 전환…학생 복지-이용자 증대 ‘일석이조’

14일에 찾은 명지전문대 도서관의 모습. 연이어 앉은 학생들은 공부를 하던 중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받기도 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지난 14일 명지전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책상에 커피와 노트북을 올려둔 학생이 옆자리에 앉은 다른 학생과 대화를 나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재를 바라본다. 지난 14일 오후 1시에 기자가 찾은 명지전문대 도서관의 풍경이다. 곳곳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는 도서관이 아닌 카페를 연상케 한다. 근로장학생들도 주의를 주기보다는 다른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겼다.

명지전문대 도서관 관계자는 학생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가리키며 “저렇게 얘기하라고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리모델링을 마친 명지전문대 도서관의 개편 목적 중 하나는 이용률 확대였다. 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도서관 이용자 수가 크게 줄었다”라며 “책을 읽고 열람실을 찾는 이들 말고 다른 학생도 도서관에 온다면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에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대화하는 공간과 스터디룸, 멀티미디어 활용 공간을 확충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소재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빌릴 책을 찾고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만큼이나 도서관에서 다른 일을 하는 학생도 많았다. 조원들과 의논하기 위해 스터디룸으로 향하는 학생부터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편집하는 학생, 도서와 무관한 업무를 맡은 근로장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도서관에 자리했다. 각 대학 도서관 관계자들은 크게 줄어든 이용자 수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시설을 확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광운대 중앙도서관 내 스터디룸인 집현전의 예약 현황. 광운대 도서관 관계자는 너무 이른 시간만 아니면 화면에 나온 것처럼 금방 예약이 찬다고 설명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13일 광운대 중앙도서관 내 스터디룸인 집현전의 예약 현황. 광운대 도서관 관계자는 너무 이른 시간만 아니면 화면에 나온 것처럼 금방 예약이 찬다고 설명했다. (사진=강성진 기자)

‘팀플’ 장소로 주목받는 도서관…토론 위한 스터디룸 마련 = 지난 13일 오전 11시, 광운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신입생 김태현(19) 씨가 조별 회의를 위해 잡은 약속 장소는 도서관이었다. 정숙한 분위기의 열람실과 서가를 지나면 나오는 도서관 내 스터디룸 ‘집현전’이 김 씨의 목적지였다. 집현전은 광운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스터디룸으로, 4인실·6인실·10인실 세 종류로 구성됐다.

친구들을 기다리던 김 씨가 휴대전화를 꺼내 능숙하게 예약 현황을 살폈다. 이른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대가 예약돼 있었다. 다른 시간대를 알아보겠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오전 10시까지만 해도 불이 꺼져있던 집현전은 11시가 되며 학생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열람실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의 수보다 집현전에 회의하러 들어오는 학생의 수가 더 많아진 때였다.

김 씨는 인근 카페보다 집현전이 팀원들끼리 모여서 회의하는 게 훨씬 나은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는 음료 가격도 비싸고, 오래 앉아 있으면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된다. 모이기 편한 도서관에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 회의하는 게 낫다”라며 “아직 책은 빌려본 적 없지만 집현전은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의 인프라 개선은 이용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광운대 중앙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리모델링 직전인 2016년의 연 이용자수는 51만 8397명이었다. 재개장 준비를 마친 2018년에는 133만 2992명으로 이용자가 3배 가까이 늘었다. 광운대 관계자는 “부족했던 학습 시설을 다변화한 점이 주효했다. 개편 후 스터디 모임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라고 전했다.

성신여대 도서관 2층에 마련된 촬영실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성신여대)
성신여대 도서관 2층에 마련된 촬영실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성신여대)

전공 다변화 따라 실습 시설 확충해 = 학습의 범위를 실습으로 넓히고, 그에 필요한 시설을 도서관에 확보하는 대학도 있다.

14일 오전 10시, 성신여대 도서관 2층 편집실에서는 학생 1명이 분주히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도서관 1층에서 만난 근로장학생 윤지원(22) 씨도 촬영실과 편집실을 자주 찾는다. 서비스디자인공학과에 재학 중인 윤 씨에게 1층 로비는 일터고, 2층 편집실은 학습 공간이었다. 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전자 제품·서비스 산업에 적용하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구성하고, 이를 기획하는 역량을 배우는 학과다. 학과 특성상 개인 과제보다는 조별 과제가 많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진과 영상도 함께 제작해야 한다. 그가 종종 편집실로 향하는 이유다.

윤 씨에게 도서 대출과 편집실 이용 비율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묻자 1대 9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도서관을 오가며 책도 종종 빌리지만, 전공 수업과 과제 때문에 촬영·편집 시설을 이용하는 빈도가 더 높다고 답했다. 또 윤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활동했다. 대면 강의가 재개된 후 도서관 이용 빈도가 확실히 높아졌다. 도서 대출보다는 실습 시설을 이용하러 온 학생들이 더 많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대면 강의를 재개한 2022년에 10만 658명을 기록한 성신여대 도서관 방문자 수는 지난해 21만 3182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도서관 개편 후 맞이한 첫 대면 강의 학기였던 2022년 대비 2배 이상 이용자가 늘었다. 실습 시설 활용 인원이 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이용 인원을 회복했다”라고 말했다.

14일에 방문한 국민대 성곡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해동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K*reator’s Library)’의 실습 시설. 맞은편에는 근로장학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국민대 성곡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해동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K*reator’s Library)’의 실습 시설. 맞은편에는 근로장학생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강성진 기자)

■ 열람실과 실습 현장 한 곳에…실습실도 도서관 안으로 = 서가 정리나 도서 대출이 아닌 실습 지도를 맡은 근로장학생을 뽑는 대학 도서관도 있다. 기자가 14일 방문한 국민대 성곡도서관 지하 1층 ‘해동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K*reator’s Library)’에는 목재·금속 가공과 3D프린팅 실습을 시설과 근로장학생이 자리했다.

도서관 1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면 나오는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에서 이용자를 반기는 건 스터디룸이다. 맞은 편에는 카페가 위치해 있고, 계단을 이용해 반 층 내려가면 열람실과 실습 현장이 마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3D프린터 작동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실습실에는 담당자 주민철 씨와 2명의 근로장학생이 자리했다. 이 학생들은 일반적인 도서관 근로장학생과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선발됐다.

주민철 씨는 “목재·금속·3D프린팅 실습 현장 3곳이 함께 위치했다. 이용자가 많을 때는 근로장학생이 실습을 돕는다”라며 “이론 관련 공부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실습도 함께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도서관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근로장학생의 실습 지도는 방문자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라 생각하고, 학생을 선발할 때도 신중하게 임한다”라고 알렸다.

김승철 성곡도서관 차장은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 내 실습실이 도서관 이용자 수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김 차장은 “크리에이터스 라이브러리를 도입하며 100만 명대 이용자 수를 유지한 바 있다. 실습실에 찾아오는 학생이 늘며 이용자층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강의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중심이 돼 지금도 도서관을 방문하며 실습 활동을 전개한다”고 설명했다.

■ “대학도서관, 학습 내용을 실현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이와 같이 대학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체험하고 협업·실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대학도서관을 이용하는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요즘 학생들의 니즈와 눈높이에 맞는 시설과 인프라 개선을 통해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점도 대학도서관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Rinfo)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도서관 평균 이용자 수는 16만 9986명이었다. 2013년에 42만 3758명을 기록한 뒤 10년간 절반 넘게 감소한 수치다. 또한 재학생 1명의 도서관 방문 빈도를 나타내는 재학생 1인당 도서관 방문자 수는 같은 시기 49.5024명에서 25.6141명으로 2배가량 줄었다.

성신여대가 2020년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염두에 둔 것도 이용자 확보였다. 임소연 성신여대 도서관 주임은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실습 시설을 만들어 이용자 감소 추세에서 반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임 주임은 “실습 중심 학습을 진행하는 학과가 늘며 열람부터 정보·기술 활용까지 한 번에 가능한 시설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편집실과 촬영실은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민대는 실습 시설을 활용한 대회를 개최하며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의해 힘쓴다. 성곡도서관은 2018년부터 매년 3D프린팅 대회를 주최하며 학생들의 시설 이용을 장려하고, 성과를 인정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대회에서 지급하는 상 또한 성곡도서관장 명의로 발행된다. 김승철 차장은 “도서관에서 학습을 얼마나 연계할 수 있을지가 이용자 확대 유치의 여부라 판단하고, 관련 행사를 계속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대학교 도서관이 학습 내용을 실현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승진 회장은 “도서관은 여태 저장해 둔 정보를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다양한 학습·실습 시설을 구현한다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도서관 이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회장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도서관 리모델링을 앞두고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습·협업·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서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MIT 도서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해외 다수 대학이 이용률 확대를 위해 참고하는 사례로 거듭났다”라며 “이처럼 책을 비롯한 자료와 인프라를 한 곳에서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근래 도서관 변화의 흐름이다. 대학에서도 이를 구현한다면 이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